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45대 첫 임기 당시 준비 부족으로 인하여 관료 조직(이른바 딥스테이트로 지칭되는 관료층)과의 충돌을 겪었던 트럼프 진영은 제47대에 들어와서는 싱크탱크를 통해 사전 정지작업을 철저히 진행했다.
전략 수립의 양대 축은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AFPI)의 ‘아메리카 퍼스트 아젠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행정부 출범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수천 명의 충성파 인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행정명령 초안까지 준비해 두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은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재해석하는 기념비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MAGA 진영의 속내와 전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를 주목할 만하다.
MAGA의 관점은 전통적인 국제 정치 역학 관계를 단순한 군사적 대립이나 외교적 고립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기존 레거시 언론들의 프레임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외 정책의 본질이 21세기형의 고도화된 종합 경제 전쟁임을 입증하고 있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들은 트럼프의 중동 및 남미 개입 정책을 보며 “또다시 무모한 군사 개입을 하려 한다” “전쟁주의적 행보다”라며 지극히 표면적인 비판에 치우쳐 왔다. 문제는 대이란전쟁에서 이란이나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쏟아내며, 중국이 미국을 능가한다는 선전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AGA 진영의 정통 전략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행보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체스판을 읽어내고 있다. 즉,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고 이란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타격을 가하는 외견상의 조치들은 결코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며, 이 모든 표적 공습과 제재의 진짜 궁극적 타깃은 바로 ‘중국 경제의 핵심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정상가 원유 구매로 원가 경쟁력 상실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이자 글로벌 최대의 제조업 국가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육중한 기계들을 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 [CG=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이 거대한 제조업을 지탱할 자국 내 에너지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중국 제조업의 명운은 전적으로 ‘해외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에 달려 있다. (원유 70%, 천연가스 40%를 수입에 의존)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과 베네수엘라로부터 엄청난 양의 원유를 독점적으로 은밀하게 수입해 왔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과거 이란이 수출하는 전체 원유의 무려 80%에서 90%에 육박하는 물량을 전량 사들였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정상적인 국제 시장에 원유를 팔 수 없었던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헐값으로 원유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결제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 결제’ 혹은 ‘제3국 우회 무역 무라바하 방식’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초저가 원유야말로 중국 제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저단가 공세로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중국은 값싼 에너지를 바탕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어 전 세계의 자본과 공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러스트 벨트를 비롯한 전통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렸다.
MAGA 진영은 바로 이 불공정하고 기형적인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이 시작되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전략은 단순한 외교 정책의 변화를 넘어, 중국 경제시스템의 뿌리를 뒤흔드는 ‘구조적 시스템 공격’의 성격을 띤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중국의 비용 인상과 미국의 산업 재건(Reshoring)
트럼프가 주도하는 경제 전쟁의 기본 방정식은 정교한 양면 전략(Two-Front Strategy)을 기반으로 한다.
한쪽에서는 중국이 숨 쉬고 있는 값싼 에너지 통로를 철저히 차단하여 중국 제조업의 원가 비용 구조를 폭발적으로 인상시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세계적 대기업들의 자본을 미국 본토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제재를 강화하고 이란의 정유 시설 및 공급망을 직접 압박함에 따라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던 할인 원유 루트가 차단되면 정상적인 국제 유가를 지불하고 에너지를 사와야 한다. 유가 상승은 곧 중국 내 공장 전기료, 물류비, 원자재 가공비의 도미노 상승을 유발한다.
글로벌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을 구매했던 유일한 이유는 품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만약 원가 상승으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미국산이나 일본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근접하게 된다면, 시장의 소비자들은 당연히 신뢰도가 높은 미국·일본 등의 제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저가 제조업 경쟁력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부에서는 역사적인 산업 리셋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래는 글로벌 자본이 리스크가 가득한 중국을 이탈하여 미국으로 급격히 회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실제 기업 투자 지표들을 보여준다.
