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부사령부가 16일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이란 내 군사 표적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해안 감시시설과 방공망, 군수지원 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 구체적인 피격 장소와 표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미 중부사령부 영상 캡처]
리포트⎟ 트럼프의 선택이 동아시아 3국에 미치는 영향
| ※편집자 주=한미일보는 지난 3월 연속 기획에서 이란의 해협 통제 능력을 무력화하는 단계를 ‘2막’, 전력망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직접 압박하는 단계를 ‘3막’으로 분석했다. 이번 기사는 당시 전망과 7월17일 현재 전황을 대조해 단계 전환 여부를 추적한다.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제한전과 국가 기반시설 공격을 가르는 경계선에 들어섰다.
미군은 이란 남부의 해안 감시시설과 방공망, 군수지원 시설, 해상 전력을 겨냥한 공습을 엿새째 이어갔다. 이란 매체들은 교량 5곳과 철도역, 공항까지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 사실을 같은 수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미 중부사령부가 공식 확인한 표적은 여전히 군사시설이다. 교량과 철도역·공항 공격은 이란 매체의 보도로, 로이터는 이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전소와 송전망 공격도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란전이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3막’에 전면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군사시설 밖 교통 기반시설까지 피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막과 3막을 가르던 경계는 이전보다 훨씬 좁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복귀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인 하르그섬 장악을 위한 제한적 지상군 투입과 지하 핵 관련 시설 공격도 검토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최종 승인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15일에는 공식 시한을 못 박지 않은 채 이란이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데드라인은 특정 날짜에 종료되는 외교적 최후통첩이라기보다 전쟁의 목적과 범위를 결정해야 하는 정치·군사적 시한이다.
미국이 이란의 해협 통제 능력을 더 약화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전력·교통·에너지 체계를 공격해 국가 기능 자체를 압박할 것인가. 트럼프가 선택해야 할 시간은 끝을 향하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간주 반다르카미르의 교량이 미군 공습으로 무너져 차량 한 대가 파손돼 있다. 이란 매체들은 17일 새벽 교량 공격으로 최소 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공식 발표와 ‘교량 피격’ 보도 사이
미 중부사령부는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전투기와 무인기, 군함을 동원해 이란의 군사 표적 수십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공격 지역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케شم섬과 이란 최대 항구이자 해군·혁명수비대 시설이 집중된 반다르아바스 인근이 포함됐다. 미군이 밝힌 표적은 해안 감시시설과 방공망, 군수지원 기반시설, 해상 전력이다. 작전의 공식 목적은 이란의 군사 능력과 해협 통제 능력을 추가로 약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반면 이란 언론은 미국의 공습으로 남부지역 교량 5곳과 반다르카미르 철도역, 이란샤르 공항이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국영 IRNA통신은 반다르카미르 교량 공격으로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교량과 철도·공항 공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미군의 표적이 해안 방어시설을 넘어 병력과 물자 이동, 내륙과 항구를 연결하는 교통망으로 확대됐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미 중부사령부는 교량과 철도역·공항을 별도 표적으로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로이터도 이란 측 보도를 즉각 검증하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정확한 판단은 “3막이 공식 개시됐다”가 아니라 “3막으로 넘어갈 전장이 정리되는 가운데 교통 기반시설 피격 보도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여건 조성’ 끝나면 전력망 선택 남는다
미국 당국자 3명은 최근 공습이 더 큰 군사행동에 필요한 이란의 방공망과 해안 레이더, 미사일·드론 전력을 미리 제거하는 ‘여건 조성 작전’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이는 미군의 공식 작전명이 아니라 익명 당국자들이 제시한 평가다. 그러나 발전소와 교량, 하르그섬, 지하 핵 관련 시설까지 확전 선택지로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재 공습이 단순한 보복 이상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시설 전면 공격은 방사능 확산과 국제적 비난 위험이 크다. 이라크전과 같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과 장기 점령도 정치·군사적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
그 사이에 있는 선택지가 전력망과 정유·에너지 시설, 통신·지휘체계를 흔들어 이란 지도부가 전쟁 지속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령 없는 강제’다.
전력망이 공격받으면 군부대 한 곳이 아니라 산업과 통신, 금융, 교통, 행정, 의료와 도시의 일상이 동시에 흔들린다.
트럼프가 발전소와 송전망 공격을 승인하는 순간 전쟁의 목표는 이란의 군사력 약화에서 국가 작동 능력 압박으로 바뀐다. 그때부터 이란전 3막은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지난 16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재개와 양국의 무력 충돌로 해협 통항 선박이 급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상품선 3척…에너지 수송 다시 얼었다
해상에서는 이미 전쟁의 충격이 숫자로 나타났다.
선박 추적자료에 따르면 16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3척에 그쳤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적은 하루 통과량이다. 하루 전인 15일에도 통과 선박은 11척으로, 전쟁 전 하루 평균 125척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이틀 연속 한 척도 해협을 통과하지 않았다. 일부 소형 선박이 이란 쪽 항로를 이용해 빠져나왔지만 오만만의 미국 봉쇄선 앞에서 멈췄고, 이라크산 연료유를 실은 유조선은 항로를 되돌렸다.
