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7500선을 처음 돌파한 5월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외국인은 기록적인 순매도에 나섰지만 개인과 금융투자가 물량을 받아내면서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폭락은 7월 말 주가가 무너진 날 갑자기 시작된 사건이 아니다.
가격은 계속 올랐지만 시장의 주인이 바뀌고, 외국인의 이탈 신호가 개인과 금융투자의 매수에 가려지기 시작한 날이 있었다. 6·3 지방선거를 27일 앞둔 5월7일이다.
전날 코스피에서 3조원 넘게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하루 만에 7조172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코스피는 떨어지지 않았다. 개인이 5조9913억원, 기관이 1조984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가운데 금융투자 순매수만 1조8860억원에 달했다. 지수는 오히려 1.43% 오른 7490.05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5월7일은 지수가 폭락한 날이 아니다. 외국인이 만든 상승 가격을 개인이 인수하기 시작한 수급의 변곡점이었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11포인트(0.15%) 오른 8,801.49에, 코스닥은 24.00포인트(2.29%) 내린 1,026.03에 장을 마감했다. 2026.6.2 [사진=연합뉴스]
한미일보는 하루 전 이미 경고했다
한미일보는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5월6일 ‘[한미 데이터 랩] 리포트 개인들 지선 전 빚투 정리해야’를 보도했다.
당시 한미일보는 반도체 호황 자체는 실재하지만 증시 상승을 산업 호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과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조정,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 개인 신용투자가 한꺼번에 결합했다며 장세를 ‘정책·수급형 인위적 불장’으로 규정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은 위험이 커지면 먼저 빠져나갈 수 있지만 빚으로 추격한 개인은 마지막까지 남을 수 있다며 지방선거 전 보유 주식보다 신용 비중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5월7일 투자자예탁금은 136조9890억원, 신용거래융자는 35조5072억원이었다. 예탁금 대비 신용 비율은 25.9%였다. 한미일보는 이를 추가 매수 여력이 아니라 이미 붙은 신용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완충 구간으로 봤다.
5월15일에는 개인이 7조229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조6610억원, 1조7336억원을 순매도했다. 신용융자 비율은 27.5%로 높아졌다. 한미일보는 미국 채권시장이 당긴 방아쇠와 한국 시장 안의 빚투 뇌관이 겹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 폭락은 예고 없이 찾아온 돌발사고가 아니었다. 5월부터 외국인의 현물 이탈과 개인의 빚투 방어, 반도체 대형주 쏠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외국인은 팔았는데 지수는 왜 올랐나
외국인은 5월7일부터 지방선거 전날인 6월2일까지 18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했다. 누적 순매도액은 59조3470억원이었다.
반대로 개인은 같은 기간 60조3961억원을 순매수했다.
6월2일에도 외국인이 6조5935억원을 팔자 개인이 6조3482억원을 사들였다. 코스피는 0.15% 오른 8801.49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었지만, 개인의 매수세가 가격을 더 끌어올린 것이다.
당시 외국인의 매도가 기업이익 둔화를 미리 반영한 것인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비중 조정이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급의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문제는 지수가 계속 오르면서 이 변화가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개인에게는 외국인이 하루 7조원 넘게 팔아도 지수가 오르는 광경 자체가 강력한 매수 신호가 됐다. 외국인의 매도보다 화면에 표시되는 사상 최고가를 믿은 것이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8개 자산운용사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이 동시 출격하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쏠리는 모습이다. 2026.5.27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 매수’가 만든 착시
개인의 믿음을 강화한 또 하나의 신호는 금융투자 매수였다.
한국거래소 통계에서 금융투자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의 계정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증권사 고유자금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설정, 유동성 공급, 시장조성, 선물·현물 차익거래와 파생상품 헤지가 함께 섞일 수 있다.
따라서 금융투자 순매수를 증권사가 기업가치를 높게 보고 장기 투자한 자금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5월 한 달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36조6000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25조5000억원, 기관은 10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금융투자 순매수만 12조9000억원이었다.
기관 전체보다 금융투자 매수가 더 컸다는 것은 금융투자를 제외한 다른 기관은 순매도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은 5월 코스피에서 2조1617억원을 순매도했고,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즉 반도체 주가를 떠받친 기관 자금의 중심은 장기 연기금이 아니었다.
개인이 반도체 ETF를 사면 증권사는 ETF를 공급하거나 가격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구성 종목을 매수할 수 있다. 이 경우 개인의 주문이 금융투자 매수를 만들고, 그 금융투자 매수가 다시 개인에게 ‘기관도 사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자기강화 구조가 형성된다.
