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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현행법상 재선거는 어렵다”는 사실일까
  • 김영 기자
  • 등록 2026-06-21 16: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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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조는 재투표 조항, 224조는 선거무효 제한 조항… 적용 구조부터 달라
  • 대법원은 224조 ‘결과 영향’을 당락 중심으로 해석… 198조에 기계 적용 곤란
  • 총체적 선거관리 위법 드러나면 ‘결과 영향’도 당락만으로 좁힐 수 없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현행법상 재선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재선거와 재투표 제도를 두고 있다. 문제는 법에 절차가 없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의 투표 기회가 박탈된 이번 사태를 기존 대법원 판례처럼 단순히 ‘당락 영향’ 문제로만 볼 수 있느냐다. <편집자 주>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의 투표 기회가 막힌 상황을 공직선거법 제198조 재투표 조항과 제224조 선거무효 조항의 법적 쟁점으로 표현한 이미지.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당락 영향이 아니라 국가가 투표 기회 자체를 보장했는가에 있다. [사진=한미일보 그래픽]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기 어렵다.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됐으며, 대기하던 유권자가 현장을 떠난 사례까지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표가 진행되는 시간대에 뒤늦게 투표가 이어졌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행법상 재선거는 어렵다”고 말한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제224조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를 후보자의 당락 변경 가능성으로 좁게 해석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절반만 맞다. 기존 판례 기준으로 보면 재선거 또는 재투표의 문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곧장 제224조의 당락 법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이번 사건은 투표가 끝난 뒤 표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사건이 아니라, 국가 선거관리기관이 유권자에게 투표 기회 자체를 보장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선거 조항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공직선거법에 재선거와 재투표 제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95조는 선거의 전부무효 판결 또는 결정이 있는 경우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제197조는 선거의 일부무효 판결 또는 결정이 확정되면 무효가 된 투표구의 재선거를 실시한 뒤 다시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한다.

 

제198조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어느 투표구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와 투표함의 분실·멸실 등의 사유가 발생한 때 재투표를 실시하도록 한다. 다만 같은 조 2항은 재투표가 해당 선거구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투표를 하지 않고 당선인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제224조는 선거쟁송에서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나 일부 무효 또는 당선무효를 결정·판결하도록 한 조항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재선거가 어렵다”는 말은 “재선거 절차가 없다”는 뜻으로는 틀렸다. 법은 전부무효 재선거, 일부무효 재선거, 재투표 절차를 모두 두고 있다. 진짜 쟁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문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이번 사태는 198조부터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곧장 제224조 문제로 가져가는 것은 법적 프레임을 지나치게 좁히는 것이다.

 

제224조는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무효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되는 제한 조항이다. 반면 제198조는 투표 자체가 실시되지 못한 경우를 다루는 재투표 조항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다면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제198조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어느 투표구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투표소 문이 열려 있었다고 해서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가 실시된 것은 아니다. 본인확인을 마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할 수 있어야 비로소 투표가 실시된 것이다.

 

투표용지가 없어 일정 시간 투표가 중단되고, 대기하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났다면 적어도 그 시간대, 그 유권자에게는 투표가 실시되지 못한 것과 같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투표 기회 상실’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제198조도 문턱이 낮은 조항은 아니다. 같은 조 2항은 재투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198조 역시 결과 영향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198조는 1항에서 재투표를 원칙으로 두고, 2항에서 재투표 생략의 예외를 둔다. 반면 제224조는 선거쟁송에서 무효 판단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같은 ‘선거 결과 영향’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더라도 법적 기능이 다르다.

 

224조 판례를 198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그동안 제224조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를 후보자의 당락에 관해 실제와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해석해왔다.

 

이 법리에 따르면 선거관리 위반이나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후보자의 당락을 바꿀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선거무효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법조계 일각에서 “현행법상 재선거는 어렵다”고 말하는 근거가 생긴다.

 

그러나 이 판례를 제198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제224조의 ‘결과 영향’은 선거무효를 인정하기 위한 적극 요건에 가깝다. 반면 제198조 2항의 ‘결과 영향’은 재투표를 생략하기 위한 예외 요건이다. 구조가 다르다. 제198조 1항 사유가 인정되면 재투표가 원칙이고, 2항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재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따라서 198조 사건에서 물어야 할 것은 “소청인이 당락 변경 가능성을 입증했는가”가 아니다. 먼저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사유가 있었는가”를 봐야 한다. 그다음 “재투표를 하지 않아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선관위가 책임 있게 인정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이 점에서 제198조는 제224조 판례의 당락 중심 법리를 그대로 이식할 수 없는 별개의 검토 영역이다. 법원이 ‘선거 결과’라는 같은 표현을 해석하면서 224조 판례를 참고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참고 법리일 뿐, 198조의 재투표 원칙과 생략 예외 구조를 뒤집는 직접 적용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기존 판례와 이번 사태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대법원 판례가 다뤄온 사건들과 이번 사태는 성격도 다르다.

