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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홍 칼럼] 한반도를 쥐는 자, 세계를 얻는다
  • 정성홍 회장
  • 등록 2026-08-06 1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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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부정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미일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연장 후반 113분, 독일의 교체 선수 마리오 괴체가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흔드는 순간 승부는 끝났다.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의 첫 월드컵 우승 도전은 좌절됐고, 독일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축구사에서 극적인 결승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명장면이다. 박지성, 안정환 등 비슷한 경험을 한 선수들에게 찰나의 기회를 어떻게 골로 연결했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나도 모르게….”

수없이 반복한 훈련과 순간의 결단이 하나로 모인 찰나, 몸이 먼저 움직였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본능이라 하고, 어떤 이는 운명이라 하며, 또 어떤 이는 하늘의 뜻이라고도 말한다.

역사 또한 그렇다. 거대한 전환점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축적된 준비와 책임, 그리고 결단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경우가 많다.

역사는 때때로 한반도를 세계사의 변방으로 기록해 왔다. 그러나 인류 문명의 흐름과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면 한반도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길목이었다. 북방 대륙 세력과 태평양 해양 문명이 교차하는 이곳은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 역사의 중요한 무대였다.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한반도 곳곳에 분포한 세계 고인돌의 절반 이상은 오래전 이 땅에 높은 조직력과 기술력을 갖춘 공동체가 존재했음을 보여 준다. 거대한 돌을 운반하고 세우는 일은 단순한 노동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도력과 협동,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조선으로 이어지는 고대사의 전개 역시 한반도와 만주 일대가 동아시아 문명의 중요한 공간이었음을 보여 준다. 신화와 역사적 사실은 구분되어야 하지만, 환국·단국·고조선으로 이어지는 전통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정신적 정체성을 형성해 온 문화적 자산이었다.

폐허에서 우뚝 일어선 대한민국

현대사는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기적의 기록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고, 정보기술·제조업·문화·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고,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 성장의 기록이 아니라 한 민족의 잠재력과 성실함, 그리고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가 만들어 낸 역사였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제력만으로 세계의 중심에 설 수는 없다. 국민의 신뢰, 건강한 제도,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가치, 그리고 시대를 이끌 책임 있는 지도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국가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국민이 국가를 믿지 못하고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큰 경제력도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국가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책임을 감당할 지도자가 더욱 절실하다.

시대가 부르는 지도자는 누구인가

역사는 전환기마다 새로운 지도자를 요구해 왔다. 평온한 시대에는 관리자가 필요하지만, 국가의 운명이 흔들리는 시대에는 결단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진정한 지도자는 권력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다.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는 사람도 아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책임을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다. 국가의 미래를 자신의 명예보다 앞세우고,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옳다고 믿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다.

역사를 바꾸는 사람은 언제나 외로운 길을 걸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가능성을 보고, 모두가 머뭇거릴 때 책임을 짊어진 사람들이 시대를 바꾸었다.

그러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도자는 결단력과 함께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국가의 안보를 지킬 힘, 경제를 발전시킬 현실 감각, 국민을 하나로 아우를 통합의 역량, 그리고 권력을 절제할 품격이 함께할 때 자유와 번영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에서 말하는 천명(天命)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천명은 국민을 향한 진심, 시대를 읽는 통찰, 위기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가 오랜 시간 쌓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천명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천명을 감당할 사람은 많지 않다. 

권력을 탐하는 사람과 책임을 짊어지는 사람은 다르다. 역사는 지도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 길을 걷는가.”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는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홍익인간의 정신은 우리만의 영광을 뜻하지 않는다. 먼저 공동체를 바로 세우고 자유와 번영의 가치를 이루어 그것을 세상과 함께 나누라는 뜻이다.

가까운 곳에서 정의와 신뢰를 세우지 못하면서 먼 곳의 이상을 말할 수는 없다.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 세계를 향한 첫걸음이다.

한반도를 쥔다는 것은 세계를 지배한다는 뜻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갈등과 협력을 연결하고 인류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책임을 감당한다는 뜻이다. 역사는 언제나 준비된 국민과 책임 있는 지도자가 만날 때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천명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피와 땀, 책임과 헌신이 오랜 시간 쌓여 비로소 이루어지는 역사적 결실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태극기를 들고 나라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국민들이 있다.

바로 그 순간, 세계를 향한 역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올공의 혁명’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정성홍

한미일보 회장

前 국가정보원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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