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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판, 다시 판단할 법적 사정 생겼는데 …법원·검찰 왜 침묵하나
  • 김영 기자
  • 등록 2026-08-12 10: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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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형사상 소추는 원칙적으로 공소제기”…불소추특권 확대해석 경계
  • 서울고법은 직권 기일지정 가능…검찰 신청도 새 기소 아닌 기존 공소수행
  • 정치검찰·사법의 정치화 오명 벗을 기회…검찰은 신청하고 법원은 판단해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6월 공판기일이 ‘추후 지정’된 뒤 멈춰 있다. 대법원이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법리를 새로 제시했지만 법원과 검찰은 재개 여부에 관한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을 법원과 검찰 사이에 배치한 합성 이미지. [사진=한미일보 그래픽]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6월9일 멈췄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같은 달 18일 열 예정이던 첫 공판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그로부터 1년여 뒤 법적 상황이 달라졌다. 대법원은 지난 7월9일 헌법 제84조의 ‘형사상 소추’가 원칙적으로 공소제기를 의미하며, 법 앞의 평등에 대한 예외인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함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임기 전에 기소된 사건의 공소유지와 재판 계속 여부까지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을 이유로 재판을 멈춘 서울고법의 기존 해석을 다시 검토할 법적 계기는 마련됐다.

법원은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정할 수 있고 검찰은 기일지정을 신청해 재판부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재판을 다시 열 것인지, 대통령 임기 동안 계속 중단할 것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 대법원의 새로운 헌법 해석이 나온 뒤에도 법원과 검찰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헌법 제84조에는 대통령 취임 전에 기소된 형사사건의 재판을 중단하라는 명문 규정이 없다. ‘소추’에 이미 제기된 공소의 유지와 재판까지 포함되는지를 놓고도 학계와 법조계의 견해가 엇갈렸다.

서울고법의 재판 중단은 판결이나 항고 대상이 되는 재판이 아니라 공판기일을 정하지 않은 소송지휘였다. 따라서 상급심에서 그 법리의 옳고 그름이 검증되지 않았다. 재판이 자동으로 재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기 중 재판이 법률상 금지됐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 대법원이 소추의 의미와 불소추특권의 한계를 제시했지만 서울고법은 직권으로 기일을 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기일지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양쪽 모두 움직이지 않으면 대법원의 새로운 헌법 해석이 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계기조차 마련되지 않는다.

대법원이 새로 그은 ‘불소추특권’의 경계

대법원 3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 방해 사건에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형사상 소추란 원칙적으로 공소제기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의 예외이므로 함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대통령 재직 중 형사상 소추가 금지되더라도 수사까지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직무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면 사건 접수와 증거 수집·보전 등 기본적인 수사 조치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소추’와 ‘수사’를 구별하고 불소추특권의 외연을 제한한 것이다.

이 판결에는 재판장 이흥구 대법관과 주심 이숙연 대법관, 노경필 대법관이 참여했다. 오석준 대법관은 재판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우려해 사건을 회피했으며 심리와 선고에 관여하지 않았다. 공개된 판결에는 별개의견이나 반대의견이 표시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이 임기 전 기소 사건의 공소유지나 재판 진행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허용 범위였고,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지는 직접적인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만으로 “공소유지는 불소추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구분한다. 공소제기는 국가가 형사재판을 청구하는 행위이고, 공소유지는 이미 제기된 공소를 판결 확정 때까지 수행하는 절차다. 대법원이 소추의 원칙적 의미를 공소제기라고 밝힌 것은 공소유지와 재판까지 당연히 금지된다는 해석을 다시 검토할 논거가 된다.

정확한 결론은 재판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재판을 재개할 수 없다는 기존 해석을 다시 판단할 법적 사정이 생겼다는 데까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사건 상고심 선고가 지난 7월9일 서울역에서 생중계되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헌법 제84조의 ‘형사상 소추’를 원칙적으로 공소제기로 해석하고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함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기일지정 신청은 새로운 기소가 아니다

이 대통령 사건은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은 2024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2025년 3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같은 해 5월1일 무죄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사건번호는 2025노1238이다.

검찰이 지금 공판기일 지정을 신청하더라도 새로운 범죄사실을 추가해 대통령을 다시 기소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이 돌려보낸 기존 사건의 공판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소수행 행위다. 이 같은 공소유지가 헌법 제84조의 ‘소추’에 포함되는지는 논쟁할 수 있지만 새로운 공소제기와 동일한 행위는 아니다.

공판기일은 재판장이 정한다. 검찰의 신청이 있다고 자동으로 재판이 재개되는 것도 아니고 검찰이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과 법률 검토 의견을 제시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할 뿐이다.

서울고법도 검찰의 신청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공판기일 지정 권한은 법원에 있으므로 재판부가 직권으로 종전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면 기일을 정하고, 중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그 법적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검찰이 신청하지 않는다고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일지정 신청은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정 의무로 명문화된 절차가 아니다. 그러나 신청을 보류한다면 누가 어떤 법률 검토를 거쳐 결정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가 나온 뒤에도 아무런 검토나 신청 없이 사건을 그대로 두는 것 역시 공소수행에 관한 하나의 선택이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새로 제시한 법리가 종전 조치와 무관하다고 본다면 그 근거를 밝혀야 한다. 재판 중단이 헌법 제84조에 따른 의무적 조치인지, 대통령 직무수행 보장을 위한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바뀐 형사7부…현 주심은 공개 확인 안 돼

2025년 6월 재판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을 당시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재권 재판장과 박주영·송미경 고법판사로 구성됐고 주심은 송미경 판사였다.

