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왼쪽) 조선일보 전 고문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조선일보·연합뉴스]
2000년 가을로 기억된다. 나는 그때까지 김대중 조선일보 전 고문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김대중정부 시기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으로 막 물러난 박지원 역시 만난 적이 없었다.
하루는, 물러난 지 얼마되지 않은 박지원 전 장관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급히 좀 만나자는 것이었다. 상부에 보고하자 “만나 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 자리에서 박지원은 자신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당시 김대중정부의 성공을 바랐던 나는 최선을 다해 도왔고(그 외에도 숱한 뒤치닥거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정부는 필자를 감옥에 보내 토사구팽 시켰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그의 직접적인 대출 외압 행위나 금품 수수 혐의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무혐의로 정리되었다.
이때부터 그와 나는 자주 만나게 되었다. 헤어지며 다음 약속을 잡을 때면 그는 일정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여주곤 했다.
거기에 김대중 고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물었다. “조선일보는 사사건건 현 정권을 비판하는데 만나도 괜찮습니까?”라는 순진한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김대중 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지난밤 폭탄주를 마시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재연하듯 대화를 이어갔다. 박지원은 동생이었고 김대중은 형이었다. 나중에 언론사 세금포탈 사건으로 언론사 사주들이 구속되면서 언론은 정권에 길들여졌다. 독재에 항거한 유능한 언론인으로 기억되던 김대중은, 밤이면 정권 실세에 밀착해 박근혜와 윤석열을 비난하기에 바쁜 ‘두 얼굴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그런 김대중이 어제 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상기 제목의 글을 썼다. 글의 초반부는 그 특유의 어법으로 이재명의 연임 개헌 카드를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따라 진행된 이재명식(式) 권력 게임’이라 규정했다.
그리고 이번 개헌 제안이 ‘약간의 권력 분산(일부 대통령 권한의 국회 이관)을 미끼로 던지고 있을 뿐, 국민이 그토록 염려했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본질적 문제는 피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뜻 보면 김대중이 마침내 이재명을 향해 칼을 뽑아 들었다고 느낄 법한 논조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 결국 글의 마지막은 이 상황을 막아야 할 야당 지도자 장동혁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며 마무리되었다.
야당 대표인 장동혁의 장 자(字) 한 글자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교묘한 표현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를 주범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개헌을 서두르는 것은 지금이 적기(適期)라고 본 듯하다. 우선 개헌하자면 넘어야 할 첫째 관문이 국회이고 야당인데, 지금 야당은 총체적으로 지리멸렬이다. 여당 견제에는 관심이 없거나 무기력하고, 오로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날 지새우는 줄 모른다. 이 대통령에게는 이보다 더한 호기(好機)가 없다….”
이런 식의 ‘장동혁 죽이기’는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호재(好材)는 야당의 무기력이다. 야당은 지금 지도자 부재(不在) 사태다. 야당에 대통령감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권력 연장의 좋은 기회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당을 혁신하고 새롭게 이끌어갈 리더가 없거나, 서로 헐뜯고 싸우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 정권 교체 의지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이재명 8년 집권으로 개헌되면, 그 기간 동안 이 나라에 야당은 존재할 의미조차 사라진다.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칼럼은 이처럼 야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만약 김대중에게 과거 독재에 항거했던 언론인으로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있었다면, 글의 대미를 이렇게 장식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우리는 가느다란 희망을 본다. 지금까지 밀실에서 야합하고 무력한 모습만 보여왔던 야당 지도자의 한계를 깨고, 장동혁은 거침없이 나아가는 백수의 왕이 되어 이재명을 향해 재판을 받고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라며 연일 사자후를 토하고 있는 것이다.
장동혁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혐오하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한동훈을 단호히 배제하고 척결하는 고도의 정치력 또한 발휘하고 있다.
장동혁, 그대 광장으로 나가라! 올림픽공원의 함성을 1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광화문광장의 역사와 단단히 묶어라. 자유민주당도, 자유와혁신당도 손에 손을 잡고 모두 하나 되어 모이도록 앞장서라. 전한길 강사도, 수많은 국민도 그대를 믿는다.
전과 5범에 12개의 오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자가 5년의 임기도 모자라 8년 집권을 획책하는 후안무치를 보이고 있다. 그대, 이재명의 독재를 척결하라! 이는 천명(天命)이자 종북 좌파 공산주의자들에게 치를 떠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그대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가 되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정성홍
한미일보 회장
前 스카이데일리 민간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
前 국가정보원 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