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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장윤기 ‘축소수사’ 광산서만의 결정이었나…국수본과 ‘짬짜미’ 의혹
  • 한미일보 사회부 기자
  • 등록 2026-07-21 1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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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 경찰관들 “단순살인 적용·성범죄 분리수사, 국수본 지시 따랐다”
  • 광산서 전 형사과장 “부당한 지시 받지도 내리지도 않아”…책임 떠넘기기 가능성도
  • 검경, 국수본 관련 부서 동시 압수수색…보고 문건·통화 기록이 ‘윗선 개입’ 가른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고인 장윤기가 지난 5월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장윤기에게 단순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 뒤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윤기 사건의 축소·부실수사 의혹이 광주 광산경찰서를 넘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번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윤기 체포부터 검찰 송치까지 수사에 참여하거나 지원했던 다수의 경찰관이 단순살인죄 적용과 살인·성범죄 분리수사의 배경에 국수본의 지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광산서 간부들의 독단적 판단으로 여겨졌던 수사 책임선이 경찰 수사의 최고 지휘기관까지 올라가게 된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국수본 지휘가 있었다는 경찰관들의 증언이다. 국수본과 광산서가 장윤기의 혐의를 축소하기로 사전에 공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적인 중요사건 관리였는지, 결론을 사실상 정해놓은 부당한 개입이었는지는 국수본과 광주경찰청, 광산서 사이의 보고·지휘 기록을 통해 별도로 밝혀야 한다.

 

“중요사건, 현장이 독자적으로 결론 낼 구조 아니다”

 

당시 수사 경찰관들의 주장은 구체적이다.

 

장윤기 사건은 발생 초기부터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중요사건이어서 일선 수사팀이 독자적으로 죄명과 처리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광산서는 사건의 주요 진행 상황을 국수본에 보고했고, 국수본 의견이 사안별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경찰관들은 증언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장윤기에게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한 수사 관계자는 해당 혐의 적용을 주장했던 지휘부 인사가 “장윤기의 자백 등 직접증거가 없으니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취지의 국수본 의견을 받은 뒤 입장을 바꾼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은 강간 등 살인이 아닌 단순살인 혐의를 적용해 장윤기를 검찰에 넘겼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광산서 지휘부는 국수본 의견에 따라 죄명을 결정한 실행선이 된다. 하지만 국수본이 일반적인 법률 검토 의견만 냈는데 광산서 간부들이 이를 확대 해석했거나, 부실수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국수본을 지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광산서 형사과장은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면서 “윗선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지도 않았고 자신이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어느 한쪽의 진술만으로 공모나 외압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살인과 이틀 전 성폭행, 왜 따로 수사했나

 

국수본 지휘 의혹은 단순살인죄 적용에 그치지 않는다.

 

장윤기는 피해 여고생을 살해하기 이틀 전인 5월3일 외국 국적의 여성 지인을 상대로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았다. 당시 다른 지역 경찰에 접수된 이 사건을 광산서로 넘겨 살인 사건과 병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국수본이 성범죄 전문 인력이 있는 여성청소년과에서 별도로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일선 경찰관들의 증언이다.

 

경찰관들은 두 사건이 분리되면서 장윤기의 연속된 성범죄와 살인의 연관성을 하나의 맥락에서 수사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수사팀 내부에서 제기된 강간 목적 살인 의견도 지휘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송치 혐의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을 전문 부서에 맡기는 것 자체가 곧바로 부당한 지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분리수사 결정 당시 국수본과 광주경찰청, 광산서 지휘부가 두 사건의 연관 가능성을 인식했는지, 분리 이후에도 범행동기 규명을 위한 공조와 증거 공유를 지시했는지다.

 

분리수사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통상적 조치였는지, 성범죄 목적을 수사 대상에서 사실상 떼어내는 결과를 초래한 축소수사였는지는 당시 보고서와 지휘 문건이 말해줄 사안이다. 국수본도 분리수사 지시 여부를 포함한 당시 수사 과정은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단순살인, 검찰은 ‘강간 등 살인’

 

경찰과 검찰의 결론은 크게 달랐다.

 

경찰은 장윤기를 단순살인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광주지검은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가 피해자를 납치해 성폭행할 목적으로 접근했고,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일 장윤기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는 아직 법원의 확정 판단이 아니라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 전 차량 문을 열어두고 케이블타이를 준비한 점, 피해자를 제압해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한 정황, 이틀 전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 등을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죄명의 차이는 처벌의 하한을 바꾼다.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반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규정한다. 단순한 죄명 선택의 차이가 아니라 유기징역 선고 가능성 자체를 가르는 중대한 판단이다.

 

검찰의 판단이 법정에서 인정될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진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범행동기와 증거를 검찰 보완수사가 다시 들여다본 뒤 적용 혐의가 달라진 사실은 분명하다.

 

부실수사 조사하던 국수본도 압수수색 대상

 

경찰 특별수사단과 광주지검은 21일 오전 국수본 관련 부서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장윤기 사건의 전반적인 보고·지휘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핵심 증거 미확보와 주요 정황 묵살 등 의도적인 부실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당시 지휘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 중이다.

 

국수본은 애초 광산서의 봐주기·부실수사 의혹을 규명하는 지휘기관이었다. 그런데 일선 경찰관들의 증언대로라면 국수본은 진상규명의 주체인 동시에 당시 수사 방향에 관여한 의혹의 당사자가 된다.

 

수사의 초점은 명확하다. 광산서가 국수본에 올린 보고서, 국수본이나 광주경찰청 지휘선이 내려보낸 의견과 지시, 관계자들의 통화·메신저 기록에 무엇이 담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직접증거가 부족하니 신중하라’는 통상적인 의견이었는지, 성범죄 목적을 배제하고 단순살인으로 처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였는지가 책임의 경계를 가른다.

 

광산서 간부들이 사건을 축소한 뒤 국수본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인지, 국수본과 지역 지휘부가 함께 수사 방향을 정한 것인지도 규명돼야 한다. ‘짬짜미’ 의혹은 표현의 강도가 아니라 문서와 기록으로 입증해야 할 수사의 대상이다.

 

장윤기 사건은 이제 한 경찰서 수사팀의 일탈에 머물지 않는다. 경찰 지휘체계 전반이 범행동기 규명을 막았는지, 내부 보고와 지휘가 진실 발견보다 조직 보호를 앞세웠는지를 묻는 사건으로 커졌다.

 

경찰의 단순살인 송치가 검찰 보완수사에서 강간 등 살인 기소로 바뀐 과정은 수사기관 간 상호 검증 장치의 필요성도 다시 보여준다. 국수본이 진상규명의 주체인지, 수사받아야 할 지휘선인지를 가를 열쇠는 결국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보고 문건과 통신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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