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이한 자작극 수사 지연 논란…경찰 아닌 검사 ‘수차례 보완 요구’가 쟁점
  • 김영 기자
  • 등록 2026-07-13 17:56:02
기사수정
  • 비판 확산 뒤 부산경찰청, 비공개 수사 시간표 ‘예외적 공보’
  • 5월18일 관련 진술 청취, 20일 압수수색영장 신청…검사 최소 4차례 보완 요구
  • 6월2일 밤 영장 발부…부산지검 “수사 중이라 답변드릴 내용 없다”

‘음료 테러 자작극’ 혐의를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8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지법은 이날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정 전 후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연합뉴스]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 테러 자작극’ 수사를 둘러싼 비판이 확산되자 부산경찰청이 당초 공개하지 않았던 구체적인 수사 시간표를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은 오보와 추측성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예외적으로 수사사항을 공보한다고 13일 밝혔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금정경찰서는 자작극 관련 진술을 처음 들은 지 이틀 만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최소 4차례 이어지면서 영장은 첫 신청 13일 뒤인 선거 전날 밤에야 발부됐다.

 

다만 이 13일 가운데 경찰이 보완수사를 수행하는 데 걸린 시간과 검사가 보완자료를 재검토하는 데 걸린 시간은 각각 공개되지 않았다. 검사의 보완 요구가 부당했거나 수사를 고의로 지연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경찰이 공개한 시간표는 “경찰이 자작극 정황을 알고도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선거 뒤로 미뤘다”는 의혹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검사가 왜 최소 네 차례 보완을 요구했는지라는 새로운 쟁점을 드러냈다.

 

※ 편집자 주=이 글은 부산경찰청이 공개한 「선거폭력 자작극 혐의 사건 설명 참고자료」와 금정경찰서 수사과장, 부산지검 공보관에 대한 한미일보의 확인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부당했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수사 시간표에서 확인된 미해명 구간을 분석한다.

 

비판 확산 뒤 공개로 선회한 경찰

 

부산경찰청은 정 전 후보 수사와 관련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공보규칙에 따라 예외적으로 수사사항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진행 중인 수사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진술 내용과 영장 신청 시점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전 후보가 선거 보름 전 자작극 혐의를 인정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함구한 채 선거 다음 날에야 압수수색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날짜별 수사 경과를 공개했다.

 

경찰은 오보를 바로잡기 위한 공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논란이 커진 뒤 당초 비공개였던 수사 시간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수세적 대응에서 적극적인 해명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경찰청 설명에 따르면 금정경찰서는 5월18일 헬스트레이너 A씨를 조사하기에 앞서 당시 ‘선거자유방해 사건’의 피해자 신분이던 정 전 후보를 출석시켰다. 정 전 후보는 유세 도중 잠시 경찰서를 방문했고, 경찰은 이날 두 사람에게서 자작극 혐의와 관련한 진술을 처음 들었다.

 

금정서는 다음 날인 19일 정 전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20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자작극 정황을 인지한 뒤 입건까지 하루, 영장 신청까지 이틀이 걸린 셈이다.

 

경찰은 5월22일 정 전 후보에게 피의자 조사를 위한 출석도 요구했다. 후보 측은 변호인을 통해 선거가 끝난 뒤인 6월8일께 출석하겠다고 회신했고, 첫 피의자 조사는 실제 6월8일 진행됐다.

 

금정경찰서 수사과장도 한미일보와의 재차 확인 통화에서 부산경찰청 설명자료와 같은 취지라고 밝혔다.

 

이 시간표가 사실이라면 경찰이 자작극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선거 뒤로 미뤘다는 의혹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정이한 당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4월 29일 부산 구포시장에서 목에 깁스를 한 채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경찰은 5월 18일 정 전 후보와 음료 투척자에게서 자작극 혐의 관련 진술을 처음 청취하고 이틀 뒤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자백’ 아닌 ‘관련 진술’…정확한 내용은 비공개

 

다만 5월18일 정 전 후보와 A씨가 실제로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은 당시 상황을 ‘자작극 혐의 관련 진술을 최초 청취했다’고 표현했다. 정 전 후보가 범행 전모와 사전 공모를 인정했다거나 자작극을 자백했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경찰은 검사와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A씨가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후보와 A씨의 사전 공모, 구체적인 역할 분담과 범행 목적이 최초 진술만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는 경찰 측 설명이다. 수사 중인 피의자신문조서와 수사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고, 정 전 후보가 어느 수준까지 범행 관련성을 인정했는지도 외부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선거 보름 전 자백’이라는 표현이 정확한지, 경찰이 이를 ‘관련 진술’로 낮춰 설명한 것인지도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이 차이는 검사가 반복적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첫 영장 신청 뒤 검찰 최소 3차례 보완 요구

 

수사 지연 논란의 핵심 구간은 금정경찰서가 압수수색영장을 처음 신청한 5월20일부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6월2일까지다.

