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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發 ‘가짜뉴스’…“업무보고가 선동 무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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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8-05 17: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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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공제 사례로 양도세 왜곡…투자·투기 일반론으로 확대
  • 전두환·노태우 처벌·하나회 해체 지우고 “책임 안 물어”
  • 대통령이 결론 내면 국무위원은 답 맞추기…검증 기능 실종

이재명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육군사관학교가 군사 쿠데타의 중심이었다며 사관학교 통합을 쿠데타 방지 논리와 연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에서 예외적인 세제 사례를 일반화하고 쿠데타 책임의 주체를 뒤섞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100억원대 부동산 양도소득에도 세금은 몇억원에 불과하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육군사관학교가 세 차례 군사 쿠데타의 중심이었지만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을 설명하고 정책의 근거를 제시해야 할 자리가 대통령의 정치적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원대가 돼도 세금은 몇억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도가액과 양도차익,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한 뒤의 양도소득금액과 과세표준은 모두 다른 개념이다.

양도차익 100억원이 과세표준에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면 국세와 지방소득세를 합한 세액은 약 48억8000만원이다.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에 지방소득세를 더한 최고 부담률도 49.5%로 근로소득세 최고 부담률과 같다.

세금이 10억원 아래로 내려가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보유하고 실제 거주한 1세대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한 적용받는 제한적인 경우다. 이는 단기 매매자나 다주택 투기자에게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다.

그런데 이재명은 근로소득에는 공제 전 최고 한계세율을 적용하고 부동산에는 최대 공제 후의 실효세액에 가까운 사례를 끌어왔다. 서로 다른 기준을 비교한 뒤 현행 세제가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보호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해 근로소득자와 주택 보유자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육사 관련 발언은 집단책임론으로까지 번졌다. 이재명은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세 차례 군사 쿠데타가 모두 육군과 육사 출신에 의해 벌어졌으며 육사에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5·16 군사정변과 12·12 군사반란에서 육군과 육사 출신 장교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24년 12·3 비상계엄까지 ‘육사가 중심이 된 세 번째 쿠데타’로 묶는 것은 당시 대통령과 군 지휘관, 명령 집행자, 출신 교육기관의 책임을 뒤섞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은 당시 대통령이 선포했고 일부 군 지휘관이 병력 동원과 집행에 관여했다. 관련자의 책임은 계엄 선포와 지휘, 공모 및 명령 집행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육사 졸업 여부는 군 인사구조를 분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육사의 행위나 법적 책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부 졸업생의 행위를 학교와 전체 졸업생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헌법국가가 경계해야 할 집단책임론이자 연좌제적 발상이다.

“책임을 한 번도 묻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지운 발언이다. 대법원은 1997년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사건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유죄를 확정했다. 전두환에게는 무기징역, 노태우에게는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김영삼 정부는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하고 관련 장성들을 전역시켰다.

육사라는 교육기관을 폐지하거나 통합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면 그렇게 명확히 설명했어야 한다. 관련자 형사처벌과 인사 조치, 군 조직 개혁까지 있었는데도 아무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

이재명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사관학교 통합이 쿠데타를 예방한다는 조사나 통계, 비교 연구가 제시되지 않았다.

사관학교 통합은 합동성 강화와 첨단전 인재 양성, 각 군의 전문성,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효율을 종합해 결정할 문제다. 육사를 쿠데타의 온상으로 낙인찍고 그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쿠데타를 막는 힘은 학교 간판을 합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문민통제와 군의 정치적 중립, 위법한 명령에 대한 통제, 사조직 차단과 정상적인 지휘체계에서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잘못된 전제를 국무위원과 참모들이 검증하거나 바로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세 번”이라고 결론 내리자 배석자들은 쿠데타의 범위와 책임 주체를 따지지 않았다. 사관학교 통합과 쿠데타 예방 사이의 인과관계를 묻는 대통령 앞에서도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신중한 판단을 요청하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업무보고는 대통령의 생각에 정부가 답을 맞추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제시된 정책이 문제 해결에 적합한지를 따지는 검증 절차여야 한다.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의 결론을 전제로 정책 명분만 보태기 시작하면 업무보고는 집단사고를 제도화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한다.

정부는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발언에는 일반 국민이나 언론보다 더 엄격한 사실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국민에게 가짜뉴스를 경계하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숫자와 역사를 선택적으로 편집한다면 어떤 정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세제는 정확한 숫자로 설명하고 군 개혁은 안보와 제도의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의 단정과 낙인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업무보고가 대통령발 ‘가짜뉴스’를 전국에 생중계하는 선동 무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 대통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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