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객원논설위원·육사 40기한 나라의 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자유민주 체제 유지,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통합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안보는 군사력부터 외교와 정보, 경제와 방산 산업, 기술과 제도, 그리고 국민의 단결력까지 포함한다.
안보는 총칼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시스템의 문제다. ‘내란 특검’이 적의 선제 드론 공격에 대한 정상적인 드론 투입을 이적죄로 몰면 앞으로 군사작전 자체가 어렵다. 특검이 이적죄로 기소한 자체가 적을 돕는 이적죄다. 총이 녹슬면 정비할 수 있지만, 평화 이념에 고착되고 ‘내란 척결’ 정국이 길어지면 안보 시스템이 무너지고 국가는 존재 근거를 잃는다. 기술과 무기체계는 ‘스마트안보’에서 ‘AI안보’로 가고 있는데, 이를 운영하고 통제하는 안보 지도부는 ‘AI안보’를 안보 파괴(Safety Breakdown)로 이끌고 있다.
1. 안보 정의와 반대로 가는 대한민국 안보 현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있다. 전작권 환수, 핵추진 잠수함(SSN) 도입, 초음속 미사일, AI 무기체계 등 첨단 기술을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그 무기를 통합하고 운용할 두뇌인 합참 작전 체계를 해체하고 있다. 군의 명령체계와 합동 작전을 해체하려는 짓은 마치 최신형 슈퍼컴퓨터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중앙처리장치(CPU)를 떼어내는 행위와 같다.
러-우 전쟁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쟁은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공간이 전장이 된다. 전장은 사이버 공간과 우주, 심해, 무인 체계로 확장되고 있다. 선진국은 합동성을 강화하고, 합참의 정보 통합 기능과 작전 지휘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합참 구성원 전면 교체를 거론하는 퇴행적 발상은 자주국방이 아니라 안보 자해(自害)에 가깝다.
최근 김포 ‘백마도’ 군사보호구역 해제는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안보상 심각한 취약성을 초래한다. 개방과 동시에 정밀 감시체계, 출입 통제, 군과 지자체 협력체계 강구도 없다. 철책 해체로 한강 하류 접근 경로가 열려 감시·경계 기능이 약화되고, 군사시설 방어선과 정보 통제망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2025년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핵사용 억지의 핵심 문구인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한미 간 핵 대응 의지와 표현 수위에 균열이 생겼다. ‘동맹의 신뢰’보다 ‘정치적 문장’이 앞선 위험한 균열로 평가된다. 동상이몽 동맹처럼 보인다.
2. 안보의 정치화는 군사력과 동맹의 신뢰를 해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과 국방개혁의 기조가 뒤집히고, 항명이 헌법 수호자로 둔갑하고, 군의 전문성과 질서가 그때마다 재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하고 정책의 연속성은 끊어진다. 안보의 위기는 언제나 외부의 적(敵)이 아니라 내부의 이중적 안보정책 혼선에서 시작된다.
안보정책이 뒤집히면 혼란이 반복된다. 김포 ‘백마도’ 개방은 북한과 가까운 민감 지역을 민간인에게 열어 적 잠수함의 수중 접근 허용으로 안보 공백을 초래할 것이다. ‘함박도’는 북한이 불법 점유했지만 정부는 수년간 방치했다. 9·19 군사합의 복원 논란도 군의 대응을 어렵게 하여 안보 공백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정치 논리에 따라 안보가 흔들리면 그동안 축적한 군의 전문성과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안보 위기는 다양한 형태의 전쟁을 유발할 것이다.
이중적인 잣대는 핵추진 잠수함(SSN)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SSN은 장거리 작전과 지속적 억지력을 제공하는 전략 자산이다. 그러나 그 기술은 미국의 핵확산금지 정책과 군사기술보호조항을 뛰어넘어야만 획득할 수 있다. 결국 SSN 도입은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라, 한미 간 전략적 신뢰가 얼마나 깊은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미국에 기술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합참 기능을 약화시키는 모순된 구조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미국에게 “우리는 전작권 전환과 첨단무기를 원하지만 통합 지휘 능력은 확립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동맹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빛을 이기는 어둠은 없는데도 어둠으로 빛을 이겨보려고 집착하는 모양새다.
3. 안보의 본질은 구국 혼(魂), 명확한 명령 질서, 통합 시스템이다
지금 우리의 안보는 전쟁 방지와 생존과 국익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한국의 안보정책은 균형을 잃고 있다. 첨단무기 확보와 동맹의 확장을 외치지만, 내부의 상명하복 명령체계와 정치적 안보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통합된 지휘체계와 동맹의 신뢰 기반이 무너지면 첨단 기술력과 무기체계는 무의미하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합참의 기능 해체가 아니다. 미래 전장에 맞게 인공지능, 정보전, 사이버전, 우주전력을 통합 지휘하는 합참 지휘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안보를 정치적 구호가 아닌 국가적 합의의 영역으로 되돌려야 한다. 첨단무기는 동맹의 신뢰가 견고할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신뢰부터 투명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안보는 총과 미사일이 아니라, 혼(魂)과 질서의 문제다. 군의 명령체계가 흔들리고, 동맹의 신뢰가 균열되면, 첨단무기는 고철이 된다. 안보는 정치의 장식품이 아니다. 안보는 생존의 헌법이고 국가의 심장이다. 군은 안보 시스템을 복원하고, 정부는 동맹 신뢰를 회복하여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안보 관련 민심과 군심을 제안하고 촉구한다.
박필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