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USTR대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및 무역 정책 추진과 협상 과정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점점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그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및 관세 분야 고위직 중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 온 트럼프 측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위상을 그리어 대표가 점점 가져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WSJ에 따르면 작년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초반에만 해도 그리어 대표가 방미한 인도의 경제담당 고위 관리와 만났을 때 러트닉 장관이 큰 불쾌감을 느낀 나머지 자신이 관할하는 상무부 청사에서 그리어 대표와 인도 고위 관리가 다시 회의하도록 한 일이 있었다.
이후 그리어 대표가 외국 고위 관리와 만날 때는 USTR 청사가 아닌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담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트닉 장관을 상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당시에도 러트닉 장관이 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고, 한동안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의 관계는 수평적이거나 대등해 보이지 않았다.
관세율 인하와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맞교환하는 한미 무역협상 과정에서도 미국 측 키맨은 러트닉 장관이었고, 그리어 대표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일례로 이달 그리어 대표가 인도를 방문해 미-인도 무역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는데, 거기에 러트닉 장관은 동행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초반 워싱턴 관가에서 무역·관세 이슈에 있어 '조연'으로 여겨졌던 그리어 대표가 최근 트럼프 무역팀에서 '주연'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리어 대표는 현재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뿐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협상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도입한 국가별 관세(상호관세)가 지난 2월 연방 대법원 판결에 의해 무효화한 이후 대체 관세 도입 과정을 그리어 대표가 주도하고 있으며, 미·중 간 무역 관리를 위한 미·중 무역위원회 설립도 그가 감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무역·관세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방송 출연에도 그리어 대표가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근엄한 법률가 이미지에, 모르몬교 신도인 그리어 대표는 자신이 트럼프 1기 때 비서실장을 맡으며 보좌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유사한 스타일의 '터프한 협상가'로 통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를 받아온 러트닉 장관은 최근 상대적으로 조용해졌다.
아들이 이끄는 회사가 관세 환급금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과, 러트닉 장관 본인과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틴 간의 교류 사실 등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불거진 것도 '잘 나가던' 러트닉 장관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어 대표는 WSJ에 보낸 성명을 통해 자신과 러트닉 장관이 "대통령의 무역 의제를 실행하기 위해 매우 긴밀하고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각자의 관할권 하에 있는 법적 권한에 따라 무역 논의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며 두 사람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어(좌)와 러트닉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