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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칼럼] 기업 증권사 국민연금 압박이 환율대책인가
  •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등록 2025-12-13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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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좀처럼 안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년 7월 2일 달러당 135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9월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11월 중순 이후 147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중 달러는 약세기조를 보여왔다. 달러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연초 129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20까지 하락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된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달러가 약세이니 정상적이라면 달러 대비 원화는 강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1470원 대에서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질실효환율(REER)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89.09(2020=100)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1.44포인트(p) 낮아진 것으로,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던 지난 3월(89.29)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원화약세는 정상적이라면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다는 점이 문제다. 심지어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내년에는 1500원선 돌파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 2009년 3월 환율이 1453원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12월은 1499원이었고 위기발생 후 1998년 1월에는 1701원까지 급등했다. 지금 환율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부랴 부랴 환율대책을 내놓았다. 9일 기획재정부는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요 외환 수급주체인 수출기업, 증권사, 국민연금에 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과 해외투자 현황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환전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수단 연계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기업이 환율 상승 기대로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경우에 대응한 것이다. 세제 인센티브도 거론된다. 가령, 해외 자회사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비과세 혜택(익금 불산입)을 현재 95%에서 100%로 확대하는 식이다.


△증권사 관리 강도도 높아진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증권사의 해외투자 투자자 설명 의무, 위험 고지의 적정성,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기는 마케팅 관행을 내년 1월까지 점검한다.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 등 4자 협의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뉴 프레임 워크'를 마련한다. 당장은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외환당국·국민연금 간 연간 650억 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이 주된 논의사항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복지부 연금재정과는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필요성과 타당성 등에 대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환율 안정화를 위해 외화 조달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기금 재원을 연금보험료, 기금 운용 수익금, 적립금, 공단의 수익 지출 결산상의 잉여금으로 제한하고 있다. 부채 발행을 통해 기금 재원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로, 외화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외화채로 일부 해외투자 자금을 직접 조달하면 현물환 시장에서 원화를 팔아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히 전방위적인 대책들이다. 정부의 대책은 환율상승은 외환시장에 유입되는 달러보다 투자금 유출이 많다는 데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축소하고자 하는 방안들이다. 경상수지가 3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개인과 기업, 국민연금 등 경제 주체의 해외 투자는 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입되는 달러보다 투자금 유출이 더 많아지면서 고환율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월 중 해외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172억7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수지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52억달러 늘었지만 해외 유출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01억달러(약 14조8700억원)였던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는 올 들어 지난 11월 24일까지 이미 287억달러(약 42조2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기업 등의 직접투자(FDI)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18억8000만달러 늘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1억5000만달러)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MAGA MASGA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투자 및 직접투자 등 유출된 금액을 종합하면 10월 자금 순유출 규모는 69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9월 74억9000만달러 유입에서 큰 폭의 유출로 전환됐다. 자금 유출 규모가 커지면 환율이 치솟는 현상은 연중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각종 클라우드 구독료, 인터넷 광고료 등으로 빠져나가는 외화가 연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독료까지 포함하면 디지털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잔액이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동시에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이익유보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로 달러가 들어오지 않고 계속 해외로 유출되면서 원화값 추락을 막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뜻이다.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직접투자는 298억9000만달러지만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는 130억9000만달러에 그친다. 해외에 자회사를 세워 수익이 발생해도 국내 본사로 달러를 송금하지 않고 현지에서 보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 이익유보금은 3분기 말 현재 1144억달러(약 169조원)에 이른다.


결국 해외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와 수익의 해외현지  보유 등으로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문제를 완화해 환율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기업 증권사 심지어 국민연금에 까지 압박과 유인책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를 되돌릴 수 있을까.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고 있지만 무리한 상법개정, 법인세 인상, 노랑봉투법 시행, 연이은 반기업정책 등으로 투자자들은 한국기업들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무리한 상법개정, 자사주 소각 등으로 외국 기업사냥군들에게 노출되는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재정퍼주기 포퓰리즘으로 재정적자가 만성적으로 늘어나면서 국고채금리가 상승해 국채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 외국인 채권투자가 늘어날 리 없다. 연이은 반기업정책 등으로 해외투자와 이익의 해외보유도 늘어나고 있다. 재정적자가 줄고 국내투자환경이 개선되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외국인투자가 들어 올 것이다. 


청년들의 미래 소득에 중요한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문제는 적지 않은 파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고환율과 관련해 제기된 국민연금의 ‘환율방어’ 개입 논란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자산 운용하는데 정부가 개입하고 이런 건 절대로 없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결국 재정적자를 줄이고 친기업정책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도 증가하고 주식채권투자도 증가해 달러 공급 증가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을 것이다. 이런 정책은 추락하고 있는 잠재경제성장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결국 경제는 정도를 가야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환율 등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진리다.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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