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USA, 관세 0%” 해외 생산품에는 고율 관세, 미국 내 생산품에는 무관세라는 단순한 규칙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한미일보 그래픽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략은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운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외국 기업들을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산업 전략이 그 핵심이다.
규칙은 단순하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관세가 0%지만, 해외에서 만든 제품에는 15~4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전략산업은 최고 40%까지, 일반 소비재는 15% 안팎이 적용된다.
베트남·인도·멕시코 같은 신흥국 생산기지는 직격탄을 맞았고, 일본과 유럽 역시 예외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 내 공장을 세우면 무관세는 물론 고용과 투자 확대에 따른 정치적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선택은 명확하다. 해외 저임금 기지를 유지해 관세를 부담하느니 차라리 미국에 직접 투자해 ‘관세 0%’ 혜택을 받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 TSMC,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줄줄이 미국에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은 대표적 사례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당초 25% 관세 부과 위기에 몰렸으나 5,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15% 수준으로 낮췄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도 농산물 수입 확대와 현지 공장 증설을 내세워 일부 품목의 관세 유예를 얻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고, LG·SK는 배터리 합작 공장을 확대했다. 대만 TSMC는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관세 회피와 함께 안보 보장까지 확보했다.
지난 30년간 세계 무역은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하고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글로벌리즘 구조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상호관세 전략은 이 질서를 정면으로 뒤흔든다.
신흥국 생산품은 관세 폭탄을 맞고, 미국 내 생산품은 무관세로 수출된다. 글로벌 기업의 분산 생산 전략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미국 중심의 강제 리쇼어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상호관세가 채찍이라면 보조금은 당근이다. 미국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외국 기업들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트럼프의 목표는 분명하다. 미국을 다시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무역적자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Made in USA 브랜드로 전 세계에 수출하는 산업 패권 전략이다.
다만 문제도 있다. 미국 내 고임금 구조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에 부담을 주고, 노조 문제와 고용 불안도 여전히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자가 늘더라도 과거처럼 대규모 고용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동맹국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투자 강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일본·유럽과 달리, 신흥국은 수출길이 막히면서 성장 둔화와 외환위기 우려까지 겹친다.
그러나 이를 거스를 힘은 없다. 상호관세 전략은 이미 현실이자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에 반하면 서명하지 않겠다”는 식의 정치적 수사로 버티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대원군의 쇄국정책처럼 세계사의 흐름을 거슬러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변화된 규칙을 외면한 대가는 결국 한국 기업과 산업, 그리고 국민에게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상호관세 전략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뿐 아니라,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따라서 한국 외교·경제 정책의 초점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미 협상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문제다.
다음 ③편에서는 이 문제를 이어받아, 미국의 압박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짜야 하는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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