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11일(목)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2025.9.12 [연합뉴스]
지난 4일(목)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실시된 이민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317명 중 316명이 11일(목) 석방돼 한국으로 떠났다.
추방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문제와 미국과 한국간의 무역협정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등의 여러 우려 속에서, 거의 전원이 '석방'된다는 점에서 한국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잘 해결돼서 기쁘다"고 하기에는 남아있는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법무사 루시 오르티즈(Lucy Ortiz)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 전문 법무사 루시 오르티즈(Lucy Ortiz)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그녀가 가장 먼저 언급한 점은 영주권 신청자로 알려진 근로자 2명 이었다.
오르티즈에 따르면, 잔류를 결정한 근로자 1명은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한 뒤 노동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류해 영주권 절차를 계속 밟을 수 있게 됐다.
또다른 분는 역시 불체자 신분이 된 상태에서 시민권자와 결혼했지만, 영주권 절차나 노동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근로자는 모르고 자진 출국 서류에 서명하는 바람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오르티즈는 이 근로자가 불체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자진출국'하더라도 10년 간 재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자진출국하지 않았더라면 영주권 처리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인데, 되려 미국 내에 남는 시민권자 아내와 생이별을 하게 된 셈이다.
ESTA나 B1/B2 같은 무비자와 단기 여행·출장비자로 왔던 근로자들도 '자진출국' 서류에 서명함으로써 스스로 '불법 노동자'였음을 인정한 셈이어서, 이들이 재입국을 원할 때 비자 담당관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수)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이 11일 귀국하는 동시에 향후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으로 미국 측의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르티즈는 "말만 가지고는 저는 믿을 수가 없어요"라며 "진짜 적용이 되어야지만, 그분들이 들어와야지만, 믿을 수 있는거지, 그쵸?"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간 근로자들이 향후 재입국을 할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노동을 할 수 있는 E-2 Employee 비자(고용비자) 내지는 L 비자(주재원)를 받아야 하는데, 미국의 관련 법규는 비자 발급이나 입출국 통과 여부를 철저하게 담당자의 재량권 하에 두고 있다. 정부가 보장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르티즈는 비자 이슈가 불거져나온 것이 2022년부터 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자면제프로그램(ESTA)으로 입국해 80여 일을 근무하고(규정상 최대 체류일은 90일) 돌아가는 방식으로 1년에 서너번 입국한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입국 금지를 당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해외 투자 기업의 기술인력을 위한 별도의 비자 카데고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비자 문제 타결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결과적으로 한미 간 협상을 통해 비자 문제까지 전향적으로 풀 수 있다는 성과물이 생겼다"고 말했다.
당장 문제는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데 최소 1년 이상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사태로 인해 HL-GA 배터리 공장 건설은 완전 중단된 상태이며, 이로 인한 현대자동차 양산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그런데다 한국과 미국간의 관세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한국은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관세협상을 마치고 15%로 세율을 낮추면서 한국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일단 이번에 송환된 근로자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비자 발급 절차로 인해 최소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계속해서 미국에 남아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법적인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로 할 바에는 당장 지금부터 적용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를 존중해 일단 귀국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전세기가 애틀랜타 공항을 출발하면서 말 많았던 일주일간의 폭풍이 일단락은 됐지만, 현장에도 한국과 미국 양국에도 정리해야 할 일들이 첩첩산중 모양 쌓여있다.
미국 NNP=홍성구 대표기자 / 본지 특약 info@newsand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