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신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조선의 책가도까지”… ‘인류의 조형예술 읽기’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著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5-12-14 16:02:26
기사수정
  • 인류의 조형예술 읽기: 문양에서 조형언어로/ 강우방 지음. 무본당, 7만6000원
  • 조형예술에 새겨진 문양의 비밀… 예술의 생명성과 역동성 표현

 

이미지의 시대에 형태의 근본을 묻는 ‘인류의 조형예술 읽기’가 출간됐다. 미술사학의 거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책에서, 오랜 현장 조사와 수많은 유물 분석을 통해 예술에 표현된 문양이 ‘조형언어’임을 밝혀낸다.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는 이 책은 지금까지 예술사에서 해석되지 않았던 작품에 새겨진 ‘문양’에 주목한다. 

 

일반적인 예술론이 작가와 시기, 지역, 양식적 특성 등을 중심으로 한다면 이번 책은 한국과 세계의 유물, 작품에 표현된 문양이 ‘조형언어’로 작동하고 있음을 실증한다.

 

조형예술에 새겨진 문양, 곧 조형언어는 반복과 변주의 시적 순환 속에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작품을 생성하는 원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동서양 수만 점 유물과 세계의 회화, 조각, 건축, 문양, 금속공예, 복식 등 조형예술 작품에 새겨진 문양이 도상학적 기호나 장식이 아니라, 예술의 생명성과 운동의 원리가 시각적으로 재현된 ‘조형언어’임을 밝히고 있다.

 

‘인류의 조형예술 읽기: 문양에서 조형언어로’(무본당) 펴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임요희 기자

저자는 이 조형언어를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보주’라는 네 가지 형태로 제시한다. 이 네 가지 조형언어가 작품에서 다양한 리듬으로 표현되며 예술을 생성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저자는 이를 직접 그리고 채색하는 ‘채색분석’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그 양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예술은 막연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읽고 발견하며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살아 있는 작품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저자가 제시하는 ‘조형언어’와 ‘채색분석’이라는 예술 ‘읽기’의 미학은, 조형의 생명성과 역동적인 힘을 되살려낸다.

 

가령 통일신라시대 기와인 녹유 용면와(龍面瓦) 채색분석은 용의 조형언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와에 새겨진 ‘얼굴’은 귀신이나 도깨비가 아니라 조형언어(제1, 제2, 제3영기싹, 보주)로 구성된 영기문이며, 특히 용의 입 속 둥근 보주와 조형언어는 조형을 생성하는 힘으로 자리한다.

 

또 강서대묘 사신도의 청룡을 보면, 청룡의 다리에 도르르 말린 문양이 겹치며 용의 몸통으로 이어질 때, 벽에 용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덤이라는 장소에서 ‘용이 생겨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용이 왜 그곳에 있는지 탐구하며, 조형언어의 형상으로 예술이 생성하는 현장을 느끼는 것이다. 

 

조선 책거리의 만병과 책갑, 붓통 등이 펼쳐진 장면에서도 예술의 생성 장면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우방 원장은 직접 그리고 채색하는 ‘채색분석’을 통해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보주’라는 네 가지 형태의 조형언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무본당

책은 1장부터 58장에 걸쳐 ‘예술은 왜 이러한 문양을 반복해 왔을까?’ ‘문양은 단지 장식일 뿐일까?’ ‘인류는 무엇을 기억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형상을 남겼을까?’ ‘우리가 그 형상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예술에 대한 지평을 넓힌다.

 

임요희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