△테크 및 반도체 분야: 애플(Apple)과 엔비디아(Nvidia) 등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 내 제조 시설 및 연구소 신상 투자를 공식 발표.
△제조 및 소재 분야: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와 포드(Ford) 등 첨단 파운드리 공장과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생산 라인의 미국내 건설이 구체화.
△의료 및 바이오 분야: 존슨앤드존슨(J&J) 등 헬스케어 거두들 역시 미국 중심의 안전한 공급망 원칙에 따라 대규모 내수 투자를 확정.
MAGA 진영은 이러한 현상이 결코 시장의 자연 발생적 흐름이 아니라, 트럼프가 관세 폭탄, 공급망 교란, 에너지 루트 차단이라는 전략적 메스를 들이대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산업 복원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확언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환상의 종말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 수많은 매체와 친중 경제학자들은 “달러의 시대는 끝났다” “중국, 러시아, 브릭스 (BRICS) 체제가 미국 중심의 금융 패권을 붕괴시킬 것이다”라며 이른바 ‘탈달러화 붕괴론’을 유포해 왔다.
특히 중국은 석유 결제 대금을 위안화로 지불하는 ‘페트로 위안화(Petro-Yuan)’의 국제화를 밀어붙였고, 러시아는 브릭스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공세를 폈다.
그러나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과 중동의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전 세계 모든 자본과 국가들은 결국 가장 안전한 피난처인 ‘미국 달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위프트 글로벌 결제망 내 미국 달러화 사용 비중 51.1% 돌파 (역대 최고 수준의 지배력 복원), 전 세계 원유 및 주요 에너지 거래 내 달러 결제 비율 약 80% 유지
원유를 비롯한 핵심 에너지가 여전히 달러로 결제된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석유를 사기 위해 반드시 달러를 보유해야 함을 뜻하며, 이는 곧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연방준비제도(Fed)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초강경 대외 전략은 중국이 은밀하게 구축해 가던 비달러화 거래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파괴함으로써, 달러를 단순한 화폐가 아닌 ‘미국 패권의 핵심 무기’로 재조준하고 금융 질서의 절대적 지배권을 다시 복원해 가는 데 있다.
MAGA가 바라보는 세계 질서의 미래와 시사점
MAGA는 과거 오바마, 바이든으로 이어지는 글로벌리스트 행정부들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제재 우회 에너지를 방치함으로써 미국의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제조업을 황폐화시켰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방어에만 급급했던 미국의 대외 기조를 완벽한 선제적 공세(Offensive Conversion)로 전환시킨 독보적인 지도자로 묘사된다.
이번 대이란전쟁에서 MAGA의 목표는 호르무즈해협의 개방을 통한 국제 에너지의 원활한 수송,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및 핵물질 종결 및 나아가 항구적인 중동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 걸프만 국가를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트럼프의 중동 및 남미 에너지 압박 작전은 단순히 특정 독재 정권을 축출하려는 단기적 군사 행동이 아니다. 이는 중국의 장기 성장 곡선의 상한선을 조기에 꺾어버림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만 침공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규모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경제적 시점에서 봉쇄하는 초장기적 평화 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세계 경제는 ‘중국 리스크의 시대’로 진입했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공급망의 기준은 이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안보와 안전이며, 그 안전한 대체지는 오직 미국 중심의 신(新)공급망 체제뿐이다. 트럼프가 그리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의 거대한 판세는 경제, 금융,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 미국을 다시 전 세계의 독보적인 생산 제국이자 패권국으로 우뚝 세우는 위대한 리셋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결국 미국 MAGA 진영의 세계 전략 실행 단계에서 한반도가 마주할 시나리오는 미국이 알아서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형태가 아니라, 한국 스스로가 동맹의 가치를 입증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청구서를 받아 들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국의 준비가 치밀한 만큼, 우리 내부의 전략적 준비와 이념적 결속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치밀해야 하는 시점이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