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22년 3월9일 오후 9시경 남동구의 한 개표소에서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 중 누런색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돼 참관인 A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경향신문]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22년 3월9일 오후 9시경 남동구의 한 개표소에서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 중 누런색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돼 참관인 A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보통의 투표용지는 흰색인데 이곳 투표지들은 눈에 뜨일 정도로 색이 누랬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투표지는 현장에서 롤 용지로 인쇄·발급되는 관내 사전 투표지로 구·시·군선관위의 청인(도장)과 사전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정상적으로 인쇄된 정규의 투표용지가 맞다”며 “롤용지는 생산시기·보관상태 등에 따라 변색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색깔이 다른 투표지들이 낱장으로 출현했다면 프린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수을 재검표에 참가한 구주와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재검표장에 색상이 다른 투표지들은 낱장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수십 매씩 함께 포개져 나타났다고 한다.
다른 지역구에서도 투표 후 후보자별로 분류되어 100장씩 묶인 투표지들의 측면에 일렬로 검정 선이 들어간 것이 수백 장 연속으로 나타나거나, 대략 100장 묶음 단위로 선이 그어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 교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22년 3월9일 오후 9시경 남동구의 한 개표소에서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 중 누런색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돼 참관인 A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시진=경향신문]
그렇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색깔의 투표지들이 개표와 분류 과정을 거친 재검표 현장에서 어떻게 한데 모여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선관위가 해명해야 했다. 하지만 추가 해명은 없었다.
과연 색상에 이상이 있는 프린터에서 출력한 투표용지로 나란히 한꺼번에 투표하면 투표함 안에서 일렬로 쌓이게 될까? 보통은 흩어져 쌓이는 게 정상이다. 더욱이 개표 시 이런 표들이 한 군데 모여 있었다는 것은 매우 수상한 일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핵심 쟁점은 회피하고 그저 색깔이 다른 투표지가 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문제 삼은 뒤 “출현할 수 있기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없을 문제만 제기한 뒤 ‘문제가 없다’고 박수친 것이다. 당시 재검표에 참가했던 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자존심과 품격, 양심을 무너뜨린 판결”이라고 못 박았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