 

경찰은 검사가 수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요구가 있을 때마다 신속히 보완한 뒤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정경찰서 수사과장은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사의 보완 요구가 3차례 이상 있었다고 확인했다.

 

첫 신청부터 발부까지 13일 동안 최소 네 차례의 보완 요구와 재신청 절차가 반복된 셈이다.

 

영장은 선거 전날인 6월2일 오후 9시40분께 발부됐다. 경찰은 선거 다음 날인 4일 오전 정 전 후보와 A씨, 선거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영장이 선거 전날 밤늦게 발부됐고 복수 장소에 대한 집행 준비가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발부된 영장을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묵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남는 질문은 검사가 왜 5월20일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에 최소 네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그 과정이 왜 선거 전날 밤까지 이어졌느냐다.

 

검사가 범죄혐의의 소명 정도와 압수 대상·장소의 관련성,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심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다. A씨가 진술을 번복했고 정 전 후보와의 공모관계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면 추가 보완을 요구할 이유도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보완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것과 이번 사건에서 최소 네 차례의 요구가 모두 필요했고 신속하게 처리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첫 신청 당시 진술·통신 내역 확보…CCTV는 압수 뒤 확인

 

금정경찰서 수사과장에 따르면 경찰은 5월20일 첫 압수수색영장 신청 당시 정 전 후보와 A씨의 진술, 두 사람 사이의 통신 내역 등을 확보한 상태였다.

 

반면 경찰이 사전 모의 정황으로 판단한 헬스장 폐쇄회로(CC)TV 영상은 6월4일 압수수색 이후 확보됐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사건 발생 전날 두 사람이 헬스장에서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사의 최소 네 차례 보완 요구가 적절했는지는 압수수색 뒤 확보된 CCTV가 아니라, 5월20일 당시 경찰이 제출한 진술과 통신자료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압수수색은 범행 전모가 완전히 입증된 뒤 실시하는 절차가 아니다.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과 압수 대상의 관련성,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소명되면 증거 확보를 위해 허용되는 수사 수단이다.

 

경찰이 제출한 진술과 통신자료만으로 공모관계와 압수수색 필요성이 어느 정도 소명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검사가 압수수색 단계에서 범행 전모에 가까운 입증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면 선거범죄의 긴급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반대로 최초 진술이 모호하거나 번복됐고 통신 내역만으로 공모관계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소명하기 어려웠다면, 검사의 보완 요구는 경찰의 영장 신청을 통제한 적법한 절차로 평가해야 한다.

 

부산지검 청사 전경 사진. 2010.[사진 =연합뉴스]3번 넘게 무엇을 보완했나

 

부산경찰청은 공식자료에서 검사가 ‘수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만 밝혔다. 한미일보 취재로 확인된 횟수는 최소 4차례다.

 

첫 보완 요구는 언제 있었는가. 각각의 요구는 두 사람의 공모관계, 범죄혐의 소명, 압수 대상과 장소의 관련성 가운데 무엇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었는가. A씨의 진술 번복은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고 이후 영장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경찰이 보완 요구를 받은 뒤 자료를 다시 제출하는 데 걸린 시간과 검사가 보완자료를 검토해 재차 판단하는 데 걸린 시간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13일이 경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소요됐는지, 검사의 반복적인 재검토 과정에서 지체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한미일보는 부산지검 공보관에게 보완수사 요구의 정확한 횟수와 이유, 단계별 처리기간, 부산시장 선거가 진행 중이라는 사건의 시급성을 고려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부산지검 공보관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수사 중인 사건의 구체적인 증거관계와 피의자 진술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보완 요구 횟수와 날짜, 단계별 처리기간 같은 절차적 사실까지 밝힐 수 없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경찰이 공개한 시간표, 검찰의 13일 드러내

 

부산경찰청은 늑장수사 비판이 확산되자 비공개였던 수사 시간표를 예외적으로 공개했다. 경찰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내놓은 시간표가 오히려 검찰의 13일을 드러낸 셈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검사가 고의로 수사를 지연했다거나 보완 요구가 부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법률적·증거적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부산시장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후보자 피습 사건의 자작극 혐의가 수사되고 있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유권자의 후보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검경은 적법절차뿐 아니라 선거범죄 수사의 신속성도 함께 고려했어야 한다.

 

정이한 자작극 수사 지연 논란의 핵심은 이제 경찰이 왜 영장을 늦게 신청했느냐가 아니다. 경찰이 5월20일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에 검사가 왜 최소 네 차례 보완을 요구했고, 그 과정이 왜 선거 전날 밤까지 이어졌느냐다.

 

경찰은 비판이 확산되자 수사 시간표를 공개했다. 검찰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을 유보했다. 최소 네 차례의 보완 요구가 오간 13일의 기록이 이번 사건에서 추가로 규명돼야 할 핵심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