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 [연합뉴스 자료 사진]
"딸이 야자수농장으로는 잘 안 갔데요. 그쪽은 너무 무섭다고…."
실종 신고된 지 100여일 만인 지난 24일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37) 씨 아버지 장모 씨가 27일 힘겨운 표정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이른 오전까지 딸의 빈소를 홀로 지켰던 아버지 장씨는 발인 장소로 떠나기에 앞서 연합뉴스에 "딸은 남자친구에게 '야자수농장은 무섭다'고 '가기 싫은 곳'이라고 해왔고 그쪽으로는 전혀 가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평소 무서움을 잘 많이 탔는데, 거기에 갔다는 게 이해도 안 가고, 아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씨가 장기 투숙한 숙소 인근의 야자수농장은 지난 24일 장씨 시신이 발견된 곳이다.
이 야자수농장은 약 3∼6m 높이 야자수가 빼곡히 들어서 안으로 들어가면 낮에도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깜깜한 밤이면 주민들마저도 피하는 곳이다.
아버지 장씨는 "전날 제주서부경찰서 경찰이 찾아와 목의 뼈와 뼈 사이에 살짝 약한 뭐가 있는데 그게 당겨지면서 부러졌다고, 음. 부러졌다고 얘기하더라"며 장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제주 서부경찰서장 등 대기발령 [연합뉴스 자료 사진]
아버지 장씨는 '100일 넘게 딸이 야자수농장에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느냐'는 기자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딸은 우리 집의, 진짜 좋은, 거꾸로 우리 집 기둥 같은 딸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딸의 실종 신고를 허위 종결한 A 경장에 대해 "어떻게 그런 사람이…. 허허"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5월 15일) 신고 접수 이후 실종 사건을 종결하는 바람에, 수색하러 나온 경찰들도 도로 들어갔다는 거 아니냐?"며 "그때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그때 바로 알았을 텐데,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참!, 시스템도 잘못됐죠. 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 하나(A 경장) 가지고 경찰을 싸잡아서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한 사람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그동안 딸을 찾는 데 도움을 준 경찰 등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남은 가족들이 많이 피곤해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신경 써줘서 고맙지만, 이제 그만 (언론 등에) 나왔으면 한다"고 힘든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밤 장기 투숙 중인 숙소를 나간 이후 104일 만인 지난 24일 숙소에서 불과 400m 떨어진 야자수농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씨 연인은 앞서 장씨가 실종된 지 사흘 뒤인 5월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사건을 접수한 A 경장이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신고자인 장씨 연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허위 종결했다.
이어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상의 관리목록에 입력한 장씨 기록도 장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며 허위로 올려 삭제하는 등 장씨 실종 신고가 들어온 2시간 30여분 만에 신고를 묵살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 전인 5월 12일 밤부터 5월 13일 새벽 사이 장씨가 야자수농장 안으로 들어가 야자수 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 유족에게 밝힌 것과 달리 장씨 부검 결과에서는 특이 골절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혀 밑에 있는 설골(목뿔뼈)이 목을 매달았을 경우 잘 부러지는데, 장씨 시신에서도 설골이 부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씨 부검의는 설골이 부러진 것이 아니라 사망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리된 것으로 봤다.
시신발견 장소 옆 지나는 도보여행자들 [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