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반장 선거 : 합법인가? 불법인가?
글쓴이 : 테오
작성일 : 25-08-19 00:21
조회수 : 59

자유 초등학교에 다니는 민재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아이스크림을 사서 친구들과 나눠 먹고, 생일이 되면 친구들에게 늘 좋은 선물을 주는 아이다. 민재의 선의에는 다른 뜻이 없었다. 아이스크림 값은 용돈 안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친구의 생일 선물은 부모님이 늘 준비해 주셨다. 민재는 자발적으로 친구들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덧 회장 선거 시즌이 돌아왔다. 민재의 엄마는 민재에게 물었다.

”선거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요즘은 회장이 되어야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더라.”

민재는 말했다. ”난 그런 거 관심 없어요. 회장 되면 귀찮기만 하지. 아 엄마! 오늘 아이스크림 사 먹게 5만 원만 주세요!!! “

” 다녀오겠습니다! “ 용돈을 받은 민재는 친구들과 뭘 먹을까 고민하며 신발도 꺾어 신은채 달려 나갔다.

반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후보자 추천을 받겠습니다!“

예은이가 손을 들었다. “저는 제니를 추천합니다. 제니는 자기 일에 열심이고, 노래도 잘하며, 무엇보다 공부를 잘합니다!”

광수가 손을 들었다. “저는 승윤이를 추천합니다. 승윤이는 축구를 잘해서 다른 반과 경기할 때 골을 항상 넣어 우리 반을 우승시킬 수 있습니다.”

재명이가 손을 들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습니다!!!! 시켜주세요!“

”우~~~~~~!”, ”셀프 추천이라니!“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얼굴이 빨개진 재명이었지만,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석기가 손을 들었다. ”저는 민재를 추천합니다. 이유는…. 민재는 착합니다. 아이스크림도 잘 사줘요!”

아이들이 “하하하하” 웃었지만, 그 웃음 안에는 “맞아, 맞아!”라는 소리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공약 발표 시간이 있겠습니다. 먼저 제니 님.” 의장이 말했다.

“아, 저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서 모두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박수,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승윤이의 차례였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목표는 축구대회 1등입니다. 축구공과 유니폼을 지원하겠습니다! 우리는 우승할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 옥신각신했고, 여자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시큰둥했다.

재명이의 차례가 왔다.

”아….. 제가 회장이 되면 말이죠. 에… 일단 시험을 좀 없애서 공부 못하는 애들과 잘하는 애들을 구별을 없애고, 축구 같은 폭력적인 행위는 일절 금지해야 돼요.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공평한 삶을 살도록 최대한 민주적으로 해보겠습니다. “

“올~~~~~” “시험 반대!!! “ ”남자애들만 신나는 축구 반대 찬성!”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민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엄마 말 듣고 뭐라도 준비해 올걸. 하나같이 뭘 이야기하면 반대하는 애들이 있는데,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재님!!! 민재님 공약 안 하시나요?“

“아…! 아. 네!! ” 허둥지둥 나오다 단상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무슨 소리를 해야 할지 모르던 찰나 친구들이 선물을 좋아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제가 회장에 당선이 된다면, 모든 친구들의 생일에 선물을 주겠습니다!!”

“우와!!!!” “대박!!!!!”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똑똑한 제니가 갑자기 치고 들어왔다.

”어떤 돈으로 선물을 산다는 건가요? 본인 돈으로 산다고 하면, 민재님의 공약은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건가요?”

“네?” 눈이 동그래졌다. 미처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 어쩌지? 아, 맞다! 학급비!!!’

“학급비로 하겠습니다!! 모두의 돈으로 모두에게 선물이 돌아가니 문제가 없습니다!”

반 대부분의 환호성이 터졌고, 민재의 독주를 막을 사람이 없어 보였다. 재명이는 ‘아 저걸 내가 할걸…‘이라는 속상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 제니 님” “민재님” “민재님” “ 승윤님” “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이름이 호명되었고 압도적인 표차로 민재는 회장에 당선되었다.

“공약을 지키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방학 중 생일이 있는 친구들은 내일 선물을 먼저 주도록 하겠습니다!!!!”

“우와!!!” “ 역시 착한 민재! 모두에게 공평한 민재야!!!!” “회장님!! 잘 부탁해!!!!”

