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분석] 윤 대통령 내란 재판, 공소기각 가능성이 커진 이유
  • 김영 기자
  • 등록 2025-11-02 17:14:46
기사수정
  • 대법원 “수사권 없는 수사는 무효” 첫 판결
  • 공수처 내란 수사, 절차 위법 논란의 핵심
  • 사법질서의 경계가 다시 그려진다
대법원이 “수사권 없는 수사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공수처의 내란 수사와 검찰의 공소제기가 그 구조와 맞닿아 있다. 본 기사는 이번 판례가 윤 대통령 재판의 절차 적법성에 미칠 법적 파장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법정의 빛과 그림자. 절차의 위법이 남긴 공백 위로 한 줄기 햇빛이 떨어졌다. 대법원은 “수사권 없는 수사는 무효”라며 공소기각의 문을 열었다. 한미일보 그래픽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사건에서 대한 공소기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근거는 정치가 아니라 법이다. 

 

대법원이 지난 9월 11일 선고한 2022도10256 판결은 “검사가 수사권 범위를 넘어 직접 수사한 경우, 이는 절차상 위법이므로 그에 따른 공소제기는 법률상 무효이며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 문장으로 대한민국의 수사 체계를 뒤흔든 이 판결은 단순한 법리 해석을 넘어 수사권이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 개시한 수사, 그리고 그 수사에 기초한 기소는 모두 절차적으로 무효라는 새로운 헌법 질서를 선포한 셈이 됐다. 

 

이번 판결은 안양·부산·속초 아파트 분양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송치된 사건 외곽에서 별도의 범죄를 직접 수사했고,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정한 구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와 구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제3조의 입법 취지에 따라 수사개시 범위는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일부 증거가 공통되거나 수사 편의상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직접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명시했다. 

 

송치 사건과 공범 관계나 범행 수단·결과의 불가분적 관계가 없는 한 검사의 독자적 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대법원은 안양 아파트 사건 중 일부만 적법한 수사로 인정하고 부산·속초 아파트 사건과 분양권 전매 알선 사건, 그리고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사건은 모두 위법하게 수사개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검사가 수사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한 것은 절차적 위법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서, 절차의 위법은 곧 공소의 무효라는 원칙을 명문화했다.

 

이 판례는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법원이 처음으로 내린 실질적 제동이었다. 사법경찰관이 1차 수사를 담당하고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나 시정조치를 통해 견제와 협력의 구조를 이루도록 한 입법 취지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만약 검사가 무제한적으로 직접 수사에 착수한다면 경찰과의 견제 구조가 무너지고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이 법리는 곧바로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으로 이어진다. 공수처법 제2조 제3항은 공수처의 수사대상을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 및 그 공범’으로 한정하고 있다. 부패, 직권남용, 증거인멸, 알선수재 등은 포함되지만 내란은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내란 혐의를 적용해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고, 그 결과를 근거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검찰의 공소제기가 이어졌다. 명문 근거 없는 수사권 행사, 즉 ‘수사권 없는 수사’였다. 

 

대법원 판례의 논리를 적용하면 공수처의 행위는 명백한 절차 위반으로 평가된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개시한 수사는 법률상 무효이며, 그 결과로 이루어진 압수수색과 공소제기 역시 무효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윤 대통령 사건에서 공수처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공소기각 사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개시가 위법하면 그 이후의 절차 역시 ‘독수의 과실(독수독과)’ 원리에 따라 무효로 이어진다.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발부했고, 그 증거를 검찰이 이용했다면 전체 과정이 위법 수사에 기초한 절차로 묶인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와 제216조는 영장 청구의 주체를 ‘수사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기관의 영장 청구는 법률상 하자가 되며,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은 수사기관의 법적 권한이 전제될 때만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압수수색과 구속, 그리고 공소제기까지 일련의 절차는 무효의 연쇄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이 이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윤 대통령 재판은 형식적 절차의 정당성을 잃게 되고 실질적인 공소기각 판단으로 귀결될 여지가 커진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적법한 수사기관이 다시 수사를 개시해 재기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절차는 무효지만 사건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사건이 공소기각되더라도 적법한 수사기관이 새롭게 수사를 개시하면 재기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수사와 재기소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사법적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다. 사건은 사실상 리셋되고, 대통령 재판은 장기 표류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뿐 아니라 모든 수사기관의 권한 확장에 제동을 건 사건으로 평가된다. 공수처가 내란 사건을 수사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넘어 법적 권한의 경계를 침범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검찰은 ‘직접 관련성’이라는 명목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왔고, 공수처는 그 전례를 반복했다. 대법원은 이 관행을 끊어내며 “직접 관련성이 없으면, 편의상 연결이라도 수사는 위법”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사법기관 내부의 권력 균형을 다시 그리는 결정문이었다. 검찰·공수처·경찰이 각자의 1차 수사권을 벗어나는 순간, 그 결과는 모두 절차적 무효로 귀결된다는 헌법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사건의 본질은 내란의 실체보다 헌법 절차의 위기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수사권의 경계를 넘는 순간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훼손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사법부가 헌법의 이름으로 절차의 한계를 다시 세운 결정으로 읽힌다. 

 

만약 법원이 이 논리를 받아들여 공소기각을 선고한다면 그것은 개인적 면책이 아니라 수사권 체계의 재설계이자 사법질서의 리셋이다.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다시 ‘수사권의 헌법’을 쓰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판결과 대통령 사건이 만나는 지점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법률이 허락하지 않은 수사는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 법이 정한 절차는 단지 형식이 아니라 권력 남용을 막는 헌법의 실체다. 

 

수사권 없는 수사는 무효이며, 그 결과도 무효다. 이 문장은 한 개인의 운명뿐 아니라 한국 사법체계 전체의 미래를 결정할 문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 검찰의 기소 구조, 법원의 재판 절차 모두가 이 한 문장 속에서 다시 설계된다.

 

 

#윤석열재판 #공소기각 #대법원판례 #공수처 #형사소송법327조 #수사권논란 #적법절차 #헌법질서 #사법개혁 #한미일보기획분석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