다만 공개 통계만으로 증권사 고유계정, ETF 설정, 차익거래, 파생상품 헤지 비중을 분리할 수는 없다. 이번 폭락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5월7일부터 6월2일까지 금융투자 매수의 계정별 성격과 증권사별 거래 집중도를 확인해야 한다.
개인이 믿은 세 가지… 실적·수급·정책
개인이 외국인 물량을 계속 받아낸 배경에는 세 가지 믿음이 있었다.
첫째는 반도체 실적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을 정당화했다.
둘째는 수급이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팔아도 개인과 금융투자가 받아내며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하자 시장 아래에 더 강한 매수 주체가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금융투자 매수의 상당 부분이 ETF 설정과 헤지 등 상품성 거래였다면 그 믿음은 장기 자금의 확신과는 다른 취약한 토대 위에 선 셈이다.
셋째는 정책이다. 5월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일간 수익률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출시됐다. 출시일부터 6월19일까지 개인은 레버리지 ETF를 약 8조2000억원 순매수한 반면 인버스 ETF는 약 3000억원 사는 데 그쳤다.
이 상품은 5월7일 수급 반전의 원인은 아니다. 다만 이후 반도체 쏠림과 변동성을 키운 증폭 장치였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추진하고 대표 반도체주에 2배로 베팅할 통로까지 열어준 사실은 개인에게 ‘정부도 상승장을 원한다’는 신호로 읽혔을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정책 풋’ 기대가 형성됐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선거를 위해 증권사에 매수를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는 현재 공개돼 있지 않다. 금융투자업이 금융당국의 인가·감독을 받는 규제산업이라는 사실과 실제 매수 지시는 구분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가 시작된 5월7일부터 선거 전날까지 개인과 금융투자가 물량을 받아 지수를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그 사이 단일종목 2배 상품까지 출시됐다는 시간적 배열은 확인할 가치가 충분하다.
출시 50일 만에 신규 상장 중단
7월15일 기준 단일종목 상품 16개의 시가총액은 출시일 4조4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도 지난해 말 34%에서 7월15일 52%까지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7월16일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커버드콜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즉시 금지했다.
개인 일반투자자 기본예탁금도 대용증권을 포함한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강화했다. 당초 8월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7월24일 후속 조치에서 시행일을 7월31일로 앞당겼다.
상품을 허용한 금융당국이 출시 50일 만에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투자 요건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당국 스스로도 성장 속도와 쏠림 위험을 예상보다 심각하게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스피가 전장보다 360.42p(5.98%) 내린 5,663.24로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15.8원 내린 1,446.7원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43.17p(6.12%) 내린 662.68으로 마감했다. 2026.7.29 [사진=연합뉴스]
7월29일, 개인의 인수 능력이 끝났다
코스피는 7월28일 10.84% 급락한 6023.66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4조9914억원, 기관은 633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4조3305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29일 코스피가 다시 5.98% 떨어진 5663.24로 마감하자 개인은 1조9766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도 1조2101억원을 팔았고, 기관은 3조1488억원을 순매수했다.
5월7일부터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온 개인이 마침내 매도자로 바뀐 것이다.
직접적인 방아쇠로는 SK하이닉스 실적 실망,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이들 악재만으로 이례적인 낙폭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편중 구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외국인 현물 매도와 개인 신용투자가 겹친 수급 취약성이 하락을 증폭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결국 7월 폭락은 5월7일 이후 만들어진 수급 구조가 한계에 도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은 고점에서 물량을 줄였다. 개인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계속 오르는 가격, 금융투자의 매수,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을 믿고 그 물량을 받아냈다.
이 구조는 신규 자금이 들어오는 동안 상승을 강화하지만,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이 고갈되면 정반대로 움직인다. ETF 환매와 레버리지 노출 축소, 담보 부족과 반대매매가 동시에 나타나 하락을 증폭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개인의 탐욕이나 무모한 빚투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개인이 왜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를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금융투자 매수가 왜 장기 기관자금의 확신처럼 비쳤는지, 금융당국은 반도체주가 지수의 절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단일종목 2배 상품을 허용한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따져야 한다.
지방선거와 지수 상승의 시간적 일치도 검증 대상이다. 다만 필요한 것은 추측이 아니라 금융투자 계정의 실체와 금융당국·증권사 간 접촉 기록이다.
무엇보다 5월7일부터 선거 전날까지 외국인이 판 59조원과 개인이 산 60조원의 흐름을 다시 추적해야 한다.
외국인은 이미 떠나고 있었는데 개인은 누구를 믿고 그 물량을 샀는가.
7월 코스피 폭락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바로 5월7일이다.
2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 지수는 59.01포인트(7.72%) 내린 705.85로 장을 종료했다. 2026.7.28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