 

기존 판례는 대체로 선거가 정상적으로 실시됐다는 전제 위에서 선거운동 위반, 개표 절차, 투표함 관리, 전산조작 주장, 제3자 위법행위 방치 등이 문제 된 사건이었다. 선거가 일단 진행됐고, 그 이후의 절차상 하자나 위법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진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사태는 국가 선거관리기관이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공급하지 못해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 기회 자체가 막힌 사건이다. 표를 어떻게 계산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표를 행사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기존 판례를 인용하더라도 그것을 이번 사건의 결론으로 곧장 연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존 판례는 이번 사태와 구별해야 할 기준으로 인용돼야 한다.

 

선거는 단순한 집계 행위가 아니다. 투표권이 있는 국민에게 평등하고 실질적인 투표 기회를 보장하고, 그 의사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계해 당선인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 과정의 앞단인 투표 기회 보장이 무너졌다면, 문제는 단순한 당락 계산을 넘어선다.

 

입증 책임을 유권자에게만 돌릴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입증 책임이다.

 

기존 선거무효 소송에서는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선거 규정 위반의 주체, 시기, 방법, 결과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돼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같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현장을 떠난 유권자는 공식 기록에 남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투표소에 도착했지만 투표하지 못한 사람, 장시간 대기하다가 생업 때문에 돌아간 사람, 투표가 재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지 못한 사람을 사후에 모두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 그 기록을 만들고 보존해야 할 주체는 유권자가 아니라 선관위다. 선관위의 관리 실패 때문에 피해자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는데, 그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 입증 책임을 소청인과 유권자에게 돌린다면 이는 관리 실패의 불이익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소송 제기자가 당락 영향을 입증했는가”가 아니다. 선관위가 투표 중단 시간, 대기 인원, 이탈 유권자, 투표용지 추가 송부 시각, 현장 안내 내용, 투표 재개 시각, 개표와 투표의 시간 중첩 여부를 제대로 기록했는가다.

 

피해 규모를 확인할 자료가 선관위의 영역에 있다면,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통해 그 자료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것이 먼저다.

 

‘선거 결과 영향’을 당락으로만 볼 수 있는가

 

제198조와 제224조는 모두 ‘선거 결과 영향’을 문턱으로 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영향’을 언제나 후보자의 당락 변경 가능성으로만 해석할 수 있느냐다.

 

당락은 선거 결과의 최종 산물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단순한 숫자의 합계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 숫자가 형성되는 과정의 적법성, 모든 유권자에게 평등하게 투표 기회가 주어졌는지, 투표와 개표 절차가 신뢰할 수 있게 관리됐는지도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구성한다.

 

만약 이번 사태가 일부 투표소의 일시적 혼선에 그쳤다면 기존 판례의 당락 영향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 외에도 본인확인 절차, 투표용지 교부 기록, 사전투표 관리, 투표함 보관·이송, 개표 중 투표, 참관권 제한, 피해 유권자 기록 부재 등 선거관리 전반의 총체적 위법행위가 확인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 경우 이번 사건은 단순히 몇 표가 부족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관리 시스템이 선거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투표 기회를 보장했느냐의 문제가 된다. 법원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후보자의 당락 변경 가능성만으로 좁게 해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선거는 결과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절차가 무너지면 결과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팩트체크 판정: 절반만 사실

 

“현행법상 재선거는 어렵다”는 주장은 절반만 사실이다.

 

현행 대법원 판례가 공직선거법 제224조의 ‘선거 결과 영향’을 후보자의 당락 변경 가능성으로 좁게 해석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 기준만 놓고 보면 재선거나 재투표의 문턱은 높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처음부터 제224조의 당락 법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다면 먼저 제198조의 재투표 사유, 즉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제224조 판례를 제198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제224조는 선거무효 쟁송에서 무효 판단을 제한하는 조항이고, 제198조는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 재투표를 예정한 조항이다. 제198조는 재투표를 원칙으로 두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재투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198조 사건에서의 핵심은 소청인이 당락 변경 가능성을 입증했느냐가 아니라, 투표 미실시 사유가 있었는지와 재투표 생략을 정당화할 만큼 결과 영향의 염려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다.

 

또한 제198조와 제224조가 모두 결과 영향이라는 문턱을 두고 있다고 해서 그 의미가 항상 당락 영향으로만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참정권 박탈 외에도 선거관리의 총체적 위법행위가 확인된다면, 대법원도 ‘선거 결과 영향’을 기존처럼 단순한 득표 차이와 당락 변경 가능성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번 팩트체크의 결론은 분명하다.

 

재선거가 어려운 이유는 법에 절차가 없어서가 아니다. 기존 판례가 결과 영향을 당락 중심으로 좁게 해석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기존 판례가 전제한 사건들과 다르다. 국가 선거관리기관의 실패로 유권자의 투표 기회 자체가 박탈됐고, 그 피해 규모를 확인할 자료도 선관위가 보유하거나 보존했어야 할 영역에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재선거는 어렵다”는 말은 기존 판례 기준에서는 맞지만, 이번 사태의 법적 성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선거 가능성을 미리 닫는 해석이 아니라, 제198조 적용 가능성과 제224조의 결과 영향 의미를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통해 다시 따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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