평상시에도 인기가 많던 민재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5만 원으로 당선 턱을 냈고, 친구들은 “회장님” 덕분이라며 장난치며 띄워줬다. 민재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민재가 처음 학급 회의를 주관하는 날이었다.

“의제를 받겠습니다”

재명이가 손을 들었다.

”아… 남녀평등의 시대에 말이죠, 여자가 약하다고 대우를 해줬더니 진짜 자기가 약한 줄 알아요. 청소 시간에 꽃에 물 주기 당번을 하면 물 한 컵 주고 집에 가는데, 여자들이 그렇게 약한 일만 해서 되겠습니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구시대적 사고를 접고 남녀 평등하게 꽃에 물 주기 당번을 해야 합니다! “

여자 친구들만 도맡아 하던 일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여러 친구들의 이 사안에 대해 갑론을박에 정신이 없을 때, 석기가 나섰다. “백날 떠들어야 뭐 합니까? 민주적 투표로 정합시다! 누가 이걸 하면 좋을지 투표로 정해요!!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석기의 발언은 순식간에 교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민주적 절차’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동의하십니까? 반대가 없는 것 같으니 투표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인님, 혜경님, 정숙님, 건희님, 태우님, 청래님, 원식님, 용기님….”

각자 자기 이름을 적어냈다. 민재는 ‘아… 이것도 안 되는 건가?’ 실망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는 12표를 득표해 꽃에 물 주기 담당이 되었다. 몇몇은 불만이 있었지만, 회장이 학급을 위해 일하는데, 청소 정도는 예외로 주자는 “민심”이 주류였다. 몇 명은 쉬는 시간에 은근슬쩍 “널 뽑았어. “ 라며 힌트를 주고 갔다.

다음 주가 되었다.

“이번 주도 투표를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본인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적어 내도록 합시다! “

”재인님, 혜경 님, 정숙님, 청래님, 원식님, 용기님, 재명님, …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

민재는 15표를 득표해 또다시 꽃에 물 주기 담당이 되었다. 역시 착한 회장이 됐다며 박수를 쳐 줬고, 자기 이름을 쓴 친구들은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주는 재인, 혜경, 정숙, 청래, 원식, 용기의 생일이라 학급비로 받은 생일 선물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풀어준 것이 다행이었다. 민재는 ’좋은 공약을 내니까 모두를 평화롭게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 주였다. 민재는 투표를 시작하겠다 말하면서 내심 본인이 또 당선 될거라는 기대를 내심 하게 됐다. 민주적 절차니까.

“청래님, 청래님, 청래님…. ” 어떻게 된 건가? 그간 민재의 독주에 약이 오른 청래는 친구들을 독려하여 한 사람의 독식을 막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다닌 결실을 보았다. 그러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민재님…… ” 친구들 사이에서는 착한 민재를 안 뽑는 건 이상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청래 파는 넘지 못했다. 결국 1등 민재 17표, 2등 청래 16표. 청래가 그럴 리 없다며 당황했고, 친구들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건 똥멍청이! “ 라며 놀리자 청래는 울음을 터트렸다.

투표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민재의 최측근인 석기는 바구니 안에 개표되지 않은 한 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게 청래여도 동률이고, 이왕이면 착한 회장이 낫지!‘ 라며 이 표를 주머니에 구겨 넣었고, 합계가 적힌 칠판을 얼른 지웠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 표는 결과와 상관없는 재명이의 표였고, 석기는 이 사실을 민재에게 알려줬다. “야, 내가 널 회장으로 세운 걸 알지? 어차피 개표됐어도 재명이는 자기 이름을 써서 창피해서 말 못 할 거야. 역시 네가 꽃에 물 주기 당번이야!”


3번 연속 1등을 했지만, 민재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공약을 실천한 것뿐인데, 편한 일은 자꾸 내 차지가 될까?‘
‘내가 친구들에게 해달라 했나? 그런데 청래는 나를 왜 미워할까?’
’ 인기로 편안한 일을 맡는 것이 공정한가?’
‘결과는 달라지지 않지만, 한 표를 숨겼는데 재명이가 스스로 쓴 표면 어쩌지?’
‘석기가 숨긴 사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는 학급비로 선물 받는 게 별로야.’
‘너 때문에 내가 선물을 못 받으면 되겠어 안 되겠어?! 다 같이 받으니 학급비 사용은 괜찮은 거 아니야?’

질문이 계속 터져 나왔다. 그때, 회장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네, 거기 손드신 분! 발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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