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장 선거 중단을 요구하며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민의힘 내부에서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반기 국회 원 구성 강행, 참정권 박탈 특검 추천권,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논란이 맞물리면서다. 문제는 이 카드가 실제 법적 효력을 갖는지, 아니면 정치적 압박용 카드에 그치는지다.
팩트체크의 결론은 이렇다. 의원 총사퇴는 당론 결의만으로 자동 효력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회의장을 선택의 장으로 끌어내고 장외 투쟁의 명분을 확보하는 등 정치적 효과는 작지 않다.
당론 총사퇴만으로 의원직은 사라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총사퇴를 당론으로 의결하더라도 그 자체로 의원직 상실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국회법 제135조는 의원 사직 절차를 별도로 정하고 있다. 의원이 사직하려면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회기 중에는 국회가 의결로 사직을 허가할 수 있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당론 총사퇴’는 정치적 결의일 뿐이다. 실제 의원직 상실은 각 의원의 개별 사직서 제출과 국회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기 중이라면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특별정족수 규정이 없는 한 헌법 제49조의 일반 의결정족수, 즉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은 총사퇴 카드의 첫 관문이 된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진 상태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직을 허가할 가능성은 낮다. 폐회 중이라도 국회의장이 이를 일괄 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야당 총사퇴를 수리할 경우 국회 구성 자체가 헌법 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적 200명 미만 국회, 자동 해산은 단정 어렵다
총사퇴 카드가 헌법 쟁점으로 번지는 지점은 ‘200명’이다.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254명, 비례대표 46명 등 모두 300명이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이 모두 사퇴해 실제 재적이 199명이 된다면 헌법상 하한선에 닿는다. 이때 헌법 제41조의 “200인 이상”이 법률상 의원 정수의 하한인지, 실제로 기능하는 국회 구성의 최소 요건인지가 쟁점이 된다.
다만 현행 헌법에는 국회의원 재적이 200명 미만이 되면 국회가 자동 해산된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 따라서 “101명 이상 사퇴하면 국회가 자동 해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확한 표현은 “재적 200명 미만 국회는 헌법상 구성 정당성 논란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남은 국회가 법률안, 탄핵소추안, 임명동의안, 예산안 등을 처리하면 해당 권한 행사의 효력은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소송으로 다퉈질 수 있다. 사실상 입법 기능의 정지를 의미한다.
자동 해산은 단정할 수 없지만, 199명 이하 국회의 권한 행사는 헌법재판소 판단을 요구하는 중대한 헌정 쟁점이 될 수 있다.
비례대표 승계가 변수다
총사퇴 카드에는 비례대표 문제가 있다.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면 해당 지역구에는 궐원이 생기고 보궐선거 대상이 된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은 다르다. 비례대표국회의원에 궐원이 생기면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명부 순위에 따라 후순위자가 의석을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해도 후순위 후보자가 승계하면 재적 감소 효과는 일시적이다.
총사퇴 카드가 실제 재적 감소 효과를 가지려면 현역 비례대표뿐 아니라 후순위 승계자들까지 승계 포기 의사를 문서로 밝히거나, 승계 후 즉시 사직에 동참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어렵다. 현역 의원뿐 아니라 후순위 후보자 개개인의 의사가 모두 정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승계를 받아들이면 해당 비례 의석은 다시 채워진다.
정치적 본질은 장외 투쟁 등 명분 확보다
의원 총사퇴가 실제 의원직 상실로 완결될 가능성은 낮다. 회기 중에는 국회 의결이 필요하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이 허가권을 가진다.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 비례대표 승계 문제까지 고려하면 총사퇴가 실제 재적 200명 미만 국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그러나 총사퇴 카드의 정치적 효과는 실제 사직이 완성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적 압박 효과가 생긴다.
사직을 수리하면 200명 미만 국회라는 헌정 논란을 감수해야 하고, 거부하면 “야당이 의원직까지 걸고 요구한 사안을 국회 다수파가 막았다”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때 국민의힘이 얻는 첫 번째 실익은 장외 투쟁의 명분이다. 곧바로 국회 밖으로 나가면 국회 보이콧이나 민생 외면이라는 역공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총사퇴 결의와 사직서 제출, 참정권 박탈 특검의 야당 추천권 요구를 거친 뒤라면 구도는 달라진다. 국민의힘은 “원내에서 가능한 절차를 다 밟았지만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봉쇄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장외 투쟁이 단순한 거리 정치가 아니라 원내 절차가 막힌 뒤 선택한 헌정 투쟁이라는 명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총사퇴 카드의 성패는 무엇을 앞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전면에 세우면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반대로 참정권 박탈 특검의 야당 추천권을 첫 번째 요구로 세우면 전선은 달라진다.
민주당 단독 원 구성 철회와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폐기 요구는 그 뒤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총사퇴 카드는 원 구성 반발이 아니라 참정권 박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 읽힐 수 있다.
팩트체크 판정
의원 총사퇴 카드는 법적으로 자동 효력을 갖지 않는다. 당론 결의만으로 의원직은 사라지지 않고, 회기 중에는 국회 의결,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 허가가 필요하다. 비례대표 승계 문제도 있어 실제 재적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다.
200명 미만 국회의 자동해산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실제 재적이 199명 이하로 내려간 상태에서 남은 국회가 입법·탄핵소추 등 핵심 권한을 행사하면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의원 총사퇴 카드는 법적 완결 가능성보다 정치적 압박 효과가 큰 카드다.
정치적 실익은 장외 투쟁의 명분 확보, 참정권 박탈 특검의 야당 추천권 압박, 민주당 단독 원 구성의 정당성 흔들기,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폐기 요구로 정리된다.
성공 여부는 사퇴가 수리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이를 무엇을 위한 결단으로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