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의 대표를 지낸 두 인물 한동훈(왼쪽)·이준석을 보수의 빅텐트에 포함시킬 것인가, 라는 중대한 문제 앞에서 그들이 어떤 원칙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에도 유행이 있다. 오늘날 정치판에서 가장 강력한 유행은 단연 ‘이미지’다.
젊음, 수려한 외모, 화려한 미사여구, 친절한 매너, 그리고 연예인급 인지도. 이러한 요소들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들고 유권자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소통의 문턱을 낮추는 호감 이미지를 갖추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이미지가 정치철학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철학 그 자체를 대체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정치의 ‘이미지즘(Image-ism)’이라 부르고 싶다.
정치인의 철학과 가치, 그동안의 선택과 행동보다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 이른바 ‘확장성’만을 앞세워 정치인을 평가하는 현상이다. ‘무엇을 주장하고 지켜왔는가’보다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해지는 순간, 정치는 가치가 아닌 인물을 추종하는 팬덤 정치로 전락한다.
텐트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깃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의 진로를 우려하는 보수 진영 일각에서 이른바 ‘빅텐트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동훈도 끌어안아야 한다” “이준석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과 젊은 층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치에서 연대와 통합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사람을 먼저 모아놓고 나중에 가치를 정하는 것이 정치인가, 아니면 공유하는 가치가 있기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정치인가. 빅텐트를 치기 전에 텐트 중앙에 어떤 가치의 깃발을 세울지부터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텐트가 크다고 반드시 강한 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이들을 한 천막 아래 모아놓으면, 무늬만 연합일 뿐, 그것을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라 부를 수 없다.
일당백이라는 세계 최정예 부대의 명성은 병력의 숫자에서 나오지 않는다. 명확한 임무와 목표가 있고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기에 강한 집단이 되는 것이다.
빅텐트에서 중요한 것은 텐트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세워진 철학과 가치의 깃발이다.
지금 합의된 가치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법치주의인가, 그를 지탱할 수 있는 시장경제와 국가안보인가, 또한 최근 불거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제도 확립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빅텐트는 정치철학이 빠진 ‘선거공학적 수사’에 불과하다.
유명세라는 마취제,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라
따라서 보수당의 대표를 지낸 두 인물 한동훈·이준석을 보수의 빅텐트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 역시 단순한 인기도로 접근해서는 안 될 지점이다.
“인기가 있으니까” “중도층이 좋아하니까” “확장성이 있으니까”라는 피상적 이유만으로 통합을 외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이미지 정치의 전형이다.
질문은 단순하고도 명확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어떤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가?” 과연 대한민국이 직면한 중대한 문제 앞에서 그들은 어떤 원칙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심장, 선거 과정의 부정에 답하라
최근 선거 관리 과정 전반의 혼선과 전산 처리 조작 등 공정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이어지며,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기다.
2026년 6월3일 이후, 현재의 시대정신은 분명 부정선거 척결과 공명선거 확립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국민주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아니,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민주주의는 한낱 사상누각 위에 서 있는 정치 제도에 불과하다.
정치인이라면 이 엄중한 질문 앞에서 당당히 답해야 한다. 특히, 한동훈과 이준석은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부정선거가 있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던 이준석이든, 선거제도의 신뢰성 문제에 침묵하며 원론적 태도에 머물렀던 한동훈이든 예외일 수 없다. 부실이든 부정이든,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존재한다면 정치권은 이를 해소하는 것이 책무다.
사전투표 폐지와 당일투표제 확립, 수개표를 통한 투개표 과정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선관위의 조작 등에 대한 특검과 책임자 처벌, 향후 선거제도의 공명성과 책임성 확보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당은 연예기획사가 아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주제, 즉 경제, 청년, 공정, 통합 등으로는 진짜 정치인의 철학을 검증할 수 없다. 정치인의 진짜 가치는 논쟁적이고 불편한 문제 앞에서도 표 계산을 내려놓고 자신의 소신을 얼마나 뚜렷하게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평가 기준은 곱상한 얼굴인가, 말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국가의 중대한 위기 앞에서 어떠한 원칙과 해법을 내놓고 행동으로 보여주느냐가 되어야 한다.
한동훈과 이준석을 다시 보수 정치의 중심에 세우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정당은 연예기획사가 아니다. 인지도 높은 스타를 전면에 세워 흥행을 노리는 조직이 아니라,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의 정치적 동지 공동체다.
보수가 진정 재건되기를 원한다면, 곱상한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세워진 가치의 깃발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 민병곤 작가
정치다큐멘터리 작가
국민의힘 충남도당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