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與 사법개혁에 사법권 독립 강조…"국회 소통·설득"
법원의날 기념식 발언 통해 공식 입장 표명…"사법부 향한 우려섞인 시선 무겁게 받아들여"
"국민 위한 올바른 길 찾겠다"·"재판독립 확고히 보장돼야"…판사들엔 "흔들림 없이 재판"
조희대 대법원장, 법원의 날 기념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9.12 hihong@yna.co.kr
조희대(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이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12일 오전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제1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한 뒤 대법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최근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는 국회와는 물론 정부, 변호사회, 법학교수회, 언론 등과 다각도로 소통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며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감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법개혁에 사법부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법부 안팎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사법제도 개선 논의에 참여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논의 과정에 사법부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이뤄진 사법개혁 논의는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 바 있다.
과거 청와대, 대법원과 국회, 검찰을 포함한 행정부가 사법제도발전위원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추위),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등의 형태로 사법제도 개선안을 논의해 형사소송법 개정, 인신구속제도 개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범, 국민참여재판 도입, 양형제도 개선 등의 결과물을 도출했다.
당시 법원에선 이광범 현 LKB평산 이사회 의장, 홍승면 전 고법 부장판사, 김형두 현 헌법재판관 등의 판사가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내부를 향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그는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관 여러분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근 우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이 사법부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보완하며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포함된 대법관 증원안을 두고는 하급심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은 판사정원법 개정에 따른 법관 증원 이후 1심 법원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이 충원되는 대로 1심에 집중적인 법관 배치를 통해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특히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는 전담 재판부를 설치·운영해 국민이 분쟁의 초기 단계에서 법의 보호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날 기념식 참석하는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2 hihong@yna.co.kr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해소와 관련해 개선의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법관 구성원들을 향해 "나아가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사법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법관을 법원장으로 보임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폭넓은 경험을 가진 법조인이 법관으로 임명하는 등 인사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숙한 중견 법관의 중도 사직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과 '미래등기 시스템' 개통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사법정보화서비스, 편리한 등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조만간 형사 전자소송을 안정적으로 도입해 형사사법 절차에서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오후 2시부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천 처장이 앞서 사법부가 배제된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 우려를 표한 만큼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사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