호르무즈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시장에 중요한 대규모 원유와 LNG 수송은 다시 사실상 정지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와 가스 수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 항구를 다시 봉쇄하고 선박에 오만 연안의 남쪽 항로를 이용하라고 요구한다.
양측의 충돌은 이제 해협을 열 것인지 닫을 것인지의 문제를 넘어섰다.
누가 호르무즈의 항로를 지정하고, 어떤 선박에 통행을 허용하며, 통항 규칙을 결정할 것인가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물리적으로 맞붙고 있다.
이란 현지 매체들이 공개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 발사 장면. 이란은 미군의 공습에 맞서 바레인과 쿠웨이트, 시리아 내 미군 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시리아까지 번진 보복…전력망 공격 땐 홍해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이란은 17일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알탄프의 미 특수작전 지휘시설도 공격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이라면 이란이 시리아 내 미군 시설을 직접 공격한 첫 사례다.
카타르 도하에서는 미사일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어린이 1명이 다쳤다고 카타르 내무부가 밝혔다. 다만 이란이 주장한 개별 미군 시설의 피해 규모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이 이란의 전력망을 공격하면 전선은 홍해까지 넓어질 수 있다.
로이터는 이란 지도부가 미국이 자국의 전력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예멘 후티 반군에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를 준비하도록 요청했다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후티가 실제로 공격 명령을 받았다는 공식 발표는 없지만, 미사일과 무인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위험 경로는 분명하다.
미국의 이란 전력망 공격이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이어지면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라는 중동의 동·서쪽 에너지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린다.
이 경우 원유 공급 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유조선 부족과 운임, 전쟁보험료, 수에즈 운하 우회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전 세계 물류와 제조업의 비용 구조가 바뀔 수 있다.
군사·에너지 두 시한…청구서는 한·중·일로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고 있지만 외교 채널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이란의 선박 공격을 지난달 잠정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도 트럼프는 외교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이집트도 미국과 이란을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중재를 계속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체결한 잠정 합의에서 공식 탈퇴하지 않았다. 다만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60일 협상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핵심 쟁점은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호르무즈의 항로 관리권과 자유통항 원칙이다.
현재 전황은 확전을 위한 군사적 준비와 막후 협상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구조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이란의 선택지를 줄이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습 확대가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보다 저항을 강화할 가능성도 경고한다. 이란 역시 해협 통제력을 과시하면서도 잠정 합의를 완전히 폐기하는 최종 결정은 미루고 있다.
전쟁에는 경제적 시한도 생겼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상황이 앞으로 몇 주 안에 개선되지 않으면 세계 에너지안보를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전쟁 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비축하고, IEA 회원국들이 최대 4억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으며 미국의 증산도 유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이런 완충장치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호르무즈를 통과한 에너지의 80~90%가 아시아로 향했다며 일본과 한국,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이 직접적인 충격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84.30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79.11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두 유종 모두 이번 주 들어 약 12% 올랐다. 시장은 호르무즈 차질에 더해 홍해까지 막힐 수 있는 ‘이중 봉쇄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에 갇혔다가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달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의 해상원유하역시설로 접근하고 있다. 호르무즈 수송 차질이 장기화하면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중국·일본의 제조업과 물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충격의 형태는 동아시아 3국마다 다르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과 엔화 약세가 겹치면 수입물가와 전력·운송비 부담이 커진다. 중국은 대규모 비축유가 단기 완충장치가 될 수 있지만 수입 원유 가격 상승과 미국·유럽의 소비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면 제조업과 수출이 압박받는다.
한국은 고유가와 원화 약세, 세계 제조업 수요 둔화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구조다. 에너지를 수입해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에는 원료가격 상승과 최종 수요 감소가 동시에 충격을 준다.
고유가가 수주 이상 이어지면 미국의 물가 재상승과 소비 둔화가 겹쳐 기준금리 인하와 기업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취소하지 않더라도 착공과 서버 반입을 늦추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메모리 주문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이는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미국 경기가 실제로 둔화할 때 작동하는 위험 경로다. 반도체주 조정만으로 AI 투자 축소나 반도체 하강 사이클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확인해야 할 것은 빅테크의 자본지출 전망과 데이터센터 착공 일정, 메모리 고객사의 주문과 재고 변화다.
이란전에는 지금 두 개의 시한이 작동하고 있다.
하나는 트럼프가 발전소와 송전망, 에너지 시설 공격 여부를 결정할 군사적 시한이다.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의 에너지 흐름을 수주 안에 회복하지 못하면 비축유와 대체 공급의 완충력이 약해지는 경제적 시한이다.
교량과 철도·공항 공격이 공식 확인된다면 전쟁은 이미 군사시설 밖으로 한발을 내디딘 것이다. 전력망 공격까지 시작되면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하는 전쟁은 국가 기능과 국민 생활을 직접 압박하는 전쟁으로 바뀐다.
선택은 트럼프가 쥐고 있다.
그러나 결정의 청구서는 미국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호르무즈와 홍해를 지나 중국의 공장으로, 일본의 발전소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라인과 증시로 날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