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정상회담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UPI 연합뉴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미사일의 중동 반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드 반출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나타내며 일본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일본 언론 진단이 나왔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 언론 등을 인용해 경북 성주에 설치됐던 사드가 반출됐으며, 중동으로 이동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중동 정세의 긴박성이 동아시아 안보로 파급된 모양새"라며 "중동 혼란이 장기화하고 사드를 비롯한 미군 전력이 중동에 계속 잔류한다면 동아시아 안보에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사드 발사차량이 성주기지에서 오산기지로 이동했고, 곧 사드 요격미사일이 미군 수송기에 탑재돼 중동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관리 2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사드 시스템 일부를 한국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사드 반출 결정은 전략 환경 변화에 대응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이며, 사드의 중동 이동으로 주한미군의 임무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사드 반출에 대한 반발이 심하며 '미군에 안보를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주국방론이나 핵무장론에 박차가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사드 반출로 북한뿐 아니라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에 보복 조치를 계속 해 온 중국도 웃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북중의 위협에 노출된 일본의 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최근 추진하는 방위력 강화는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현까지 이어진 도서 지역인 난세이(南西) 제도 방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다.
10일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중 일부를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지난 5일 경북 성주군의 미군 사드 기지에서 방공무기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반도 유사시에는 주로 후방 지원에 나선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북중의 위협에 대응한 한일 간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미군이 중동 전쟁 수렁에 빠져 아시아 안보에 공백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미국을 (이 지역에) 붙들어 둬야 한다"며 한일 간 상호 군수지원 협정(ACSA) 등 안보 제도 정비가 급선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좌파·진보 진영에서는 한일 방위 협력 강화에 반대론이 강하므로, 한일 간 안보 협력은 실용 외교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라고도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란 전쟁에 자위대가 파견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오는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나 기뢰 제거 등의 지원을 일본에 요구할 가능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닛케이와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자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된다면, 그 근거로는 세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집단 자위권 행사로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았더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다.
2015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존립 위기 사태의 예로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현 상태가 존립 위기 상태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부설이 존립 위기 상태인지에 대해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두 번째로는 존립 위기 사태에 이르기 전 단계인 '중요영향 사태'라고 판단하고, 미군이나 외국군에 대한 급유나 탄약 제공 등 후방지원을 맡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국제평화공동대처 사태'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을 때 유엔 헌장의 목적에 따라 공동 대처 활동 차원에서 자위대가 후방 지원을 담당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자위대의 미국 지원에는 미국의 국제법 준수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공격을 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했는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그간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