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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변종필] 참정권 침해가 부실선거?
  • 변종필 교수
  • 등록 2026-07-01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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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시국선언에 참가한 학생들이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와 이를 관장하는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놓고 부실로 보려는 시각이 있는데, 과연 그런가? 

 

기성 정치권과 언론은 이를 참정권 침해로 규정하며 선관위 책임의 관리부실로 몰아가려는 듯하다.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 역시 부실은 인정되나 부정은 아니잖느냐고 운을 띄운 것을 보면, 암묵적으로 대응 방향을 지시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하지만 사태의 추이를 조금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부실 운운이 근거 없는 억측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투표지 부족은 곧 투표권 박탈 행위


먼저, 부실과 부정의 일상적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부실이라는 진단은 부적절하다. 부실은 내용이 부족하여 충분치 않다는 뜻이요, 부정은 ‘옳지 않다’ ‘부당하다’는 말이다. 

 

선거 관련 모든 것을 사전에 기획․준비하고 시행하는 기관이 투표용지 부족을 낳아 유권자인 국민이 제때 투표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이는 중차대한 의무 위반이다. 

 

그 행위 역시 (부당하다는 점에서) 부작위에 의한 투표권 박탈로서 강압적 방법으로 투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와 본질상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투표용지 부족에 기인한 참정권 침해로 본다고 해서 그 본질이 단순 부실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반의 상식 수준에서 이번 사태를 생각해 보더라도 관리부실 거론은 적절치 않다. 가령 ‘이런 일이 어떻게 해서 생겼지? 이 땅에 한 번도 없던 일이 갑자기 왜 일어난 것이지? 그것도 한두 군데도 아니고 140여 군데에서? 도대체 민주국가라 자부해 온 이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라는 식의 의문 제기는 주권자로서 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관위라는 조직의 규모와 위상을 짚어보면 부실이라는 딱지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워진다. 

 

1년 예산이 7000억(2020년 기준)을 넘고 조직 구성원과 규모 역시 매우 방대하며, 이제껏 외부의 어떤 간섭이나 규제도 받지 않을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헌법기관이 행정상의 단순 착오나 실수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불러왔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도 웃을 것이다.

 

그 때 지금처럼만 관심 있었다면


만약 정치권이 선관위의 선거관리부실을 문제 삼으려 했다면, 2024년 12·3비상계엄 이전에 선관위를 둘러싸고 제기된 상상 밖의 엄청난 문제와 의혹(해킹 등 보안 취약성, 광범위한 채용 비리 등)이 불거졌던 바로 그때, 지금과 같은 정도의 관심과 대응을 보이며 제도 개선을 위한 본격적 작업에 착수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시에는 어떤 공적 기관과 언론도 무슨 연유에서인지 입에 자물쇠를 채운 듯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나아가, 이번 6·3선거와 관련해 투표용지 부족 외에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 있다. 선거의 부정을 의심케 할만한 정황과 사례가 여럿 나왔다는 점이다. 투표용지 등 선거인쇄물 7460kg을 보전 통지한 법원의 명령까지 무시해 가며 긴급 용해한 사건이 그 대표적 예이다. 무슨 흔적을 그리도 속히 지울 필요가 있었는지 강하게 의심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밖에,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의심 사례들이 상당하다. 예컨대 △영세 인쇄업체와의 먼 거리 수의계약 체결 △사전투표 용지는 실제 투표자 수의 2배로 인쇄했음에도 당일 투표는 그 절반 수준으로 인쇄한 것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의 사용 △잔여 투표용지의 숫자 불일치 △(특정 정당 후보자에게만 집중된) 벽돌 투표지의 여전한 출현 △경쟁 후보자 간에 득표수가 일치하는 이른바 쌍둥이 득표 사례 △교육감 선거에서 무려 109만의 무효표 속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쌍둥이 득표는 며칠 전 유정복 인천시장이 발표한, 2014년 이후 사전투표 전수조사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2014년, 유권자 수가 600명 미만인 투표소에서만 3건 발견되었을 뿐 그 후로는 1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모두 관리부실로 일거에, 갑작스레, 우연히 나타날 수 있을까.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이들 중 한두 가지만 문제 되어도 선거가 전면 무효로 귀결된다. 

 

의심스러운 사례와 합리적 추정에 따른 부정 의혹이 여러 형태로 나타났음에도 관리부실 운운한다면 대체 민주주의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 보를 물러나 부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오랫동안 방기하고 조장돼 온 부실로서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는 부실로 보는 것이 사리와 상식에 맞을 듯싶다. 그런데도 이를 일회성 부실로 규정해 땜질식 대응과 손질로 마무리하려 한다면,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또 다른 사기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절차적 정의와 정당성 보장


요컨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참정권 침해로 칭하면서도 이를 단순 부실이나 우발적인 단발성 사고로 규정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과 엄중함을 명백히 왜곡·축소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정치권 및 언론은 이제라도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음모론의 프레임에 가두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고, 진상 규명을 간절히 요구하는 국민 다수의 여망에 충직하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민의를 온전히 존중하고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사전투표 폐지, 당일투표와 수개표 시행, 부정선거 진상조사)에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이 기회에 책임 있는 공적 기관은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해 결과 중심적 사고로 대응하는 태도를 냉정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과 본질은 결과론적 사고가 아닌 절차적 정의와 정당성 보장에 있다. 그런데도 사법기관은 종래 선거 문제에서 절차적 정의 사고에 충실하기보다 늘 결과 중심적 사고를 따라왔다. 


당선 결과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문제는 애당초 논외라는 식이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도 이 같은 논리를 받드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 변종필 교수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국가고시 출제위원 역임, 전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 현 자교모 중앙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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