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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 한미관세협정의 허와 실
  • 김병준 전 강남대 교수·경영학 박사·현 자교모 공동대표
  • 등록 2025-11-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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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APEC CEO 서밋 특별연설. 연합뉴스. 

김병준 전 강남대 교수·경영학 박사·현 자교모 공동대표지난번 10월 29일 정부는 한미관세협정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발표를 한 바 있다.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특별법 입법을 한다고 하는데 실질적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서명식이 없었던 만큼 지난번 7월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공개한 뒤 무산된 경험이 있어 아직까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우선 한국의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공개한 관세협상의 세부 진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 출자로 이뤄지는 대미투자액은 연간 200억달러를 한도로 총액 2,000억 달러로 구성된다. 이는 현재 4,00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연리 5%의 이자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소위 MASGA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은 민간자본에 의하여 한국 기업의 주도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1,5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 선박금융을 통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셋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하여 상호 관세율이 15%로 결정되며 반도체에 대해서는 경쟁국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넷째 품목 관세 중 의약품, 목재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 및 제너릭(복제의약품), 미국 생산품이 아닌 천연자원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한다. 추가로 농산물 추가개방에 민감성이 높은 쌀, 소고기 등의 품목 시장개 방을 방어하였다 한다. 끝으로 관세 인하 시점은 11월 중순경 관련법안의 국회제출시점에서 소급하여 11월 1일부터 인하시점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발언은 우리 정부와는 달랐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총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액 이외에 추가로 돈 많은 한국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총 6,000억 달러(이는 기존의 3,500억 달러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됨)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러트닉 상무장관은 농산물을 포함하여 100% 시장개방에 합의하였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 정부가 이처럼 혼돈스럽게 발표를 달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본 논고에서는 한국 측의 발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해도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바 그 주된 논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김 실장은 자동차 관세율만 언급하였지 철강, 알루미늄 등 현재 미국 측이 50%의 관세율을 발표한 품목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하다. 또한 자동차 부품 관세율에 15%를 명기하였으나 철강제품이 50%의 미국에 수출관세가 유지될 경우 자동차 냉연강판으로 공급되는 자동차 수출기업으로의 납품단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으로 명명될 경우에는 자동차에 원재료, 중간재, 재공품 등으로 구성되는 항목을 모두 포함시킬지 아니면 원재료는 제외될지가 관건이다. 자동차의 차체를 구성하는 냉연강판은 자동차 생산업체의 중요한 원재료 임에는 틀림없다. 만의 하나 우리나라 철강업체가 완성차업차에 공급하는 냉연강판이 부품으로서의 구성항목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에는 완성차 업체의 생산차량이 미국에 수출될 시 냉연강판 공급업체는 수출관세를 별도로 지불해야 하므로 납품단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경우 완성차 업체가 미국으로의 수출경쟁력을 갖기 위해 서는 국내 철강업체가 아닌 미국의 현지법인 또는 미국업체에서 생산되는 냉연강판 제품을 사용해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물론 미국의 철강 생산단가가 노무비 등에서 우리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관세율 50%가 매겨질 경우에는 훨씬 더 싸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계의 하청기업들이 판매하는 수출용 차량부품들에 대하여는 별도로 수출로 표기된다. 이때 해외 완성차업체들에 직접적으로 부품공급을 행할 경우에는 직수출로 표기되고 국내업체들을 통해 수출용으로 공급될 경우에는 KD(녹다운) 수출로 표기되는 것만의 차이를 보일 따름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납품을 행하는 철강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요는 철강업체가 납품하는 냉연강판이 부품으로 인정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합의문서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둘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중국 생산, 미국 소비라는 구도를 깨고 미국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MAGA 정책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즉, 철강, 조선, 원자력 발전, 반도체, 2차 전지 등 핵심 제조업을 미국으로 유치시켜 다시 제조업 강국 미국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부 및 조선산업 이외에 민간기업의 추가투자액까지 고려한 6,000억 달러를 언급하였다고 해석된다. 물론 민간의 추가투자 분야로는 2차 전지, 원자력 발전, 반도체 등의 한국의 핵심 제조기업들이 담당할 것이 명확하다. 