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대규모 공격은 단순한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다층·다종 전력을 동시에 투입한 포화 공격이었다. 이란은 전쟁 개시 이후 500발 이상의 탄도·순항미사일과 2,000기 이상의 드론을 운용해 왔으며, 그중 상당수가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를 동시에 겨냥해 발사되었다.
일부 드론은 AI 기반 경로 변경·회피 기동으로 요격 계산을 어렵게 했다. 미사일은 다중 분리 비행경로를 통해 요격체계를 분산시켰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연합 방공망을 총동원해 대부분을 요격했다. 이란 지도부는 공황에 빠졌고 전력은 마비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이는 전쟁도 인간의 판단 속도를 넘어선 인공지능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초 단위로 전개되었다. 인간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전쟁은 이미 AI가 주도하는 영역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한국의 전작권 전환 논쟁은 여전히 ‘전시 지휘권을 누가 갖느냐’라는 조선조 쟁송(爭訟)같은 유치한 질문에 머물러 있다. 전쟁의 속도는 21세기 빛의 속도로 치달았는데, 논쟁의 프레임은 과거 사색당파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란의 대규모 공격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현대전의 승패가 지휘권이 아니라 ‘전장 네트워크의 연결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포화 공격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적 능력 때문이 아니라 미국·영국·프랑스·요르단까지 참여한 자동화된 연합 방공망 덕분이었다.
미국의 조기경보 위성, 장거리 레이더, 전자전 장비, 통합 지휘통제 체계, 글로벌 데이터 링크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며 탐지·추적·요격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했다. 이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 사례는 현대전이 더 이상 개별 국가의 전력만으로 감당될 수 없으며, 동맹 기반의 정보·정찰·지휘통제 체계가 생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국이 전장 연합 네트워크를 혼자 만들 수 있는지 따져보면 답은 명확하다. 연합 체계를 갖추려면 하늘에서 적 미사일을 가장 먼저 찾아내는 조기경보 위성, 수백 km 밖을 감시하는 초장거리 레이더와 휴민트의 조합, 적의 통신과 레이더를 교란하는 전자전 장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여러 나라의 군 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국제 데이터망과 날아오는 표적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요격 순서를 계산하는 AI 전투관리 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미국처럼 막대한 예산과 수십 년의 기술 축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 단독으로 만들기에는 비용도, 기술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강한 군대를 갖고 있지만 ‘전쟁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두뇌와 신경망’을 혼자 만들 수는 없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된 전작권 전환 논쟁은 전장 환경의 변화를 외면한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자주’라는 상징은 얻을 수 있지만, 미국의 조기경보 위성, 인도·태평양 전역 레이더망, 전자전 플랫폼, 글로벌 데이터 링크와의 자동 연동은 약화된다.
한국 방공망은 사드와 천궁과 패트리엇 등 강력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미국의 정보·정찰·전자전 자산과 연동될 때 비로소 다층 방어가 완성된다. 북한이 이란식 포화 공격을 감행해 수백 기 드론이 저고도로 침투하고, 탄도·순항미사일이 동시 다축으로 접근하며, 일부가 회피 기동을 수행한다면 한국군이 단독으로 탐지·추적·요격을 수행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전작권 전환은 ‘지휘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전장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전작권 전환은 소수의 정치적 자주 깃발을 들겠다는 선언일 뿐,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 방패를 내려놓겠다는 반역적 선택으로 보인다.
전쟁은 감정이 아니라 아날로그 물리 법칙과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움직인다. 전작권을 가져온다고 해서 전쟁 수행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장 네트워크에서 이탈하는 순간, 생존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이란 사태는 한국의 군과 안보 라인에 냉정하게 말한다. 현대전은 동맹 네트워크 없이는 버틸 수 없고, 평화로워 보일 때일수록 안보 대비가 필요하며, 동맹·기술·정보 중심의 현대적 안보 체계가 국가 생존의 핵심임을 일깨워준다. 네트워크 전쟁은 전작권 전환이야말로 ‘국가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착시이자 자살이며 연합 전장 현실을 부정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최후 통첩을 한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자존심을 얻기 위해 국민의 생존을 해치는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달라진 전쟁 양상을 집중 연구하고 전장 네트워크를 더 깊고 촘촘하게 미국과 통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승만 대통령의 연합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자주적 상징을 얻고자 국가와 국민의 실질적 생존권을 잃는 유치한 짓을 멈추길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