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가장 본질적인 권리는 표현의 자유다.
우리는 작가다. 그리고 작가에게 가장 본질적인 권리는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부여받는 권리가 아니다. 작가라는 존재가 성립하기 위해 전제되는 조건이다.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고, 현실을 해석하며, 때로는 불편한 문제를 드러내는 일은 작가의 고유한 역할이다.
이 권리가 흔들리는 곳에서는 문학이 위축되고, 사회 전체의 사고 역시 좁아진다. 표현의 자유는 특정 집단이나 특정 입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를 점검하고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김규나 작가를 둘러싼 상황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글이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 어떤 기준으로 표현이 제한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김규나 한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모든 작가와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확장된다.
어떤 글이 불편할 수도 있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강하게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함과 제한은 같은 범주가 아니다. 의견에 대한 반대는 또 다른 의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비판은 더 많은 말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적 제재가 개입되는 지점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현의 영역 전체가 위축된다. 오늘 한 작가의 글이 문제로 규정되면, 내일은 다른 작가의 글이 같은 방식으로 다뤄질 수 있다.
법은 침묵을 만드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은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공간을 지키는 장치다. 표현의 자유는 그 충돌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말로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일이다. 표현이 제한되는 순간,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날 뿐이다.
작가는 사회의 편안함을 유지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함을 드러내는 역할을 맡는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관점을 흔드는 일이 작가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논쟁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논쟁 자체가 아니라, 그 논쟁을 다루는 방식이다. 논쟁을 법의 영역으로 옮겨버리면, 글은 더 이상 글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우리는 김규나 작가의 특정 주장에 동의하느냐를 기준으로 이 문제를 보지 않는다. 그 기준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이 아니라 원칙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그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한 입장만 보호받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허용된 범위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는 책임과 함께 논의된다. 그러나 그 책임은 처벌로만 정의될 수 없다. 책임은 비판을 감수하는 것, 반론을 받아들이는 것, 공개된 공간에서 평가받는 것을 포함한다. 이 과정은 사회가 스스로 균형을 잡는 방식이다. 법이 이 영역을 과도하게 대신하기 시작하면, 자율적 조정 기능은 약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원칙으로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그 원칙은 편한 말만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말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까지 견딜 수 있을 때, 자유는 실제로 존재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김규나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 요구는 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작가라는 존재,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청이다. 한 사람의 표현이 위축되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표현도 안전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나눠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함께 지켜야만 유지되는 조건이다.
정광제 자유주의 작가회의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