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별검사. 연합뉴스
편집위원·육사 40기조은석 내란특검이 6개월간의 수사를 마치고 ‘12·3 비상계엄’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249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리하고 27명을 기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권력 독점과 유지를 목적의 친위 쿠데타’로 규정했다.
특검은 그동안 제기돼 왔던 핵심 의혹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했다. 사법부의 계엄 동조설, 무속인의 계엄 영향력 행사, 검찰·국정원 포렌식 요원의 선관위 출동설, ‘2차 계엄 시도’ 등은 모두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일부 혐의만을 떼어내 ‘권력 독점과 유지’를 위해 계엄을 했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형사 책임의 엄격한 기준보다는 정치적 평가에 가까운 성격을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내란 특검이라는 명칭과 달리, 특검은 내란죄의 법리적 성립 여부를 정면으로 판단하거나 구성요건에 따라 설명하지 않았다. 약 2,900자 분량의 종합보고서에는 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시적 법리 판단이 포함되지 않았고, 계엄을 내란죄 구성요건과 직접 연결해 해석한 표현도 없었다. 내란 특검은 핵심 쟁점에 대한 법리 판단은 유보한 채, 권력 독점과 유지라는 정치적 책임을 강조한 것은 형식적 수사 요약에 불과하다.
1. 내란 특검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12·3 비상계엄은 국가에 큰 위기가 있다고 판단할 때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헌법재판소 역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할 때 비상권 발동의 1차 판단권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특검은 국무회의 심의·국회 통보 등 절차가 전면 부정될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을 증명하지 못했다.
정치적 권력 유지 목적 역시 문서나 지시로 입증되지 않았고, 언론 통제·국회 봉쇄·대규모 병력 투입 등 헌법 침해는 현실화되지 않은 채 6시간만에 해제됐다. 또한 계엄은 헌법 문제이고 내란은 형법상 폭동·실행 착수가 요건인 별개 개념으로, 내란 특검조차 내란 성립에 대한 명시적 판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계엄을 위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 내란 특검은 정황과 의도만으로 범죄를 구성한 것인가?
내란 특검은 180일간 238명의 수사 인력과 500억을 투입해 수사를 벌였지만, 핵심 내용은 이미 검찰이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며 대부분 드러난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검은 계엄 논의가 취임 초기부터 있었고, 2023년 10월 이전부터 조직적으로 준비됐다고 판단하며 박안수·여인형 장군 등 핵심 인사의 요직 배치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문서에 국회 봉쇄나 언론 통제 등 반헌법적 지시와 실제 병력 이동이나 물리력 행사 등 실행 착수 행위와 군 인사와 대비 문건 작성이 통상적 군사 대비 범주를 벗어났는지에 대한 기준 역시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특검은 계엄에 이르게 한 정치·제도적 배경과 당시 국정을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발언, 인사조치, 계엄 관련 문건 작성 등 정황을 누적해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형사법에서 정황과 의도만으로 범죄를 구성할 수 없다. 정황과 의도가 현행법 위반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입증할 때 기소의 대상이 된다. 조각 파편 수천 개를 모아도 도자기가 될 수 없듯이, 정황과 의도는 아무리 많이 정리해도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
단일 시점의 정황을 근거로 범죄 의도를 구성하는 방식은 법리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 합법적으로 선거에 의해 성립된 민주주의 정부의 ‘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하고 처벌한 사례가 없는데도, 여당은 계엄 이후 곧바로 ‘내란몰이’를 했고 특검은 국제적 사례를 명시하지 않았다. 국민은 정치의 감정에 법치가 휘둘리는 모습을 1년 이상 지켜보았다.
3. 정황과 의도를 범죄로 구성한 내란특검, 법원이 단죄해야
특검 발표는 사실 규명보다 정치적 주문에 대한 꿰맞추기 판단으로 보인다. 계엄 목적을 ‘정치적 반대 세력 제거와 권력 독점·유지’로 규정하고 이미 알려진 문건과 정황에 추정을 덧붙이는 방식이 반복됐다.
특검은 27명을 재판에 넘긴 것을 성과라고 했지만, 계엄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던 장관들이나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내란에 가담했다며 체포하려 했고, 이 중 대부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너무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검은 드론을 군사 목적으로 북한 근처에 보낸 것이 북한을 자극해 위기를 만들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지만, 북한과 실제로 몰래 협의한 통모(通謀)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래서 ‘외환유치죄’ 보다 덜 무거운 ‘이적죄’를 적용했다. 이는 애초에 외환 범죄를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같다. 또 수사 중에 주한미군 기지를 압수수색하려 하면서, 미국과 맺은 SOFA(주둔군지위협정)를 어긴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외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친위 쿠데타’라고 표현하면서 정치적인 의미를 강하게 부여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다시 수사를 하면서 정치적인 논란이 더 커졌다. 게다가 앞으로 또 다른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특검의 이런 수사를 다시 조사해야 하고, 마지막 판단은 결국 법원이 내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12·3 비상 계엄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었다. 이제 비상권한 발동 절차의 투명화 조치, 거대 여당에 의한 삼권 분립 파괴시 국민 저항권, 국회 견제력이 깨진 상황에서의 행정부 통제 장치 마련, 문서와 지시 체계에 대한 감사 구조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국가 과제를 남겼다.
자유민주주의는 아무리 위중한 사건도 정황과 의도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내란몰이’는 귀를 코에 걸려는 무리한 책동이고 위헌적 공작이다. 지금의 독선적이고 오만방자한 국정운영은 인내심의 한계를 초래하고 있다. 다수의 민심과 군심은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로 내란 정국을 종식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키길 기대하고 촉구한다.
한미일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