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 캠퍼스. 그 견고한 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자행되는 위선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한 신간 소설이 출간됐다.
박선경 작가의 ‘미사키’는 가상의 ‘동성대학교’를 배경으로, 교수와 제자라는 절대적 위계 속에서 일어난 성범죄와 이를 은폐하려는 기득권 카르텔의 추악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사회 고발 소설이다.
소설은 한국의 문화와 낭만을 꿈꾸며 유학 온 일본인 여학생 미사키가 지도교수로부터 강압적인 성폭력을 당하며 시작된다. 용기를 내 교내 성폭력상담센터에 이를 고발하지만, 상아탑이 보여준 대응은 참담했다.
가해 교수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동료 교수들 역시 삐뚤어진 엘리트주의와 배타적 진영 논리를 방패 삼아 무자비한 2차 가해를 가한 공범들이었다. 나아가 대학 법무팀마저 법적 기만책을 동원해 사건을 무마하려 시도하며 권력형 범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소설은 절망에 그치지 않는다. 부조리에 타협하지 않는 최승진 교수와 거대 권력에 맞서 무료 변론을 자처한 용기 있는 김형택 변호사의 연대는 피해자 미사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도망치는 대신 존엄을 찾기 위해 싸우는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참된 지성과 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침묵 속의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박선경 작가는 “이번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등장인물이 모두 실존인물이라는 점”이라며 “배경도 인물도 사건도 80% 이상 진실에 기초해 구성했다”고 밝혔다. 재판기록, 실존 인물들의 증언을 참고한 덕에 소설은 더할 수 없이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저자는 일본인 여대생이 주인공이란 점을 들며 “작품 속 악인과 의인들이 누군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정계와 법조계 등 한국 사회 전반으로 이어지는 지식인 사회의 몰윤리성과 상아탑 내 만연한 위계형 범죄와 조직적 방조에 강렬한 경종을 울리는 책 ‘미사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