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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은 끝났고, 인도는 시작됐다 ③ 배터리는 이미 인도에서 답을 찾고 있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2-23 13: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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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이륜차에서 시작된 인도의 전동화
  • 주행거리보다 안전성… 배터리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 중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 시장, 한국 배터리에 열린 공간
이 기획은 중국을 전제로 한 성장 공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선택한 새로운 좌표가 왜 인도였는지를 추적한다. 산업별 사례를 통해 ‘중국 이후’가 어떻게 인도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현대차·기아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인도의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Exide Energy)와 인도 전용 EV 차량의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4.04.08. [사진=현대차 제공] 

<목차>

 

① 왜 인도인가 

② 자동차는 왜 먼저 인도로 갔나

③ 배터리는 이미 인도에서 답을 찾고 있다 

④ 반도체의 다음 질문

⑤ 조선은 왜 중국을 벗어났나

⑥ 기업은 움직였고, 정부는 없었다

  

전기이륜차와 리튬이온의 현실

 

인도에서 ‘중국 이후’가 가장 먼저 현실이 된 산업은 배터리다. 다만 그 무대는 대형 전기차가 아니다. 

 

인도의 해답은 전기이륜차에 있다. 이는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문제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이륜차 시장이다. 

 

누적 보급 대수는 2억 대를 넘고, 연간 판매량만 1500만~2000만 대에 이른다. 

 

자동차보다 이륜차가 일상 이동의 중심인 사회 구조에서, 전동화 역시 이륜차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인도의 전동화 경로는 중국·미국과 다르다. 

 

대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를 먼저 깔아야 하는 시장이 아니라, 집에서 충전이 가능한 이동수단이 먼저 전환되는 시장이다.

 

이 구조는 배터리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도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핵심은 주행거리보다 안정성·내구성·충전 편의성이다. 

 

저가 경쟁이 가능한 중국산 배터리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지만, 화재 위험과 수명 문제는 이미 시장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값은 싸지만, 일상 이동 수단으로 쓰기에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흔히 제기되는 오해가 있다. 중국이 강점을 가진 인산철(LFP) 배터리에서 한국은 뒤처졌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였다.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용 배터리에서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의 균형을 중시했고, 인산철을 ‘자동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으로 생산하지 않았을 뿐이다. 

 

기술적으로는 인산철을 포함한 리튬이온 계열에서 효율과 안정성 면에서 중국을 상회하는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인도 전기이륜차 시장은 이 판단을 다시 유효하게 만든다. 

 

고출력·고밀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반복 충전에 대한 내구성이다. 


한국 배터리가 강점을 지닌 영역이다. 

 

특히 상위 10~15% 소비층을 중심으로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배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인도의 소득 구조와도 맞물린다. 평균 소득은 낮지만, 상위 소비층의 규모는 이미 하나의 국가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동 수단을 생계가 아닌 품질과 신뢰의 문제로 선택한다.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가 유리한 또 다른 이유는 정치·감정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다. 

 

인도에서 중국 기업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강력한 경쟁자지만, 국경 분쟁과 안보 갈등으로 인해 신뢰 자산이 취약하다. 

 

반면 한국은 기술 경쟁자이되 경계 대상은 아니다. 인도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 한국 배터리는 중국 의존을 줄이면서도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다.

 

이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인도의 전기이륜차 전환은 정책 선언 단계가 아니라, 일상 이동의 변화로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배터리는 가장 먼저 검증을 받는 부품이 된다. 

 

화재 한 번, 품질 문제 하나가 곧바로 브랜드 신뢰로 이어지는 시장에서, 값보다 신뢰를 중시하는 선택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흐름이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 전기이륜차 시장은 중국 없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독립 수요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는 이미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답으로 작동하고 있다.

 

배터리가 인도에서 먼저 답을 찾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인도가 더 이상 실험 대상 시장이 아니라, 중국 이후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다만 모든 산업이 이 속도를 따라오지는 못한다. 

 

다음 편에서는 아직 질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산업, 반도체를 살펴본다. 인도는 반도체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시험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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