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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의 한미칼럼] 성장 없는 복지가 만드는 중독의 늪
  • 김영 기자
  • 등록 2026-03-26 1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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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 살포는 복지가 아니다…반복 단기 처방이 의존 만든다
  • 문제는 복지의 양이 아니라, 끊을 수 없는 설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3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복지는 필요하다. 이 전제를 부정하는 순간 논의는 공허해진다. 시장은 완전하지 않고, 모든 개인이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지도 않다. 사회적 안전망은 현대 국가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빠져 있다.

 

복지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지금의 복지는 보호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의존을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하는 순간, 복지는 정책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현금 중심의 복지 정책은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즉각적인 체감이 가능하고, 소비를 자극하며, 불안을 빠르게 완화한다. 정치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이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금은 일회성 소비로 소멸되고, 동일한 효과를 유지하려면 더 큰 재정이 필요해진다.

 

여기서 반복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시작된 지원이, 점점 유지 장치로 바뀐다. 정책은 확대되고, 효과는 감소한다. 줄이려 하면 충격이 발생하고, 다시 확대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고착되면 복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끊을 수 없는 지출이 되는 것이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즉각적인 보상, 반복, 내성, 그리고 이탈의 어려움.

 

의존형 복지는 마약이나 담배와 닮은 ‘중독 구조’를 만든다. 

 

처음에는 고통을 줄이지만, 반복될수록 더 큰 자극이 필요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없으면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복지 중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표현은 과격하지만, 일정 부분 현실을 설명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복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는 필요하다. 


문제는 복지가 성장을 대체하는 순간 발생한다.

 

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확대되는 복지는 경제가 만들어야 할 소득과 기회를 정책이 대신 채우는 구조로 바뀐다. 이때부터 경제는 스스로 서지 못하고, 정책에 기대어 유지되는 상태로 이동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이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가계는 부채에 의존하며, 산업은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정책이 단기 안정에 집중하면, 경제는 점점 자생력을 잃는다. 


성장의 힘이 약해질수록 복지는 더 필요해지고, 복지가 늘어날수록 성장의 동력은 더 약해진다.

 

이 순환은 단순하다.

 

성장이 약해진다 → 복지가 늘어난다 → 재정 부담이 커진다 → 다시 성장이 약해진다.

 

이 구조가 고착되면, 복지는 줄일 수 없는 영역이 된다.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후퇴가 불가능한 지출이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복지는 정책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그리고 구조가 된 복지는 스스로를 강화한다.

 

그래서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복지를 줄이는 것이 답이 아니다. 그건 더 큰 충격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방식대로 유지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그건 더 깊은 의존을 만든다.

 

필요한 것은 방향의 전환이다.

 

복지가 소비를 유지하는 데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생산성을 만드는 구조로 이동할 것인가. 현금을 나누는 데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기술·일자리로 연결할 것인가. 단기 안정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장기 성장과 결합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복지의 성격을 결정한다.

 

복지는 사람을 다시 일어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일부 구조는 사람을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든다. 이것이 반복되면 의존이 되고, 의존이 반복되면 구조가 된다.

 

그리고 구조는 쉽게 끊을 수 없다.

 

성장 없는 복지는 결국 복지를 지탱하지 못한다.

 

그 순간 복지는 보호가 아니라 부담으로 바뀐다.

 

복지의 문제는 많고 적음이 아니다.

 

복지의 문제는 방향이다. 성장을 만드는 복지인가, 아니면 성장을 대신하는 복지인가.

 

이 질문을 피하는 한, 복지는 계속 늘어나고, 경제는 계속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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