2026년 정기인사 이후 현재 형사7부는 구회근 고법부장판사를 재판장으로 김은구·박주영 고법판사가 참여하는 3인 합의부로 구성된 사실이 최근 재판 보도를 통해 교차 확인된다. 다만 이 대통령 사건의 현 주심은 공개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종전 조치를 내린 법관 가운데 현재 형사7부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박주영 판사뿐이다. 재판부 구성이 달라졌고 중단 결정 이후 대법원의 헌법 제84조 해석도 나왔다. 현 재판부가 종전 조치를 다시 검토할 절차적·법률적 여지는 충분하다.

재판부 변경이 종전 조치를 자동으로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공판기일은 ‘추후 지정’ 상태다. 현 재판부가 직권으로 기일을 정하거나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새로 판단하지 않는 한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항소심 무죄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유죄 취지로 돌려보낸 사건이다. 파기환송심이 열리지 않으면 유죄도 무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대통령 임기 동안 계속될 수 있다.

담당 검사도, 신청 검토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에서는 누가 이 사건의 공소수행을 책임지는지조차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미일보는 서울고검과 대검찰청에 현 담당 검사와 공판 지휘라인, 기일지정 신청 검토 여부, 신청을 보류한 법적 근거를 문의했다.

서울고검 공판부의 1차 안내 내용은 후속 인사자료 및 소속과 일치하지 않아 담당자를 확정할 수 없었다. 재확인을 시도한 뒤 대검찰청 공보라인에도 공식 질의했지만 마감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확인되지 않은 담당 검사와 서울고검 공판부장 이름은 기사에 싣지 않았다.

검찰 인사로 지휘라인이 바뀌어도 국가의 공소수행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새 담당자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와 재판 중단 이후의 법률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 이는 개인 검사가 아니라 서울고검과 검찰 지휘부가 함께 져야 할 조직적 책임이다.

검찰은 현재 공판검사가 누구인지, 대법원의 7월9일 판결 이후 기일지정 신청을 검토했는지, 신청하지 않는다면 법적 근거와 결재 책임자가 누구인지 답해야 한다. 서울고법도 종전 조치를 재검토했는지, 재판 중단을 의무적 조치로 보는지 재량적 소송지휘로 보는지 밝혀야 한다.

검찰과 법원에는 명예회복의 기회다

검찰과 법원이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대법원이 새로 제시한 법리를 검토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재판을 반드시 재개하라는 뜻이 아니다. 재개 여부를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절차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검찰은 오는 10월2일 78년 만에 ‘검찰청’이라는 이름을 잃는다. 검찰청법은 폐지되고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대체된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되고 공소청은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를 핵심 업무로 맡는다. 법률이 정한 중대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한다.

그 배경에는 선택적 수사와 정권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판을 받은 법 집행으로 쌓인 ‘정치검찰’의 오욕이 있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지 못한 결과가 수사와 기소의 제도적 분리로 돌아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검찰이 현직 대통령 사건에서 다시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공소수행 기관으로서 남은 존재 이유마저 흔들릴 수 있다. 검찰이 기일지정을 신청해야 하는 이유는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헌법 해석을 법정에서 검토받도록 하는 것이 공소수행 기관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처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해 3월 제한적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하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확정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됐다. 기존 3심 구조가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법률 개정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률도 공포됐다. 증원되는 대법관 12명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 4명씩 단계적으로 임명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증원되는 대법관과 기존 대법관의 후임 상당수를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은 여당이 주도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합법을 외피로 한 사법 장악’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사법부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법리보다 정무적 파장을 의식한다는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자초한 책임을 외면하기 어렵다. 법원이 판단을 피할수록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개입은 더욱 강해졌다.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역설적으로 검찰과 법원 모두에 명예회복의 기회다. 검찰은 정권의 유불리가 아니라 공소수행 원칙에 따라 기일지정을 신청하고, 서울고법은 헌법 제84조와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재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어느 결론이 나오더라도 충실한 법률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그것이 법치주의의 작동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9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판 재개 문제와 관련해 발제하고 있다. 나 의원은 8월9일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당내 의견 수렴과 여론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국회가 검찰의 판단을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민의힘은 법원에 특정 결론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기일지정 신청을 검토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 담당 검사와 지휘 책임자, 신청 보류의 법적 근거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판사 출신 중진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당 대표를 포함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을 임기 중 재개해야 한다는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반대로 재개할 수 없다는 결론도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분명한 것은 대법원이 소추의 원칙적 의미를 공소제기로 제시하고 불소추특권의 확대해석을 경계한 뒤에도 이 법리가 이 대통령 사건에 미치는 영향은 법정에서 검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필요한 순서는 명확하다. 검찰은 기일지정을 신청하고 서울고법은 재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검찰이나 법원이 대법원이 새로 제시한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검토하지 않은 채 대통령 임기 종료만 기다린다면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검찰과 사법의 정치화라는 오명을 벗는 길은 하나다. 정치가 아닌 법률로 판단하고 그 근거를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주간 한미일보 22호 커버스토리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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