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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힘은 ‘민주’와 ‘노동’이라는 두 단어가 결합된 지점에 존재한다. 민주화라는 이름만 붙으면 어떤 사안도 비판의 성역이 되고, 노동이라는 깃발 아래서는 어떤 불법도 신성한 투쟁으로 미화된다.”
김규나 작가는 페이스북에 연재 중인 ‘소설 같은 세상 304회’에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가리켜 “이 나라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집단처럼 보인다”고 꼬집는다.
이 나라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집단
그 이유로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고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법의 판결 아래서도 자유롭게 정치적 구호를 외쳤으며 △기업에는 채용 세습을 요구했고 △집회 때 경찰과 기자에 대한 폭행 의혹과 △조직 내 성폭행 은폐 의혹을 받는 것을 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온 국민이 애용하는 쿠팡의 새벽 배송마저 중단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작가는 “최근 CU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비극은 이 거대 권력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변질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그들이 출차하는 비조합원의 트럭을 가로막으며 달려드는 아수라장 속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로 인해 그들을 피하려던 운전자에게는 ‘살인 혐의’라는 가혹한 올무가 씌워졌으며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핸들을 잡았을 한 가장의 필사적인 탈출이 죄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풍요사회가 부른 저급한 욕망
“요즘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시절을 살고 있는지 몰라요. 과거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참혹한 비극이었죠. 시간을 거슬러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요. 5만 년 동안,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인간의 문명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만을 위한 거였어요. 바로 식량이죠. 존재했던 모든 문명은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 인력, 자원을 식량에 들였습니다. 사냥하고, 수집하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고, 식량을 보관하고, 분배하고… 전부 식량 문제였어요.”
김규나 작가는 엔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한 대목을 소개하며 인류 최대의 현안은 식량 문제였음을 상기시킨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지구는 인류 멸종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합의가 이루어지고 과학자들이 전문 지식을 총동원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계획이 실행된다. 그 모든 책임을 짊어진 스트라트 박사는 지구 종말이 닥쳐올 때 전쟁도 일어날 거라며 그 의미를 통찰해 낸다.
“종교든 명예든 뭐든 핑계가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항상 식량이었어요.”
작가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이 풍요는 더 저급해진 욕망, 더 치밀해진 갈등을 불러왔다. 넉넉한 자본과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인간을 굶주림에서 구원했지만, 궁핍이 차지했던 갈망의 빈자리는 정치 갈등과 노사 갈등이라는 새로운 괴물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규나는 다음과 같은 통찰로 이 시대를 진단한다.
“그들도 먹을 것 때문에 싸운다. 배가 고파서는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많이 먹으면서도 언제나 더 먹어야겠다며 아우성치고 더 내놓으라 목청 높인다. 재벌 노조라 불리는 그들은 탐욕의 최전선에서 성과급을 더 내놓으라며 파업을 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더 형편이 어려운 동료 근로자의 생존권을 짓밟는다. 과거의 배고픔은 이웃과 나누는 정이라도 낳았지만, 그들의 배부름은 오직 더 채워야 할 ‘내 주머니, 우리 편’만을 챙기는 이기심만 키웠다.”
특정 집단에 무법의 운동장 깔아주는 정치
기업이 없으면 근로도 없고, 근로자가 없으면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김 작가는 ‘근로’가 ‘노동’으로 변질된 후 상호공존과 신뢰라는 말은 사전 속에나 박제된 유물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기업과 노동조합 사이의 형평을 찾아야 할 정치가 오히려 민노총만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무법의 운동장을 깔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민주노동자’들의 쇠된 소리와 정치꾼들의 선동 속에서, 정작 오늘 하루 샌드위치를 팔아 월세를 내야 하는 편의점 업주들, 삼각김밥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묵묵히 출근해야 하는 진짜 서민들만 허기가 진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배고플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물질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며 “그렇게 남아도는 에너지를 누군가는 자기 집단의 잇속을 채우는 데 쓴다. 민주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자유를 빼앗고,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생존을 침해한다”고 토로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배는 부르되 영혼은 기아 상태에 빠진, 괴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유 대한민국이여!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은 고정 원고료 없이 독자의 격려와 응원만으로 페이스북에 연재되고 있다. 자율 구독료는 1만 원이다.
신한은행 110-072-537351(김규나)

◆ 김규나 작가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칼’이 당선돼 등단했다. ‘트러스트 미’ ‘체리레몬칵테일’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최근 ‘소설로 읽는 세상’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