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분석] 장동혁 남은 1년, 여의도연구원 개혁이 4대 혁신의 열쇠
  • 김영 기자
  • 등록 2026-08-26 20:58:07
기사수정
  • 당원주권·민생·소통·가치정당…별개 아닌 데이터로 연결된 하나의 혁신
  • 민주연구원은 정책·입법·선거전략 생산…여연은 결과물·현장 활용에 물음표
  • 빅데이터 기반 미래전략본부로 바꿔야 ‘국민의힘 2.0’도 성과 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남은 임기 1년의 청사진으로 ‘국민의힘 2.0’ 4대 혁신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당원주권·민생·소통·가치정당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방향은 선명하다. 그러나 당원에게 문을 열고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개혁은 완성되지 않는다. 당원과 국민의 요구를 수집하고 빅데이터로 분석해 정책과 입법으로 전환한 뒤, 그 성과를 조직 운영과 인재 평가에 반영하는 실행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그 중심에 여의도연구원이 있다. 장 대표의 남은 1년은 여의도연구원을 중심으로 4대 혁신을 하나의 실행 체계로 묶어 어떤 결과물을 냈느냐로 평가받게 된다.

4대 혁신, 독립 과제 아닌 연결 변수

장 대표는 26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원주권 2.0’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시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 선출에 당원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모바일 당원증 도입, 당원제도 세분화, 당무감사 평가지표 개선, 당원교육 체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담당할 당원주권 2.0위원회도 조속히 출범시키기로 했다.

‘민생정당 2.0’을 위해서는 당대표 직속 민생활력 PLA위원회를 설치한다. 현장점검(Patrol), 입법(Legislation), 사후관리(Aftercare)를 연결해 경제·외교·안보·청년·미래 분야의 민생정책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소통정당 2.0’에는 확대 당직자회의 정례화와 현장 중심 상설위원회 운영, 직능단체와의 업무협약 확대, 세대·계층·지역별 국민 참여 프로그램이 담겼다.

마지막 ‘가치정당 2.0’은 보수의 가치와 역사를 재정립하는 작업이다. 온·오프라인 기록관을 설립하고 여의도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새로운 보수 의제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당 강령과 기본정책 개편, 보수정체성확립위원회 설치, 선출직 평가제도 개편도 예고했다. 

표면적으로는 네 개의 혁신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흐름이다. 당원주권은 누가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소통정당은 당원과 국민의 요구를 어떤 통로로 수렴할 것인가를 다룬다. 민생정당은 들어온 요구를 정책과 입법으로 바꾸는 과정이고, 가치정당은 수많은 요구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4대 혁신은 ‘참여→수렴→분석→정책·입법→현장 적용→성과 평가’로 이어져야 한다. 이 과정이 끊어지면 당원주권은 당내 선거제도 개편에, 소통은 간담회에, 민생은 일회성 특별위원회에 머문다. 가치정당 역시 기록관 설립과 선언 이상의 결과를 내기 어렵다.

당협위원장 선출에 당원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부터 현역 의원과 기존 당협위원장의 이해관계, 나아가 차기 총선 공천 구조와 맞닿아 있다. 장 대표도 질의응답에서 방향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전국 254개 당협의 교체 문제가 한꺼번에 제기되는 데 대한 당내 우려를 인정했다. 시기와 속도, 방법에 대해 의견을 더 듣겠다고 밝혔다.

참여의 문을 여는 일도 쉽지 않지만 더 어려운 과제는 그 문으로 들어온 목소리를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다. 당원 제안과 현장 민원을 몇 건 접수했는지, 간담회를 몇 차례 열었는지는 활동 실적일 뿐이다. 주거 문제에 대한 요구가 들어왔다면 실태조사와 데이터 분석, 정책보고서, 법안 발의, 예산 반영, 현장 적용과 사후평가로 이어져야 한다.

당원주권 2.0위원회와 PLA위원회, 현장 상설위원회, 보수정체성확립위원회가 각각 움직이면 오히려 새로운 칸막이가 될 수 있다. 각 조직에서 들어온 요구를 한곳에 모으고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으로 가공할 중앙 엔진이 필요하다.

형식은 갖췄지만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연구원은 필요한 기능을 이미 대부분 갖추고 있다. 공식 주요 사업에는 자유·보수 가치 정립, 현안 분석과 정책 대안 마련, 중장기 전략 수립,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국민 소통, 정책·선거 여론조사와 데이터 분석이 들어 있다. 

문제는 기능의 명칭보다 내용과 결과물이다. 보고서와 토론회는 존재하지만 어떤 연구가 당의 핵심 정책과 법안, 공약으로 이어졌는지, 여론조사와 데이터 분석이 조직 전략을 어떻게 바꿨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원과 지역에서 접수한 요구가 어떤 정책으로 채택됐는지, 어느 법안과 예산에 반영됐는지, 정책 결과가 당무감사와 공천 평가에 어떻게 연결됐는지도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여의도연구원의 문제는 새로운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있는 연구·조사·소통 기능이 정책 생산과 조직 운영, 선거 전략과 성과 평가로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다.