이는 한마디로 한국의 제조업 센터를 미국으로 옮겨달라는 주문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동차를 제외한다면 동 부문에 대한 품목관세율은 아직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으니 15% 관세보다는 고율을 매길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가뜩이나 이재명 정부의 기업을 옥죄는 다수 악법들(개정 상법, 노란봉투법, 자사주 강제매각 등)로 인해 향후 기업영위의 지속성이 의문이 들 수 있는 한국의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 대기업들로서는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동차에 공급되는 철강업체의 관세율 15%가 적용받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더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미 자본도 기술력도 중국에 상당 부분 잠식당하고 미국 관세율 50%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POSCO는 최종자구책의 일환으로 이미 일본의 신일본제철이 인수한 미국 2위의 철강업체 US Steel(미국 1위는 Nucor)에 10% 지분투자를 행하였고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 건설에 현대제철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고 미국 Arcelor Mittal을 인수한 Cleveland-Cliffs에 최대 2조원을 투자하여 미국내 경쟁사들과의 협력을 모색중이다. 즉, 자동차 관세율이 15%라 하지만 차체의 기본 철강부품이 15%에 미포함될 경우 철강업체들은 물론, 완성차업체들도 결국에는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해마다 최고 200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 투자액은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겠느냐 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악의 경우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세계 경쟁력 최상위에 있는 우리 제조 대기업들은 거의 전부 미국으로 이전되고 우리나라는 자칫하면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심각한 성장 정체 혹은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외환보유고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책임하에 보관 중인 외화를 의미한다. 이때 2020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상품수지에 서비스수지와 이전수지를 합한 개념) 흑자액은 평균 60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경상수지 흑자는 주로 민간부문의 순수출 증가에 기인한다. 정부는 민간의 순수출증가에 따른 외화자본유입액을 주로 외환관리 차원에서 사들이는데 이것이 외환보유고라 할 수 있다. 즉, 순수출이 증가하면 외환보유고도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제조업 공동화에 직면하면 우리의 수출은 추락하게 되고 그 결과 민간의 외화자본 유입도 작아져 결국 정부의 외환보유고도 자동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과연 향후 10년 이내까지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수출강국으로서의 이름에 걸맞게 4,000억 달러 이상의 수준에서 유지될까?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조선업을 필두로 철강, 2차 전지, 원자력산업까지 미국으로 그 터를 옮길 경우 향후 5년 이내 순수출은 적자를 보일 것이고 그 결과 외환보유고도 형편없이 추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의 효자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도 결국은 생산기지의 이전은 아니더라도 그 비중이 크게 옮겨갈 것임을 예상한다면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정부는 이리 안달을 보이며 APEC 기간 중에 성급한 발표를 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왜 순수히 화답했을까를 설명하기로 한다. 이재명 정부는 누가 뭐라 해도 친중반미 행보를 보이고 있고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판결과 함께 사전 투표라는 부정조작에 대한 검증도 권력기관에 의해 철저히 거부 중인 수단으로 정권을 장악한 바,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도 이 정부는 빠른 협상타결을 국민들에게 선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도저히 밑질래야 밑질 수 없는 이러한 투자 제안에 응하지 않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과거 언론에서 보도된 3,500억 달러 전액 현금투자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이 제안(필자는 이 금액을 최초 제안한 측이 현 정부라 판단함)이나 연간 한도 200억 달러 분납이라는 제안 모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판단한다고 필자는 추론한다. 왜냐하면 모스 탄(Morse Tan) 전 국제형사사법대사가 9월에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으로의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설비의 수입을 중단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불법적인 친중활동 보조금(모스 탄의 표현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산하의 친중 사회단체를 포함한 국가 보조금)만 삭감시킨다 해도 적어도 2,000억 달러는 수년 내 쉽게 조달될 수 있는데 현 이재명 정부의 행보로 봐서는 그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침몰이 불가피해짐을 충분히 인정한다 해도 친중반미를 노골적으로 고수하는 현 이재명 정부에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한국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우회적 수단의 일환으로 이러한 제안에 대해 환영을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겠다. 즉,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없는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나 일회성 외환위기까지 촉발시킬 수 있는 2,000억 달러의 투자나 매 한가지이고 친중 혐미라는 틀 안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현 제도권 언론과 현 정부를 우회적인 방식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힘과 동시에 한국 국민들에게 이재명의 패악질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라는 암묵적 촉구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대처하는 과제는 우리 국민에게 달려 있다. 필자가 본지에 누누이 지적한 바 있듯이 대한민국은 잘못된 선장을 만나 끝모를 난파의 항해를 지속 중이다. 위에 언급한 한미관세협정의 난제는 경제를 조금만 공부해도 곧바로 체득가능하다. 더 이상 이 정부는 국민을 속여서는 안된다. 제도권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드디어 관세협상이 잘 되었다고 팡파레를 울리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내장을 쥐에게 파먹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모이만 쪼아대도록 유도하는 닭과 같은 신분으로 내모는 행위와 다름없다.  


김병준 전 강남대 교수·경영학 박사·현 자교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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