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미래에셋 로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돌연 사퇴 배경에 미래에셋그룹의 로비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했다. 개각에서 유임된 김 전 실장이 불과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새로운 제보나 보고가 있었는지도 대통령실이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을 ‘이재명 정권 ETF 게이트’로 규정했다.
그는 “개각도 피해 간 김용범 실장이 갑자기 사퇴한 이유가 미래에셋 로비의 꼬리를 밟혔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김 실장이 악착같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추진한 이유가 미래에셋 로비의 결과라면 단지 김용범 실장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유임됐다. 그러나 이튿날인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9월1일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의 구체적인 사퇴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시간표를 근거로 김 전 실장이 단순한 정책 실패의 책임만 지고 물러난 것인지, 개각 직후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사퇴한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현주와 포시즌스호텔서 술자리 의혹”
장 대표는 이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 전 실장의 구체적인 회동 의혹도 처음으로 공개 제기했다.
그는 “박현주 회장이 포시즌스호텔에서 김용범 실장과 회동하고 술파티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이 이재명 정부가 조성한 150조원 규모 미래성장펀드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김 전 실장의 아들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아들이 미래에셋 계열사에 근무하는 사실도 정책 결정 과정의 이해충돌 여부를 따져봐야 할 사안으로 제시했다.
장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한 국민 피해가 54조원에 달한다”며 “빚투에 나섰던 개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증권사들은 급격히 늘어난 수수료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용범과 관련자들이 국민 재산을 수탈해 증권사의 배를 불려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장 대표가 주장한 54조원 피해액의 구체적인 산출 방식은 이날 공개된 발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투자자의 실현손실과 평가손실, 기초 종목의 시가총액 감소 등을 어떻게 계산했는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추가적인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김용범 혼자 대형사고 쳤겠나”
장 대표는 조사 대상을 김 전 실장 개인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용범 실장 혼자서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책 결정 라인 전반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고 김 전 실장을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 가능성에 대비해 김 전 실장이 출국해서도 안 된다고 요구했다.
김 전 실장은 사퇴하면서 “결과가 자랑스럽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이보다 더 뻔뻔할 수 있느냐”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시장 혼란에 관한 정책적·법적 책임을 사퇴만으로 덮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장 대표가 제1야당 대표 명의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래에셋 로비와 호텔 회동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김 전 실장과 박 회장의 회동 일시와 동석자, 대화 내용, ETF 정책과 관련한 청탁 여부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포시즌스호텔 회동이나 로비를 확인된 사실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김 전 실장의 사퇴가 해당 의혹과 직접 관련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개각에서 유임된 정책실장이 하루 만에 사의를 밝힌 이례적인 경위는 대통령실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제1야당 대표가 기업과 인물, 호텔까지 특정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한 만큼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만 넘기기도 어렵다. 장 대표 측은 확보한 제보와 근거를 제시하고, 김 전 실장과 미래에셋은 회동 여부와 성격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유임 결정 이후 무엇이 달라져 김 전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장 대표가 조만간 추가 근거를 공개할지, 김 전 실장과 미래에셋 및 대통령실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가 이번 의혹의 실체를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