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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래가 비어있는 국힘의 공천 설계
  • 한미일보 편집국
  • 등록 2026-03-25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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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식은 설명됐지만 방향은 없다
  • 흔든 것은 기득권이 아니라 기준이다
  • “그래서 무엇이 바뀌는가”에 답하라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SNS를 통해 공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설명은 방식에 집중됐다. 무엇을 흔들었는지, 어떤 절차를 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묻는 것은 단 하나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는가.”

 

이 질문이 비어 있는 한, 어떤 설명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정치에서 변화란 행위가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이다. 흔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무엇으로 대체했는지가 본질이다.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 변화 자체는 분명 존재한다. 부산은 경선을 확대했고, 충북은 현역을 배제했으며, 대구는 전략 공천을 택했다. 지역마다 다른 방식이 적용됐다. 이는 기존 질서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다양한 방식들을 하나로 묶는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서 다양성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제는 명확하다.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준 없는 다양성은 전략이 아니라 혼란이다. 지금 공천이 바로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공천은 인사가 아니다.

 

정당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다.

 

유권자는 공천을 통해 정책의 방향, 권력의 구조, 책임의 방식까지 읽는다. 누가 출마하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공천은 그 순서가 뒤집혔다. 사람의 교체는 있었지만, 그 교체를 설명하는 기준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그 결과 공천의 기준은 사실상 하나로 수렴된다.

 

“이길 사람”

 

이 지점에서 정치의 성격이 바뀐다. 

 

공천이 정치 설계에서 선거 전략으로 축소되는 순간이다. 승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수단이 목적을 대체하는 순간, 정치는 방향을 잃는다.

 

지방의회에서는 선거 방식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를 바꾸자는 요구다. 이는 정치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힘에서 107명이 서명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뿐이다.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고, 무엇을 끊어낼 것인지에만 집중된 모습이다.

 

이 대비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의 정치가 구조 개혁이 아니라 관계 정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이런 수준의 답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천은 단순한 인사 절차가 아니다. 정당의 미래를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직위의 한계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어떤 정치를 하려 하는지,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그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공천은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

 

선거에서 당선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는 사람을 세우는 일이 그보다 먼저다. 그 기준이 무너지면, 당선은 늘어나도 정치는 비어버린다.

 

지금 국민의힘 공천에서 드러난 것은 변화가 아니라 공백이다.

 

누가 나가는지는 보이지만, 어떤 정치가 시작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공천은 정치가 아니라 이벤트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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