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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제1도련선' 드론전 대비 나선 미군…우크라전서 배웠다
  • 연합뉴스
  • 등록 2025-12-14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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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섬서 드론 이용한 강도 높은 전투 훈련 언론 공개
  • 하와이서 8천명 동원한 대규모 공방전 연습…내년 '중국 눈앞' 필리핀서 훈련


드론 운용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드론 운용하는 우크라이나 병사. AP=연합뉴스

"드론을 하나 받고 그걸로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또 새로운 드론을 받고 그걸로 훈련하고, 테스트를 합니다."


하와이의 한 섬에서 소속 부대의 드론전 훈련에 참여한 미 육군 상병 조시아 휘트는 정글 상공 약 600미터 높이에서 선회비행 중인 정찰 드론이 보내온 영상을 노트북 화면으로 들여다보면서 가상 적군의 병력 숫자를 세고 있었다.


반대로 가상 적군 역할을 맡은 카마카니오칼라니 만 토미타 상사는 7대의 군집 드론을 활용해 상대방의 은신처에 기습 공격을 가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소대가 1년 전만 해도 소형 쿼드콥터 드론 한 대만 운용했지만 이젠 7종류로까지 운용 범위가 늘어났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드론 전쟁'을 두고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너무나 무섭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하와이의 여러 섬에서 지난 11월 진행된 훈련 현장 모습을 전한 기사에서 미 육군이 장차 태평양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 전쟁에 대비해 드론전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장비와 전술을 전면적으로 개편 중이라고 전했다.


미 육군은 2주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훈련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최신 드론 장비들을 공개했다.


WSJ은 "이런 체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장에서 전투 양상을 지배하고 있다"며 "값비싼 전투 장비에 오랫동안 의존해온 미국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기동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모성 장비가 중심이 되는 전혀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육군은 지난 20여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군과 주로 싸워왔지만 앞으로 태평양 전선에서 벌어질 수 있는 중국과의 전투 양상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장기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


따라서 미군이 태평양에서 중국군과 전쟁을 한다면 제공권 장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 병력이 정글로 덮인 태평양의 여러 섬에 흩어진 채 제한된 보급 지원 속에서 힘겹게 전투를 치르게 될 수 있다.


미군을 중심으로 대만,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온 병력까지 총 8천명 이상이 참여한 훈련은 미국 동맹국의 섬 영토가 공격받아 적군이 먼저 상륙했고, 미군이 수주 뒤 전투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WSJ은 이 훈련의 가상 적국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만을 강제 합병하기 위해 침공을 하고 미군이 개입한다면 미군과 중국군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잇는 '제1도련선' 상에서 공방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훈련은 미군 역할을 맡은 병력과 가상 적군 역할을 맡은 병력이 모두 최신 드론 기술을 전면적으로 활용한 가운데 진행된 점이 특징이다.


병사들은 드론을 활용해 싸우는 법, 적의 드론을 상대로 싸우는 법, 전자전을 통해 싸우는 법을 모두 배운다.


장병들은 첨단 군집 드론에서부터 3D 프린터로 제작한 저가 수제 자폭 드론까지 다양한 드론으로 상대방을 찾아 공격하는 훈련을 했다.


또한 반대로 아이폰 크기만 한 드론 차단기로 적 드론을 교란하거나, M4 소총 끝에 장착해 날아드는 드론을 정확하게 맞춰 떨어뜨릴 수 있는 '스마트 슈터'를 활용해 드론을 막는 방법도 배운다.


드론에 노출된 전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공격 대상이 되기 쉬운 지휘소도 트럭 몇 대 규모로 축소하고, 장비를 위장막과 나뭇가지 등으로 철저히 위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산형 대형 드론부터 소형 상용 드론까지 수많은 종류의 드론이 전장에 동원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훈련에서는 여러 종류의 드론들이 동원돼 600회가 넘는 비행을 했다.


훈련에 참여한 미 육군 25보병사단 사단장 제임스 바솔러미즈 소장은 "현대 전투 현장의 진실은 누구나 노출돼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보고 배운 것은 일종의 고양이와 쥐 게임"이라고 말했다.


25보병사단의 두 개 여단 중 하나는 내년 1도련선을 구성하는 필리핀으로 나가 이번 훈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테스트에 나선다.


숀 커리 사단 주임원사는 "여기 하와이에서 통했던 것들이 습도가 섭씨 38도의 온도와 100% 습도 환경인 제1도련선에서도 통할지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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