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출발부터 난항이 예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기내 간담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유연화 요구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회담의 최대 변수가 양안(中·대만) 문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농축산물 개방과 투자 조건을 둘러싼 갈등도 남아 있지만,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나머지 의제 역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24일 일본 하네다 공항을 떠나 워싱턴DC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타결된 관세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 농축산물 수입 규제 완화 요구가 제기되는 데 대해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각 부처 단위에서 바꾸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인정했다.
당초 협상단이 “농업은 지켜냈다”고 설명했던 것과는 엇갈린 대목이다.
투자 협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협상 직후 “한국의 투자 이익의 90%가 미국에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부인하거나 축소 해석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 “이미 큰 합의를 했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고 언급해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농축산물·투자 문제는 협상 성격 상 절충이 가능하지만, 이미 합의의 신뢰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걸림돌은 단연 양안 문제다.
이 대통령은 “외교 안보 대화에서 곤란한 얘기는 잘 안 하지만, 유연화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대만 문제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대신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를 언급했지만, 이는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평가된다.
양안 문제는 한국 외교의 구조적 딜레마를 집약한다.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은 여전히 크고, 안보는 미국 동맹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 대만 문제는 두 축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이 “주권국가로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는 원칙론에 그칠 뿐 구체적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를 회피하거나 원론에만 머문다면, 농축산물이나 투자 문제에서 어떤 합의를 이뤄도 회담 전체 성과는 빛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다.
그는 상대 지도자의 정치적 기반이나 정통성까지 협상 지렛대로 삼아 압박하는 방식을 즐겨왔다. 실제로 트럼프와 가까운 대중 강경파 인사 고든 창을 비롯한 미국 보수 인사들은 이번 회담 자체를 거부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정통성 논란이 회담장에서 거론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제·안보 의제와는 별개로 회담을 더욱 경직시킬 불확실성 요소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안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경제·민생 의제는 절충이 가능하지만, 대만 문제는 동맹의 본질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정통성 문제까지 끌어들인다면, 이번 회담은 성과보다 위기만 남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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