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방공자산 일부가 실제 전장으로 이동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부는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의 글로벌 전력 운용을 한국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이동 대상은 사드나 패트리엇일 가능성이 크지만, 규모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시각과 과도한 걱정이라는 반박이 엇갈리지만, 논쟁의 초점을 장비 이동 여부에만 맞추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지금 중요한 변화는 한미동맹의 억지 방식이 고정 억지력에서 유동 억지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 논쟁은 짧아야 하고 군사대비는 깊고 조용해야 한다.
오랫동안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상시 배치된 억지력의 상징이었다. 병력과 장비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억지력이 형성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은 이미 고정 배치 중심에서 벗어나 전력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규정하고, 중동과 유럽, 인도태평양에서 동시다발적 위기가 발생하는 환경을 전제로 전력을 필요 지역에 신속히 재배치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 변화는 한반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내외 언론은 성주 기지 사드 포대 전체가 기지 밖으로 반출되고 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문제 없다는 말만으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패트리엇은 천궁-II로 대체할 수 있지만, 사드는 현재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고고도 방어망의 핵심이다. 요격 고도 40~150km를 담당하는 사드가 이동하면 당장 상층 방어망에는 물리적 공백이 생긴다. 우리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은 내년에야 실전 배치될 예정이므로 당장 사드를 대체할 수 없다.
이 현실을 외면한 채 사드가 없어도 억지력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보 현실을 속이는 짓이다. 정부는 미국 측과의 소통을 강화해 사드 이동 여부, 복귀 시점, 공백 보완책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제 억지력의 기준은 어디에 무엇이 배치돼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가로 이동해야 한다. 위성 감시, 조기경보, 장거리 타격, 동맹 간 데이터 연동이 결합된 시스템 기반 억지력이 새로운 표준이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장비가 이동했는가가 아니라 그 공백을 어떤 체계가 메우는가다.
∆ 동맹의 최고 자산은 장비와 기술보다 상생의식이다.
오늘날 동맹은 서로 도움을 주는 상생 구조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동맹의 지원을 받으려면 동맹이 원하면 우리도 함께 싸우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은 병력과 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상호 믿음과 연결된 능력의 총합으로 작동한다.
∆ 이번 기회에 한국 안보의 획기적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동맹은 고정된 병력의 시대가 아니라, 유동적 전력과 기술 네트워크가 결합된 통합 억지 체계로 움직일 것이다. 전력 이동 자체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동 이후에도 억지력이 유지되도록 정보와 기술, 작전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조기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미사일 방어 데이터 연동, 연합 지휘통제 체계 강화 등 실질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미군이 움직일 수 있는 시대에, 한국은 어떤 능력과 역할을 갖춘 국가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동맹에 완전 의존하는 나라로 남을 수는 없다. 동맹의 억지력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 한국이 내려야 할 선택은 현 안보의 취약성을 점검하고, 동맹을 기초로 자율적 역량을 강화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고도의 평화 수단으로 삼고 강도 높은 실전 훈련으로 자율 국방을 구축해야 한다.
∆ 주한미군 방공자산 이동을 자체 방공 능력 강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고, 극초음속 무기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방공망은 동맹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지탱하는 핵심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해야 할 일은 조기 L-SAM 실전 배치로 독자적 방공망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L-SAM과 천궁-II의 결합이다. L-SAM은 적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재진입 직전에서 요격하고, 천궁-II는 그 아래에서 재진입한 고속 표적을 다시 요격하는 다층 방공망이 연동하면 한국은 어떤 포화 공격도 견딜 수 있는 실질적 방어망을 갖게 된다.
주한미군 전력이 이동할 수 있는 시대에 다층 방공망 조기 완성은 한국군의 사명이 되었다. 이것은 국가 생존을 지탱하는 최소 조건이자 전쟁 방지의 자구책이다. 군과 안보라인의 정신적 탈바꿈과 큰 노고를 기대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