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3일 저녁 콩고민주공화국 선교 사업과 관련해 예술가 등의 예방을 받고 있다. 교황청
윌리 순(Willie Soon), 미국 환경지구과학연구원(CERES) 원장 올해 5월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7월9일 미사 강론에서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돌봐야 할 시급성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촉구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최근의 자연재해가 인간의 생활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9월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앞두고는 지구가 불의, 환경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로 훼손되고 있으며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 자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또다시 경고했다.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을 때 나는 그 회칙이 기후 문제를 매우 제한적 시각으로 다루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그때도 우려했듯이, 회칙과 교황청의 기후 담론에는 종종 과학이 아닌 사회적·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약 400년 전, 갈릴레이는 “어떠한 권위도 진리를 바꿀 수 없다. 진리는 본래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종교 기관이 과학적 논쟁에 참여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다. 인류의 삶을 크게 향상시켜 온 화석연료를 충분한 과학적 검토 없이 본질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레오 14세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 과학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본질적으로 위험한 물질로 묘사하는 것은 공포를 앞세운 경고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
산업 활동을 줄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즉각 감소할 것이라는 가정은 관측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2020∼23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세계적 산업 활동 감소가 있었음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했다. 어째서일까?
관측 자료는 몇 가지 현실을 보여준다. 영국은 1970년대 이후 배출량을 절반 이상 감축했으며, 미국의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감소해 정점 대비 18% 줄었다. 2025년 6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전력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3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 10년 동안 배출량은 크게 늘지 않고 거의 정체 상태에 있다. 하지만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구의 탄소 순환이 인간 배출량의 단순 합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자연 시스템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
이산화탄소는 생태계의 생산성을 높이는 필수 생명 기체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는 더 녹색을 띠게 되었고 식물의 물 사용 효율도 높아졌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낮았던 빙하기에는 식물과 동물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든 바 있다.
오늘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부피 비율로 약 0.043%에 불과한 초미량 가스이며, 지구 생물권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더 많은 이점을 얻고 있음이 다양한 증거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기후 문제는 도덕적 열정이나 정치적 신념을 앞세우기보다, 측정 가능한 데이터와 검증된 과학을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종교 역시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을 밝혀주는 과학적 진실을 존중하고, 그 위에 신학적·윤리적 성찰을 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황청을 비롯한 모든 종교 기관은 앞으로 기후 변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 공포 중심의 메시지나 인간 활동을 비난하는 도덕적 선언을 지양하고,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이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공동의 집을 진정으로 돌보는 길이며, 과학과 종교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석순 이대 명예교수·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이 칼럼은 2025년 10월1일 미국 The New American(www.thenewamerican.com)에 처음 게재되었으며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필자와 협력하여 번역 및 수정했다. 박석순 교수는 현재 세계기후지성인재단(Clintel) 한국 대사, 미국 이산화탄소연맹 회원, 자유환경포럼 대표, 유튜브 박석순의 환경TV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