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정부는 구글이 한국 고정밀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을 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용’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국토교통부 산하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로 국방부·외교부·국정원 등 9개 부처 참여)는 약 19년 동안 유지해 온 불허 방침을 깨고, 2026년 2월27일에 구글이 한국 고정밀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을 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용’을 시작했다.
정부는 “정보 주권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면서도 글로벌 기술 서비스의 혜택을 국민과 산업에 제공하는 균형점을 찾은 모델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구글맵 개방 조건
①구글의 국내 파트너사가 국내에 있는 서버에서 데이터를 먼저 가공한 후, 정부의 승인을 받은 데이터만 국외로 반출
⓶위성 및 항공 사진에서 군사 기지나 주요 국가 보안 시설을 보이지 않게 처리
⓷한국 영토에 대한 위·경도 좌표 표시 제한과 안보에 민감한 정보는 제외
⓸국가 안보 위기 상황 시 정부가 긴급 데이터 통제 요청 시스템 마련
⓹정부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책임자를 국내에 존치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쿠팡 사태에 따라 불거진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 주장에 따른 슈퍼 301조에 의한 조사 개시 등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나 디지털 무역 장벽 해소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도 제작의 역사
일본은 에도 시대 후기인 1800년대 초, 이노 타다타카가 17년에 걸쳐 일본 전역을 실측하여 정밀한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제작했는데, 당시 막부는 이를 국가 기밀로 분류해 외부 유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지리학자인 김정호가 1861년 완성한 대동여지도는 그 정교함이 놀라울 정도였는데, 당시 조정에서도 우수성을 인정하고 행정에 참고하였다.
6.25 전쟁 당시 장전호는 마군 지도에 초신(Chosin)으로 표기되었는데, 이는 일제가 제작한 지도를 토대로 영문판을 제작한 결과이다. 장전호전투는 미국에서는 초신전투로 알려져 있다.
지도를 처음 만들 때는 사람의 도보와 목측에 의존하였으며, 이후 측량 기구를 사용하고 현대에 들어와 항공기 및 드론이 촬영을 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국가 주권이 미치지 않는 우주에서 인공위성이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에 의한 정밀 지도를 만들게 되었다.
최근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시 항공기에 의한 정밀 타격은 지도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Live Data)임을 증명하고 있다. GPS, 위성 정보, 지형 데이터가 결합된 ‘디지털 트윈’이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구글 맵(Google Maps)은 현재 25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중국, 북한, 수단, 시리아, 이란 등은 금지 또는 제한), 월간 사용자는 약 18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플랫폼이다.
또한 스트리트뷰(Street View) 카메라 외에도 위성·항공 이미지와 1000개 이상의 제3자 데이터 소스(지방 정부, 사용자 등)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영국 및 일본의 사례
영국은 국립지도국(Ordnance Survey)의 정밀 데이터를 구글 등 민간 플랫폼에 개방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와 물류 혁신을 끌어냈다.
우리와 유사한 안보 고민을 가진 일본 역시 구글에 정밀 지도를 허용하되, 자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략적 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구글맵의 서비스 경쟁력과 비즈니스 모델
구글맵은 단순한 지도 서비스를 넘어, 전 세계적인 데이터 네트워크와 고도화된 AI 기술을 결합한 거대한 ‘디지털 트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 네트워크(Global Data Network): 구글 맵은 다층적인 데이터 소스를 결합하여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위성 및 항공 사진, 스트리트 뷰, 각국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현지 가이드’가 제공하는 사진, 리뷰, 영업시간 수정 등 데이터 업데이트).
AI에 의한 데이터 가공(AI-Driven Data Processing): 수집된 방대한 ‘로 데이터(Raw Data)’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Gemini 등)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유의미한 정보로 변환된다.
실시간 교통 데이터(Traffic Data): 구글 맵의 교통 정보는 과거의 기록과 실시간 신호를 결합한 예측 모델을 사용한다.
비즈니스 모델 및 방식(Business Model & Operations)
가장 강력한 수익원은 ‘구글맵 플랫폼(Google Maps Platform)’을 통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제공이다.
예를 들어, 우버(Uber)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나 배달 플랫폼, 그리고 물류 기업들은 실시간 경로 최적화와 정확한 위치 데이터가 필수적이기에 구글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이 인프라를 활용한다.
두 번째는 지도 내 ‘위치 기반 광고’이다. 구글 맵은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실시간 위치를 결합하여 가장 관련성이 높은 상업 정보를 노출한다.
우리나라 공간정보산업 생태계(2025년 공간정보산업(Geospatial Industry) 통계조사)를 살펴보면
▲ 총매출액: 11조2836억 원, 총사업체 수: 5854개(영세 기업 위주로 재편 중), 종사자 수: 7만4067명, 영업이익률: 2.8%
▲ 업종은 공간정보 기기제조업(GPS 수신기, 드론, 측량 장비, 라이다(LiDAR) 센서), 공간정보 도매업 (지도 소프트웨어 패키지 판매, 수입 측량, 장비 보급), 공간정보 서비스업(지상·항공·해저 측량, 지도 제작, 공간정보 컨설팅),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정보서비스(내비게이션 앱 네이버/카카오, 디지털 트윈 구축, AI 기반 상권 분석) 등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소수의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방에 따른 피해 최소화 전략
구글의 월등한 경쟁력과 전 세계에 구축된 인프라로 볼 때 단기적으로는 산업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구글과 협업 등으로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은 구글이 제공하기 어려운 ‘로컬 밀착형’ 서비스(예: 실시간 맛집 예약, 로컬 커뮤니티 결합, 상세한 골목길 뷰)를 강화하여 사용자 고착도(Lock-in)를 높여야 한다. 또한 중소 공간정보 기업들이 고정밀 데이터를 저렴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한국 지도를 기반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AR(증강현실) △물류 최적화 알고리즘을 구글 맵 API를 통해 전 세계 시장(뉴욕·파리 등)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익숙한 구글 맵으로 국내 대중교통 및 도보 길 찾기를 원활히 이용하게 함으로써, 서울 중심의 관광 수요를 지방 소도시로 분산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구글의 클라우드 및 AI 기술과 국내의 정밀한 공간 데이터를 결합하여 디지털 트윈, 스마트 시티,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맺는말: 공정한 기여와 디지털 동맹을 향하여
지도데이터 개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지도 주권’이라는 명분 뒤에 숨기보다는, 개방된 데이터를 어떻게 우리 산업의 무기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구글이 얻는 막대한 이익만큼 국내에 세금을 정당하게 납부하고, 국내 시작과 기술을 공유하는 ‘공정한 기여’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 정부의 다음 과제다.
20년의 교착 상태를 끝낸 이번 결정이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중심축으로 도약하는 진정한 ‘디지털 동맹’의 서막이 되기를 기대한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 회장,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