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체격이 작고 날씬한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당뇨에 더 취약한 걸까?"
공항이나 해외 거리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초고도비만인 서양인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한국인의 기준에서 보면 당장이라도 당뇨나 대사질환으로 쓰러질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들 중 상당수는 당뇨를 앓고 있지 않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비만이 사회적 문제인 서구 대부분 국가의 당뇨 유병률은 10% 미만이다.
반면 대한당뇨병학회와 질병관리청이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꼴(약 14.8%)로 당뇨를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3명(28.0%)으로 유병률이 매우 높다. 당뇨 전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3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이 이에 해당한다. 왜 체격이 작고 날씬한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당뇨에 더 취약한 걸까?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인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 차이’에 있다. 통계적으로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췌장 기능이 약 1.7배에서 2배 정도 강하다. 여기서 췌장 기능이 강하다는 것은 몸에 들어온 여분의 탄수화물과 당분을 ‘지방 조직’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서양인은 엄청난 양의 정제 탄수화물(설탕, 밀가루, 거대한 탄산음료 등)을 먹어도 강력한 췌장이 이를 빠르게 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한다. 덕분에 몸은 초고도비만이 될지언정, 혈액 속 혈당량은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되어 당뇨로의 진행이 늦춰진다.
반면 동양인(한국인)은 타고나길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활동량을 넘어서는 탄수화물이 들어왔을 때 이를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는 ‘한계치’가 훨씬 빨리 찾아온다.
결국 한국인은 서양인처럼 초고도비만이 되기 전에 이미 췌장 기능이 한계에 다다르고,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며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는 당뇨 증상이 훨씬 빠르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과식·야식보다 무서운 ‘복잡식’
당뇨를 피하려면 과음과 과식, 특히 백설탕이나 흰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멀리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경계해야 할 식습관이 있다. 바로 ‘복잡식’이다. 한마디로 ‘뷔페식’이 장내에서는 ‘부패식’이 되는 원리다.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도 분비하지만, 아밀라아제, 프로티아제, 리파아제 같은 소화효소도 분비하는 기관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동시에 섭취하면 췌장은 이 모든 것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하게 된다.
그 결과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로 인해 ‘불완전 소화’가 일어난다.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은 장내에서 부패하고 그 결과 독소가 발생한다. 이 독소는 소장의 조밀한 융모 틈새를 벌려 이른바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을 유발하고, 대사 쓰레기들이 혈액을 오염시키기 시작한다.
혈액 오염으로 인슐린 수용체 고장
오염된 혈액이 온몸을 돌면 세포와 모세혈관에 쓰레기가 쌓이게 된다. 인체의 골목길이 쓰레기로 막히면 정작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포도당)가 들어갈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 문이 바로 ‘인슐린 수용체(Insulin Receptor)’다. 인슐린 수용체가 고장 나 세포가 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 이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다.
이때 병원에서는 인슐린 분비 촉진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이는 배달기사 한 명을 더 고용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못 된다. 쓰레기(독소)를 치우지 않은 채 택배기사만 늘려 불량 원료를 억지로 집어넣어 봤자, 세포 안에서는 불량품이 생산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결국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 공장은 완전히 지쳐버리고, 혈당 조절 기능은 강을 건너게 된다.
당뇨는 단순히 혈당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뇨가 시작되면 고혈압, 파킨슨병, 만성 변비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뇌세포 기능 저하로 이어져 ‘제3의 당뇨’라 불리는 치매(인지장애)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췌장이 약한 한국인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당뇨가 ‘췌장손상형’인지, 혹은 췌장은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사 문제로 발생한 ‘췌장비손상형’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췌장 손상형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비손상형은 ①췌장을 쉬게 하고 ②장내 독소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다. (‘생활 속 췌장쉼 관리법’은 앞의 칼럼을 참고) 나의 췌장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고, 올바른 대처법을 찾아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당뇨라는 거대한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박찬영 원장
서울 사당동 어성초한의원 원장. 동국대 한의학박사. MBN ‘엄지의제왕’ 등 TV 건강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에 해독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저서로 ‘아토피 여드름 어성초로 고친다’ ‘양념은 약이다’ ‘해독의 기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