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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공개되지 않은 중노위 조정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뒤 남은 질문
  • 한미일보 경제부 기자
  • 등록 2026-05-21 13: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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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는 동의, 사측은 유보… 중노위 조정안 내용은 비공개
  • 20일 밤 장관 주재 추가 교섭서 노사 잠정합의안 서명
  • 성과급 산식 넘어 과반노조·유니온숍 변수까지 남아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일을 앞둔 20일 오후 10시 44분,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은 노조 동의와 사측 유보로 불성립됐지만,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 추가 교섭에서 사측과 노조가 별도의 잠정합의안에 함께 서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예정했던 총파업을 일단 보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히 파업이 보류됐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정부와 중노위의 조정 기준이다. 

 

‘중노위 조정안은 왜 공개되지 않았는가. 노조가 동의한 안을 사측은 왜 유보했는가. 이후 노사가 서명한 잠정 합의안은 중노위 조정안과 얼마나 달라졌는가’이다

 

삼성전자 노사분쟁은 민간기업의 임금협상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 국민경제, 정부 긴급조정권 검토까지 연결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조정 과정의 핵심 내용은 아직 공개 검증 밖에 있다.

 

조정안은 불성립, 잠정 합의안에는 서명

 

이번 협상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눠 봐야 한다. 

 

첫째는 중노위 조정 단계다. 보도에 따르면 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에 조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에 동의했지만 사측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유보했다. 이 때문에 중노위 조정은 불성립됐다.

 

둘째는 장관 주재 추가 교섭 단계다. 

 

중노위 조정이 불성립된 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교섭을 주재했고, 20일 밤 사측 대표와 노조 대표가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 찬반투표 일정도 남아 있다. 노조는 5월22일 오후 2시부터 5월27일 오전 10시까지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결되면 협상은 공식 타결 국면으로 들어가지만, 부결되면 잠정 합의안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쟁점은 임금이 아니라 성과급 산식이었다

 

이번 갈등의 표면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DS부문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DS부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재원 확대와 상한 폐지에 가까운 구조를 요구했고, 사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와 사업부별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하려 했다.

 

잠정합의안은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선 형태다. 

 

보도된 합의안에 따르면 성과급은 기존 OPI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구분된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하고, 지급률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재원 배분은 DS부문 전체 40%, 사업부별 60% 구조로 설계됐다.

 

핵심은 배분 방식이다. 

 

DS부문 안에서도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사업부별 실적 차이가 크다. 흑자 사업부의 성과를 DS부문 전체에 어느 정도 공유할 것인지, 적자 사업부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가 충돌 지점이었다. 

 

잠정합의안은 적자 사업부 페널티 적용을 1년 유예해 2027년분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결국 이번 협상의 본질은 “얼마를 더 줄 것인가”가 아니었다. 성과를 회사, 주주, 사업부, 직원 사이에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였다. 

 

사측이 중노위 조정안을 즉시 수용하지 못한 배경에도 단순 비용 부담뿐 아니라 성과주의 원칙, 내부 의사결정, 향후 선례 부담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압박은 있었지만 기준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압박은 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가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중노위 사후조정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했다.

 

긴급조정은 강력한 제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기 전에는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자율교섭으로만 보기 어렵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검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고, 중노위 조정이 불성립된 뒤 장관이 직접 추가 교섭을 주재했다. 

 

그러나 정작 중노위 조정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개입의 필요성은 국민경제라는 명분으로 설명됐지만, 조정 기준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셈이다.

 

이 지점이 기사상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노사분쟁에서 정부가 개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개입이 국민경제 보호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면, 최소한 어떤 기준으로 노사 양측을 조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공개되지 않은 조정안은 결국 “노조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가”, “사측이 어떤 원칙 때문에 유보했는가”, “최종 잠정 합의안은 조정안과 어떻게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성과급 뒤에 놓인 과반노조와 유니온숍

 

이번 협상은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지난 4월 조합원 7만5300명 규모를 근거로 과반노조 지위를 선언했다. 노조 측은 과반노조 선언 이후 다음 목표로 유니온숍 도입을 언급했다.

 

유니온숍은 단순한 노조 확대 구호가 아니다. 현행 해석상 당해 사업장 종사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통해 특정 노조 가입을 고용조건으로 삼을 수 있는 예외적 제도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도 유니온숍 협정은 당해 사업장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을 것을 전제조건으로 본다.

 

따라서 이번 성과급 협상은 단순한 임금협상이 아니다. 

 

과반노조가 된 삼성전자 노조가 첫 대형 교섭에서 어느 정도의 교섭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사측 입장에서는 이번 잠정 합의안이 향후 임금·성과급 협상의 기준선이 될 수 있고, 노조 입장에서는 유니온숍 추진을 향한 조직적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 노사가 파국을 피했다”는 정도로만 정리할 수 없다. 

 

성과급 산식 하나가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삼성전자 내부의 노사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이 놓여 있다.

 

남은 질문은 기준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밤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는 총파업을 일단 보류했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협상은 최종 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중노위 조정안은 왜 공개되지 않았는가. 

노조가 동의한 조정안을 사측은 왜 유보했는가. 

이후 장관 주재 추가 교섭에서 마련된 잠정합의안은 중노위 조정안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정부가 긴급조정권까지 거론하며 개입한 사안이라면, 그 개입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이번 합의의 의미는 파업 보류에만 있지 않다. 


삼성전자 노사관계가 과반노조 시대에 들어섰고, 성과급 배분 원칙과 유니온숍 추진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새 국면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이 질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기준이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뒤에 남은 가장 큰 질문은 바로 그 기준이 공개되고 검증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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