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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칼럼] 언론 정정보도 요구와 이재명의 ‘노림수’
  • 이신우 前 문화일보 논설고문
  • 등록 2026-04-26 19: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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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 저격에 담긴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돌파 시나리오
  • ‘피해자 코스프레’와 ‘여론 설계', 무죄 서사를 향한 치밀한 포석

이재명이 ‘대장동 의혹’ 보도는 조작이라며 2023년 뉴스취재보도부문상 받은 동아일보 기사를 지적해 한국신문상을 반납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상에서 자본가로 성공하려면 소비 대중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반면 사회주의자로 성공하려면 사람들을 협박하는 데 능숙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쪽 모두에서 탁월하다. 

 

우선, 자본가적 재능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자본가들은 자기 돈을 투자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효용과 매출의 극대화를 거둔다. 그럼 이재명은?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 즉 재정을 흩뿌려 대중의 환심을 산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뿐이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각종 명목으로 재난지원금을 살포해 왔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민생지원금 명목의 퍼주기 행태는 거의 중독 수준이다. 

 

사회주의자로서는 어떤가. 사회주의자는 협박에 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재명은 발군이다. 경기지사 시절 1차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줄 때였다. 부천시장이 “87만 부천 시민에게 (10만 원씩) 870억 원을 주기보다 소상공인 2만여 곳에 주는 것이 낫다”고 하자 이 지사는 곧바로 “부천 시민은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가 지역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힐 때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윽박질렀다. 

 

이 대통령의 ‘대부’식 언론 길들이기


지난 2018년 7월, SBS-TV의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 그 후 1년’을 방영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이 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조폭 유착 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지켜보겠다”고 했고, 그와 동시에 SBS의 경영진 여러 명과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OCN 개국 이래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종영 4회를 앞두고 갑자기 메인 작가인 여지나 씨를 교체했을 때도 소문이 무성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진시(市) 신명휘 시장이나 무대의 장면·소품들이 성남시와 이 지사를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나서 벌어진 사건 전개 때문이었다. 

 

최근 SBS가 2018년의 ‘그알’ 방송 내용과 관련, 이 대통령을 향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조폭 연루설은 오류”라며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지난 3월20일,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 SNS를 통해 과거 해당 방송이 명확한 근거 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 것이 배경이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있다. 청와대 측이 반격에 나선 근거는 3월12일의 대법원판결이다.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과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대법원판결은 ‘그알’이 다룬 내용과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을 이재명과 청와대는 외면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일 이와 관련, “해당 방송은 장 씨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3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재판 기록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방송 내용과 장 변호사의 주장은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라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해당 방송에 대한 문제 제기는 법적·제도적으로도 일단락된 상태였다. 2019년 1월, 법원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관련 방송에 대해 재방영과 인터넷 유포 등을 금지해달라고 낸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듬해 2월, 해당 방송이 ‘객관성’ ‘명예훼손’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 측은 물 들어온 김에 노 젓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번에는 ‘대장동 개발 의혹’ 보도로 2023년 한국신문협회상을 받은 동아일보 기사를 겨냥해 “팩트가 아니라 엄청난 조작을 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수상을 취소 반납하고 사과 및 보도 정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라며 싱긋 웃었다. “다시는 권력기관과 언론에 의한 대선 조작으로 역사를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해명까지 달았다. 영화 ‘대부’를 보는 느낌이다. 

 

이재명의 언론 공세 뒤에 숨은 3가지 전략 


이쯤 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 대통령이 신문이나 방송 취재 내용들을 연이어 저격하는 움직임은 아무리 봐도 단순한 화풀이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가오는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고도의 여론전 및 법적 방어 논리 구축이라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을 낳기에 충분하다. 

 

첫째, ‘낙인 효과’를 지우는 동시에 ‘피해자 코스프레’로 방향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에게 있어 ‘조폭 연루설’이나 ‘대장동 몸통’이라는 프레임은 법적 유무죄를 떠나 대중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는 치명적인 요소다. 과거의 혐의들에 대해 SBS나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사과나 시정을 받아낸다면 해당 사건들에 “실체 없는 마녀사냥이었다”는 이미지 덧씌우기가 가능해진다.

 

이후의 재판 과정에서도 ‘나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와 근거 없는 소문의 희생자’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한편, 검찰의 기소 근거 자체를 ‘편향된 정보에 기반한 무리한 수사’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둘째는 재판부에 보내는 ‘무죄 추정’의 시그널일 수 있다. 재판은 법리 싸움이기도 하지만, 피고인의 사회적 평판과 정황 증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장동 관련 보도로 상을 받은 기사의 수상 철회를 압박하는 것은, 제삼자에게 사건의 전제(주범 혐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즉 재판부에 ‘언론조차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있는 사안’이라는 인식을 줌으로써 유죄 확신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 번째는 지지층 결집 및 여론의 반전이다. 적극적인 정정보도 요청과 공세적 대응은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지도자가 악의적 언론에 당해 왔다’는 명분을 제공해 준다. 그렇게 해서 다가오는 재판을 법적 심판이 아닌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갈 수 있다. 설령 부정적 판결이 나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여론 교두보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행보들은 철저히 계산된 ‘사법 리스크의 정치화’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 약간의 문제나 오해의 소지는 있겠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정리된 사안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중이나 유권자는 판결문을 읽지 않는다. 그러니 정치적 은사(恩賜)에 눈먼 법조인들로 하여금 법정에서 견마지로를 다하도록 이끄는 사이에 정치인은 대중을 상대로 특정 여론을 설계하고 부채질하면 된다. 법정 증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여론 속 무죄 서사(敍事)’를 미리 짜두는 것이 숨겨진 목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前 문화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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