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과정에서 환율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외화채권 발행과 통화 스와프 등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연금의 역할과 기금운용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환리스크 관리 장치이지만, 연금을 거시경제 정책 변수로 끌어들이는 구조 변화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정부 부처가 참여한 ‘뉴프레임워크’ 논의와 맞물리면서 이번 입법이 단순 의원 발의를 넘어 정책 방향을 시험하는 신호 아니냐는 시각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연금 환율대응 개정안’)의 핵심은 외화 조달 방식의 다변화다.
개정안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거나 외화 채무를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연기금·금융기관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길도 열어뒀다.
또한 외화 조달을 위한 출연·출자기관 설립 근거까지 포함됐다. 그동안 보유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되던 연금이 외화부채를 직접 만드는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논쟁의 핵심은 연금의 역할 변화다.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 공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지만, 실제 운용 원칙은 장기 수익률 확보에 무게가 실려 왔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연금 운용 판단과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 판단 기준이 수익률 중심에서 거시경제 영향 고려로 확장될 경우, 연금이 사실상 정책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뒤따르는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총재는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거론하며 거시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이는 법안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연금 운용 방식에 대한 일반적 문제 제기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이 입법 기사에 함께 인용되면서, 중앙은행이 이번 개정안 방향을 긍정한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법 방식 역시 관심을 모은다.
외화채 발행과 통화 스와프는 통상 정부가 직접 추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다.
연금 독립성 논쟁과 환율 개입 논란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책 논의는 정부 부처에서 진행하되 입법은 여당 의원이 먼저 발의하는 ‘정책 실험형 입법’ 구조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관료 출신 재정 전문가인 안 의원의 경력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 연금이 국내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만큼 환율 변동성을 줄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외화 조달 수단 확대가 장기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을 구조화하거나, 중앙은행과 연금의 역할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출연·출자기관 설립 조항은 연금의 금융그룹화 논쟁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쟁점은 단순한 환율 대응 기술을 넘어 연금의 정체성에 닿아 있다.
투자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거시경제 관리와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연금 환율대응 개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수정과 보완을 거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의 역할 정의 역시 다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