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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춘 칼럼] 일본은 어떻게 “사실상 보통국가”가 되었나
  • 신동춘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행정학 박사
  • 등록 2025-12-0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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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일본 중국 간 갈등과 대립


일본 도코의 거리. 연합뉴스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행정학 박사·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 회장지난 11월7일 일본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타카이치 총리가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며, “중국의 대만 봉쇄나 군사적 개입은 일본의 ‘생존 위협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발언하였다. 이는 2015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법안을 암시하며, 대만 분쟁 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지안(林剑)은 이를 “일본의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며, 타카이치 발언이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긴다고 비난하였다. (늑대 전사 외교) 양국은 서로의 대사를 소환하며 외교적 충돌을 공식화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관광 제한을 비롯하여 소위 한일령(限日令)을 쏟아냈고, 일본도 여기에 맞서 대만에서 불과 110km 떨어진 요나구니섬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강경 태도는 일본 내 반중 정서를 자극하여, 오히려 타카이치 지지율이 상승(국내 우익 지지 기반 강화)하였고. 일본은 미국·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대만 연계 안보’ 전략을 실행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요컨대, 일본 중국 양국 간 갈등은 일본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명확성’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며,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를 시험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월 3일 대만보장실행법(Taiwan Assurance Implementation Act)에 서명했는데, 법안의 목적은 미국-대만 관계를 강화하고, 대만의 민주주의 가치를 인정하며,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다.


“사실상 보통국가”가 된 일본


이 사건은 일본이 “사실상 보통국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국가란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의미이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일본에 강요된 평화헌법의 효력을 사실상 변경한 것이다.


이미 일본은 2015년 「평화안전법안」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했으며, 이것은 전후 일본 안보 정책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었다.


일본은 단 한 번도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한 적이 없다. 대신 지난 70여 년간 “헌법 해석 변경 → 법률 제·개정 → 예산·장비 확충”이라는 3단계 방식을 반복하면서, “평화헌법 아래의 자위대”에서 “평화헌법 아래의 보통 군대”로의 실질적 전환을 완수했다. 2025년 현재 일본은 헌법 개정 없이도 세계 4~5위의 군사력을 갖춘 “사실상 보통국가”가 된 것이다.


전후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


일본은 패전 이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탄력적인 외교·안보정책으로 적응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국의 국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서냉전 시대(1945~1991)에는 소련·중국의 위협 속에서 자위대를 창설(1954)하고, 요시다 독트린(Yoshida Doctrine: 경제 우선, 미군 의존)으로 아시아 이웃 국가의 반일 감정 완화와 서방 진영 편입을 추구하였다. 걸프전(1991) 후에는 해외 평화유지군(PKO) 파병을 시작하였는데 이는 평화주의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항복한 후 평화헌법을 수용한 일본은 6.25전쟁으로 특수를 누리고 엄청난 대미 무역 흑자 등으로 GDP 세계 2위를 달성하였지만,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합의로 이후 30여 년간 “잃어버린 일본”을 경험하였다. 결국 일본은 미국과의 협력이 국가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길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냉전 종식 후 (1990년대~2010년대 초)에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북한 핵 개발 등 불안정한 정세에 대응하여 아베 신조(2012~)는 '적극적 평화주의'(proactive pacifism)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국제적으로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2016)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네트워크(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를 구축하였다. 


2020년대에 들어와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과 중국의 대만·센카쿠에 대한 압박 등에 대하여 '최악의 안보 환경'으로 진단하고, 국가안보전략 개정(2022)과 반격 능력(토마호크 미사일 도입)의 명문화, 방위비 GDP 2% 목표(2027년) 설정을 하였으며, 최근 미·일 정상회담(2025)에서 공동 억지력 강화에 합의하였다. 


일본의 비공식 외교: 로비


일본은 외교·안보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미 로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다수의 전직 미국 고위관료 및 의원을 고문으로 고용 (연간 수백억 엔 규모)하고, 재미일본계 정치인(이노우에, 미네타 등)을 일본의 대리인으로 활용하였으며. 보수 싱크탱크(CSIS·AEI·헤리티지 등)에 일본석좌의 연구비를 후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으로 미국 내 여론과 의회를 움직여 왔다.


일본은 공식 외교관이 말하기 어려운 “돈, 일자리, 미군 부담 감소”라는 실질적 이익을 미국 정치권에 직접 제공하면서, 헌법 9조 개정 없이 세계 4~5위의 군사대국으로 올라섰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와 골프를 치면서 일본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노력하였고, 2025년 현재도 다방면에 걸쳐 숨은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며,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일본 방위백서(防衛白書)


2025년 7월 15일 일본 내각에서 승인된 연례 보고서로, 방위성(防衛省)이 발행한 문서이다. 이 백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새로운 위기 시대(new era of crisis)"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백서는 전 세계 평화 질서가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으며, 일본은 전후 최악의 복잡하고 엄중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China)은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unprecedented and the greatest strategic challenge)"으로 규정하며. 중국의 국방 예산이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질적·양적으로 군사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북한(North Korea)은 "가장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핵 탑재 탄도미사일의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고. 정보·감시·정찰 시스템을 다각화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의 위협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으며. 국경·억지력 중심의 전통적 안보 개념을 넘어, 민주주의 제도(선거·정보·시민 사회)를 위협하는 비군사적·정보전적 공격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 백서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핵심으로, 2022년부터 5년간 43조 엔 규모 중 61%를 달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27년까지 2% 목표로 예산을 확대하며, 7대 강화 분야(스탠드오프·통합 공중 미사일 방어, 무인 방위 능력, 영역횡단 작전, 지휘통제·정보 기능 등)를 지속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국가 안보 정책의 기둥"으로 재확인하고. 남서부 지역 공동 주둔을 확대하고, 공동생산·개발·유지보수를 포함하는 방위 장비·기술 협력 논의와 호주·영국 등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일본의 방위백서를 "중국 위협의 과장"으로 비판하며, 일본의 군사 확대(방위비 증가, 무기 수출 제한 완화, 소규모 군사 블록 형성)가 평화헌법과 전후 국제질서를 위반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언급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아시아-태평양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 방위백서는 일본의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통적 평화주의에서 벗어나 공격 능력 도입과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하며, 중국 위협을 인식하고 방위력 강화를 가속화한다. 인도-태평양 평화·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일본의 '주도적 안보 기여'를 강조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과 한미일 대응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생존 위협 상황”으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무역과 에너지 수송이 말래카해협과 남중국해, 대만해협을 연결하는 항로에 의존하고 있어 이 항로가 위협받으면 일본의 경제 나아가 안보 및 일본의 존립 자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반면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은 일본의 상황 인식과 충돌할 수 밖에 없어 양국이 첨예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게 된 원인이 되었다. 일본이 한 때 GDP 세계 2위였고, 현재 군사력도 4~5위 수준에 있는 국가이므로 대만을 둘러싼 분쟁에 미국,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중국에게 결코 쉬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공표된 한미 통상, 안보 팩트시트는 대만 문제와 한미일 3국 간 협력에 대하여 “양국 정상은 대만해협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하고 현상 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다.” “양국 정상은 일본과의 3자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라고 합의하였다. 한미일 협력에 대한 약속을 지키면 공동의 국익 실현 및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행정학 박사·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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