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유전(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이 원유 저장고가 빠르게 차오르자 이미 산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블룸버그에 "이란은 원유 저장고가 가득 찰 때를 기다리기보다 수용한계를 미리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유를 감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도 수십년간 제재를 받은 이란이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미국이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수익원인 석유 부문을 타격하면 이란과 대결에서 승리하리라고 기대한다. 해상봉쇄로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면 원유 저장탱크 포화로 결국 산유량을 감축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유정이 영구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유정은 한번 감산하면 산유량을 회복하기 어렵고 아예 불능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란은 제재로 유정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 유정에 영구적 손상을 주지 않고 신속히 재개하는 노하우를 익혔다고 이란 관리들이 블룸버그에 말했다.
특히 2018년 당시 트럼프 1기 정부가 핵 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은 산유량을 대폭 줄여야 했는데 이때 '유정 재가동' 기술을 더욱 연마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엔 제재 속에서도 '그림자 함대'를 이용해 이란이 원유를 중국 등으로 어느 정도 수출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미국의 해상봉쇄로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이란도 원유를 계속 생산하는 노력이 일정 기간만 유효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그들에게 관건은 고유가로 인한 미국의 고통보다 자신들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다"라고 해설했다.
이란의 원유 저장고가 가득 차 유정을 강제로 폐쇄해야 하는 이른바 '탱크 톱'에 언제 도달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주 전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사흘 안에 마비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JP모건 등에선 한 달 정도가 남았다고 본다. 볼텍사에 따르면 이란은 여전히 6천500만∼7천500만 배럴의 해상 저장용량이 있다.
옵시디언리스크어드바이저의 브렛 에릭슨은 "미국은 이란이 압력을 그대로 흡수하며 예측 가능한 시간표에 따라 붕괴할 거라는 가정하에 움직인다"며 "이란은 굴복하지 않고 적응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트럼프 1기 정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근무했던 미아드 말레키는 "그때(1기)는 유조선, 외국 항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탱크 톱을 피했지만 이번엔 정말로 강제 폐쇄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장고가 다 차면 이란은 국내 소비량(일일 약 200만 배럴)을 제외한 나머지 일일 약 100만 배럴의 산유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터키, 파키스탄 등 육상 국경을 통한 원유 수출량은 일일 30만 배럴 미만으로 알려졌고 철도를 이용한 중국 수출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볼텍사의 클레어 정먼 해상리스크정보 담당 이사는 "이란의 석유 수출 인프라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구축됐다"며 "부유식 저장시설, 환적, 노후 유조선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흐름을 유지하는 '제약은 있지만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가장 큰 변수는 미·이란의 종전 협상과 미국의 해상봉쇄 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