민주연구원은 연구를 현장 도구로 바꿨다

민주당 민주연구원과 비교하면 여의도연구원의 과제가 선명해진다.

민주연구원은 연구보고서와 정책브리핑을 구분해 축적하고 있다. 2026년에는 정기국회 주요 입법과제와 경제전망, 소상공인 정책, 전력시장 개편, 지방주도 성장 등의 현안형 정책자료를 발간했다. 지방선거 필승 가이드북과 지방선출직 공직자를 위한 행정·의정활동 가이드북도 내놓았다. 연구물을 입법·선거·지방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하는 구조다. 

2023년 활동 실적을 비교한 보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민주연구원은 전체 활동 가운데 자료 발간과 연구개발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연구개발 77건 중 13건이 총선 정책·전략과 연계됐다. 반면 여의도연구원의 연구개발 65건 가운데 선거 관련 과제로 분류된 것은 청년 이슈 빅데이터와 후보자 경쟁력 분석 시스템 등 2건이었다. 

보고서 건수만으로 두 연구원의 역량을 단정할 수는 없다. 공개되지 않는 여론조사와 내부 전략자료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구 결과가 당의 입법과 정책, 선거와 지방조직 활동에 얼마나 직접 연결되느냐다.

빅데이터 활용에서도 비교할 대목이 있다. 민주연구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동통신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유동인구와 세대 구성, 생활·소비 특성 등을 분석하고 이를 유세 동선과 현수막 설치 등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인공지능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웹 기반 지도에 시각화한 선거전략용 지리정보 플랫폼 ‘전략지도’를 개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여의도연구원도 2023년 38개 지표와 인공지능 분석을 활용한 ‘빅데이터 후보 경쟁력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지역구별 후보 적합도와 상대 후보와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양측 모두 기술은 갖췄다. 차이는 분석 결과가 실제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됐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추적할 수 있느냐에 있다.

빅데이터, 선거 넘어 민생으로

빅데이터는 후보 경쟁력과 유세 동선을 계산하는 선거공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 대표가 내놓은 4대 혁신 전체를 움직이는 공통 기반이 돼야 한다.

당원주권 2.0을 위해서는 책임당원의 지역·연령·직업별 구성과 활동, 교육 참여, 정책 제안과 선호를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투표권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계층의 목소리가 과대 또는 과소 대표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소통정당 2.0에서는 중앙당과 시도당·당협에 들어오는 민원, 직능단체의 요구, 온라인 여론과 지역 현안을 통합해야 한다. 단어의 언급량을 세는 수준을 넘어 지역·세대·직업에 따라 문제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해야 한다.

민생정당 2.0에서는 지역별 주거비와 일자리, 상권 변화, 교통·의료 접근성, 세대별 정책 수요를 분석해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이 법안과 예산에 반영됐는지, 실제 민원 해결로 이어졌는지도 추적해야 한다.

가치정당 2.0에서는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시장경제·한미동맹이라는 보수의 원칙이 구체적인 정책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데이터가 가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가치가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을 막는 검증 수단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당·시도당·당협에 흩어진 당원 제안과 민원, 지역·직능 현안을 모으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부터 구축해야 한다. 분석 결과를 정책보고서와 법안, 예산 요구안, 지방선거 공약으로 전환하는 정책 생산라인도 필요하다.

정책이 실제로 발의·반영·집행됐는지를 추적하고 그 결과를 당무감사와 선출직 평가에 반영하는 환류 체계도 갖춰야 한다. 특히 정치적 견해가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목적 외 이용 금지, 비식별화와 접근권한 통제 등 엄격한 법적·윤리적 기준이 전제돼야 한다.

연구원의 성과지표 역시 보고서와 토론회 숫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원·국민 제안의 정책 채택률, 민원 처리기간과 해결률, 법안·예산 반영 실적, 공약 이행률, 시도당·당협의 정책 활용도 등을 측정해야 한다.

여의도연구원은 별도의 권력기관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를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성과를 평가하는 당의 미래전략본부 역할을 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지도부와 의원, 당원이 하되 판단의 근거와 실행 결과는 데이터로 축적돼야 한다.

남은 1년, 첫 개혁 대상은 여의도연구원

장 대표는 지난 1년을 무너진 당을 일으키고 흩어진 보수를 결집한 시간으로, 남은 1년을 2028년 총선 승리의 교두보를 쌓는 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결집된 당심만으로 총선 과반을 얻을 수는 없다. 당심을 민심으로, 민심을 정책과 성과로 연결하는 공통 기반은 데이터이며 이를 담당할 실행기관이 여의도연구원이다.

장동혁의 ‘국민의힘 2.0’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당원과 국민에게 얼마나 넓게 문을 열었느냐보다 그 문으로 들어온 목소리를 몇 개의 정책과 법안, 민원 해결과 조직 변화로 만들어냈느냐가 기준이다.

4대 혁신의 출발점은 여의도연구원 개혁이고, 여의도연구원 개혁의 출발점은 빅데이터 기반 실행 체계 구축이다. 형식은 이미 갖춰져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여의도연구원을 당의 의사결정과 현장을 움직이는 실행기관으로 바꾸는 일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