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전직 경찰 50대 A씨는 자살을 암시하고 실종됐을 당시 아내와 갈등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수사 (PG) [연합뉴스]
피의자인 A씨의 실종 신고 접수 당시부터 강력범죄를 예상할 수 있었으나 시신 발견, 피의자 검거까지 하루가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장미란씨 실종 사건으로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실종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 범죄 혐의점 파악과 공조 등 경찰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찰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피의자인 50대 남성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는 지난 23일 오후 2시께 서울 중랑경찰서에 접수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기고 집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자주 다니는 경기 구리시 당구장에서 최근 행적을 확인한 중랑경찰서는 신고 5시간 뒤인 오후 7시께 구리경찰서에 공조 요청을 했다.
이때까지 경찰은 A씨가 아내인 피해 여성 50대 B씨를 공격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A씨는 가정폭력으로 지난 3월부터 내년 8월까지 B씨의 서귀포시 주거지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 사실을 파악한 구리경찰서는 다음 날인 24일 오전이 돼서야 B씨가 안전한지 확인해 달라고 서귀포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서귀포경찰서의 관할 파출소 직원들은 같은 날 오전 8시 22분께 B씨의 주거지로 출동했다.
그러나 벨을 누르고 사이렌만 울린 후 아무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철수했다.
이후 오후 7시가 돼서야 다시 현장을 확인하러 온 경찰은 비로소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B씨를 발견했다.
피의자의 자살 실종 의심 신고 접수 후 30시간이 지난 뒤였다.
제주 서귀포경찰서 [연합뉴스]
시신 발견 이후 경찰은 부랴부랴 실종에서 강력 사건으로 전환하고 수사에 나서 25일 오전 0시 30분께 구리시에서 A씨를 검거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범행 시간은 23일 오전 3시께로, 가족의 실종 신고 전이다.
실종 신고 뒤 바로 경찰이 대응했어도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범행부터 검거까지 걸린 약 40시간은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수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생길 충분한 시간이다.
이에 대해 최초 실종 수사를 시작한 중랑경찰서는 "신고가 가정폭력 등 관련 내용이 아닌 자살 의심 신고라 초기에 범죄 연관성을 인지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며 "목격된 장소가 구리시로 파악돼 관할인 구리경찰서에 사건을 신속히 넘기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주에서 1년여가량 경찰관으로 재직한 뒤 퇴직했다. 이후 서울로 거주지를 옮겨 아내와 별거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이혼소송 중인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그를 제주로 압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계획이다.
A씨는 범행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