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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봉 칼럼] 국가 경쟁력과 공공 안전 위협하는 기술사 요건 완화, 될 말인가?
  • 박정봉 교수
  • 등록 2026-04-22 17: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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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사 요건 완화는 엔지니어링 생태계를 무시한 처사
  • 기술자의 현실적 처우와 자격증 사용 실태 먼저 파악해야

고용노동부가 4월15일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입법 예고한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청년층 자격 취득 기회 확대와 현장 수요 반영을 명분으로 기술사 응시 자격을 기사 취득 후 4년에서 2년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 입법안의 주요 골자다. 

 

이 법안이 현실화 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폐해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단지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적인 낙관론으로만 포장했다. 

 

이에 대해 현장 기술인과 전문가들은 기술사 제도의 본질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저해하고 기술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초래할 핵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사의 본질인 ‘실무적 책임감’을 훼손한다.

 

기술사는 단순 지식인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으로 공공 안전과 직결된 설계 및 시공을 검토·서명하는 최종 책임자이다. 기술적 판단력은 이론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현장의 수많은 변수를 겪으며 얻어지는 ‘엔지니어링 저지먼트(Engineering Judgment)’에는 반드시 절대적인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2~3년의 낮은 숙련도를 가진 기술사가 도면에 서명할 경우 부실 설계와 대형 사고의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 안전 역량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도 정면 배치된다.

 

둘째, 글로벌 스탠다드(PE)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미국(PE), 영국(Chartered Engineer) 등 선진국은 기술사 자격 부여 시 실무 경력을 엄격히 관리한다. 미국(NCEES)은 공학인증(ABET) 졸업 후 FE 합격자에게 최소 4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워싱턴 어코드 정회원국으로서 기술 자격의 국제 통용성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경력 요건을 선진국의 절반으로 완화하는 것은 한국의 기술 수준이 국제 기준보다 낮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셋째, 자격증 남발로 인한 시장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

 

단순히 공급을 늘려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기술인의 정점인 기술사의 희소성과 권위를 실추시킨다. 과거보다 기술사 대우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가치를 더욱 떨어뜨려 우수 인재들이 자격 취득을 기피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진정한 역량 강화를 원한다면 경력 단축이 아니라, 기사 취득 후 기술사가 되기까지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나 ‘멘토링 시스템’을 법제화하는 선진국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행정적 성과에 치중한 졸속 행정이다. 


이번 안은 산업 현장의 목소리보다 ‘청년 일자리 지표’나 ‘자격 취득 수치’ 등 행정 편의적 성과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진국이 윤리적 책임과 신뢰 확보를 강조하는 반면, 정부 정책은 수치상의 진입 확대에만 매몰되어 있다. 또한 15개 부처와 60년 전통의 기술사회가 있음에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이 미비했던 점은 절차적 하자가 크다.

 

결론적으로 기술사 요건 완화는 ‘경험이 실력’인 엔지니어링 생태계를 무시한 처사로, 국제적 위상 추락과 국가 산업 경쟁력 및 공공 안전 저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자격 확대 논리를 내세우기 전, 기술자의 현실적 처우와 자격증 사용 실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입법 예고 조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더 큰 화를 자초하기 전에 입법 예고한 것을 지체 없이 없던 걸로 하고 원점에서 차분히 현실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 박정봉 교수

 

한국기술사회 이사, 호치민기술대학교 초빙교수,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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