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장관이 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간지에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기사가 실렸다. 합동참모본부의 전 장군과 중대령급 실무자를 한꺼번에 교체한다는 기사였다. 합참에 처음 근무할 경우 한 분야 업무 파악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예전에 천안함 사태가 발발했을 때 우리가 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합참의장 직위에 합참에 처음 근무하는 분을 의장으로 보임하여 위기대응이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분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솔직하게 본인은 합참 근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보직 이후 6개월 동안 용어와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합참 장군과 실무자와 과장급 장교를 한꺼번에 교체한다는 것은 보복성 인사이고 합참을 약화가 아닌 초토화시키려는 조치이다.
회색지대 전술 답변 미흡이 초래한 군 통솔의 파탄
합참의장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회색지대 전술, 하이브리드 도발, 회색공간 포메이션 개념 등에 대한 답변이 부실했다면 그 책임은 “본인의 직무준비 부족”이지, 합참 전체 장성을 보복성으로 일괄 교체하는 방식으로 발산할 사안이 아니다. 전략적 무지의 책임을 지휘책임의 하향 전가 방식으로 처리하는 순간, 군 통수와 지휘 시스템은 ‘책임 → 아래로 투과, 영광 → 위로 독점’이라는 가장 악성적 형태로 변질된다.
군의 전투력은 시스템적 연속성과 팀 리던던시 (Redundancy 여분,이중화), 축적된 맥락적 지식으로 유지된다. 특히 합참은 정보–작전–지휘통제 –연합방위–전구기획의 연결 핵심이며, “사람을 즉시 교체가능”한 일반 행정기관이 아니다. 합참지휘 장성 40명을 통째로 갈아치우는 순간, 전투준비태세는 최소 6개월 이상 공백과 혼란을 가져온다. 이는 인사의 정치화 그 자체이며, 군을 사례·선례로 길들이는 위험한 신호를 남긴다. 전략이 아니라 정치를 기준으로 군을 정렬시키는 것은 국가 생존전략의 붕괴다.
합참의장이 정치적 압력을 받았거나 정신나간 짓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전략사령관을 지냈고 자체 인사권이 없는 합참의장이 그런 졸렬하고 해괴한 결정을 스스로 할 이유는 없고 이러한 발상은 당연히 국방부장관 이상의 군 통수부의 조치로 생각된다.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평시에 실무자까지 한꺼번에 교체하는 일이 있는지 제시해 주기 바란다. 군장교들의 보직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보직되는게 아니다. 그런데 12.3 계엄당시 합참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원교체라는 말도 안 되는 조치를 한다면 이는 조선인민군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
대규모 일괄 교체는 전투력 약화와 조직문화 붕괴로 직결
군의 전투태세는 전략 및 전력 기획, 연합 지휘통제통신, 분산·확장 억제, 동맹군의 시차별 전개 목록의 이해 등 연속 누적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 이 영역은 “사람이 바뀌면 바로 되는 직무”가 아니다. 특히 합참의 연합작전은 단일 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군과의 실시간 인터페이스, 정보 싱크로나이제이션 (정보가정과 판단에 근거를 둔 공조), 전구우선순위 할당 경험, 동맹 간 신뢰자산이 있어야 유지된다.
40명을 일괄 교체하는 것은 누적지식, 상황판단 알고리즘, 판단의 맥락 메모리 전체를 날리는 것이다. 전투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기억의 연속이다. 인사권이 국방부에 있다고해도 합참의장이 이런 신호를 공표하는 것은 “군 내부 전체를 행정·정치용 숙청 싸이클의 대상”으로 만드는 최악의 선례를 남긴다.
지난 계엄 여파로 인한 인적쇄신이라는 명분도 위선이다. 지휘장교는 사건의 정치적 여파를 위해 희생시키는 소모품이 아니며, 여전히 재판 중이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사건을 빌미로 지휘부를 통째로 갈아엎는 것은 민주통제 명분하에 “전투력 자해”로 이어진다. 군대는 위기의 순간, 심판하지 않고 수행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수행할 조직을 스스로 파기시키면, 국가가 누릴 억제효과 자체가 무너진다. 전시작전 통제권이 아무리 미국에게 있다해도 이 조치는 문제가 크다.
합참 근무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최소 6개월은 헤매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 오래 갈 수 있다. 거의 합참 창설 수준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합참이 미워도 이것은 정상 조치가 아니다.
군에 필요한 것은 숙청이 아니라 전략 역량의 갱신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견되어 전투 경험을 가졌고 핵으로 무장했다. 사이버전, 우주전, 전자기전 대비 등 다영역 작전은 교리정립도 시작 단계다. 그런 차제에 회색지대 전술, 인지전, 초한전, 하이브리드전, 공급망 타격, 전력비대칭의 시대에 군이 해야 하는 것은 전술/교리의 진화이며, 그것은 제거를 통한 비워내기가 아니라 지능화된 축적과 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략으로 승부하지 못한 지휘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군을 통째로 교체하려 한다면 그것은 전략능력 고도화 통로 봉쇄이며, 군이 정치에 길들여지는 폭력적 조직 리셋이다. 인사는 사상 검증의 툴이 아니라 전투력 최적화의 도구다.
국방부장관이 그런 조치와 의도를 비추었다면 합참의장이 해야 할 일은 직을 걸고 자리를 던지거나 반대해야 한다. 고위직에 오른 사람일수록 하루를 해도 언제 내가 직위를 걸고 하산해야 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역사에 오점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불의에 저항한 올바른 장군으로 남을 것인지는 오로지 합참의장 자신의 판단과 결심에 달렸다.
합참의장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회색지대 대비 교리 정교화
전구사령부–합참–한미연합 사이의 판단 통로 재정비
인지전을 C2체계에 통합하는 것이지, “대량해임형 숙청”이 아니다. 전투는 결국 지휘를 통해 승리한다. 지휘는 적응·축적·신뢰 위에서 성립한다.
이것을 일시에 파괴하는 행위는 군지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해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참의장의 합참 장군 및 실무자 대폭적인 교체 발언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국방부는 인사권자 정당성과 전투력 보호원칙에 따라 이 숙청시도를 단호히 중지해야 한다. 진영승 합참의장의 결단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군인이 무질서를 질서상태로 되돌리는 직업이라 하더라도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군생활을 하지않는 것만 해도 여간 다행한 것이 아니다.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